세상에는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도 있다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회사나 조직 이름을 빼고도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 나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찾는 노하우
  • 파타고니아, 브런치, 아마존, 츠타야 등 주목 받는 브랜드들의 브랜딩 전략을 찾아 나에게 적용하는 법
  • 카카오 브런치 마케터 김키미 님의 책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를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저자 김키미

브랜더. 카카오 브런치 브랜드 마케터. > 프로필 더 보기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연사 분들은 어떻게 자신을 브랜딩하고 있나요?

어느 강연 자리, 누군가 질문했다. 퍼스널 브랜딩이 부각되는 시대에 많은 사람이 하고 있는 고민이었다. 그러던 중 한 연사가 이런 발언을 했다.

브랜드라는 게 많이 알려져야만 브랜드인 건 아니잖아요.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도 있는 거니까요.

당시 나는 퍼스널 브랜딩이 정확히 뭔지도 모른 채 '꼭 해야 한다'는 확신 같은 게 있었다. 그러나 그날 강연 이후 확신은 의심으로 바뀌었다. 퍼스널 브랜딩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사실은 '인플루언서'를 꿈꾸고 있는 건 아닌가 자각했기 때문이다.

 

'나만 알고 싶은 브랜드'라는 건 나의 선택지에 없었다. 브랜드라면 모름지기 유명해야 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 솔직하진 못했다. 뒤늦게라도 솔직해지자 싶어 나에게 물었다.

왜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만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가 좋은지, 왜 좋은지는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맹목적으로라도 유명해지고 싶다거나, 영향력을 가져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목표를 그려본 적도 없었다. 사실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았다.

그러면, 퍼스널 브랜딩을 왜 하고 싶어?

이 질문에는 열심히 답할 수 있었다. '나의 수식어에서 회사 이름을 떼어내는 날이 왔을 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꿈꾸던 일을 하고 있으면서 역설적이게도 같은 이유로 불안을 느끼는 이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서. 왜인지 모르겠지만 퍼스널 브랜딩에 그 실마리가 있는 것 같아서.

파타고니아: 브랜드 정체성을 찾는 집착적인 질문법

정체성을 아는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제품을 사지 말라고 말한다. 꼭 필요한 제품인지 고민해보기를, 적게 소비하기를 권한다. 재킷을 사지 말고 고쳐 입기를, 아버지의 재킷을 아들에게 물려주기를 권한다. 그러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매년 매출의 1퍼센트를 환경단체에 기부한다. 수익이 아니라 매출의 1퍼센트다. 파타고니아는 이 금액을 '지구를 위한 1퍼센트', 지구세(Earth Tax)라고 부른다. 모든 제품의 생산·유통 과정에 친환경 기술을 도입하는 건 기본이다. 2025년까지 100퍼센트 탄소 중립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매장에 불을 밝히는 일부터 셔츠를 염색하는 과정까지, 우리가 하는 모든 사업 행위가 환경에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자신들이 지구를 위해 무엇을 행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천한다.

 

그래서 파타고니아의 행보에는 '파타고니아답다'는 찬사가 따른다. 그리고 때때로 '와, 정말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2019년, 창립 이래 최초로 사명선언문을 변경했을 때다.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하는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합니다.

- 1991년 사명선언문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

- 2019년 사명선언문

파타고니아가 사명선언문을 변경한 것은 '환경 위기로 인한 극도의 심각성과 절박함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창립 이전부터 이본 쉬나드가 보여준 한결같은 철학의 연장선이다. 파타고니아가 아웃도어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추구다. 그런데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자연이 파괴된다면? 파타고니아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그러므로 가타부타 설명은 차치하고 오로지 한 가지,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파타고니아에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답하지 않을까. 그 '왜'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라고.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파타고니아 광고.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고 광고하며 재킷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환경 비용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파타고니아

브랜드 정체성을 찾는 질문

'왜'에 대한 집착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한다. 이제 막 시작하는 개인 브랜드가 정체성을 발견하는 데도 '왜?'라는 질문은 유용하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초록색이 좋다 → 초록색을 왜 좋아하지?

요리할 때 즐겁다 → 요리가 왜 즐겁지?

푸른 숲에 가고 싶다 → 왜 다른 곳도 아니고 푸른 숲에 가고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