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선택지를 늘리고 싶다면?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퍼블리에서 운영 조직을 총괄하고 있는 정소희입니다.

 

2015년에 입사하셨다고 들었는데, 그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맨 처음엔 증권사 영업부 텔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요. 리디북스 제작파트에서도 일했고, 가로수길 편집샵 스태프로도 일했어요.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제가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깨달았어요.

 

예를 들면, 증권사에서는 제가 금융, 숫자에 얼마나 약한 사람인지를 배웠고, 리디북스에서는 프로세스나 매뉴얼을 정리하면서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걸 알았고, 가로수길 편집샵에서는 손님을 만나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것보다 그냥 소비하는 게 저에게 더 잘 맞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퍼블리와 연결이 됐어요. 당시만 해도 퍼블리는 제품도 없었고, '하이 퀄리티 콘텐츠'를 추구하던 때라서 '내가 거기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나랑 맞을까?' 싶긴 했어요. 그래도 특정 역할보다는 이것저것 다양한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그래, 나도 이것저것 해왔으니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출근하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운영 역할을 맡으셨던 거예요? 해본 적 없는 일이라 좀 부담스러우셨을 것 같은데...

초반에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제가요?"였어요. 소령이 저의 역할을 설명해줬을 때도 "제가요?", 당시 크라우드펀딩을 새로 시작하면서 거기에 필요한 운영 업무를 맡게 됐을 때도 "제가요?" 싶었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필요하면 해보겠다"는 스탠스였죠.

 

뼈해장국집에서 소령과 저녁을 먹으면서 솔직하게 '최근 시작한 이 업무는 팀 성과에도 도움이 안되는 거 같아서 여기까지 하고 중단하면 좋겠다'라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요. 그랬더니 소령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아, 그래요? 그럼 오케이. 중단하는 게 맞겠네요. 여기엔 더 이상 리소스 쓰지 않는 걸로 하죠."

이때 마음이 좀 편안해졌던 것 같아요. '오? 힘들 땐 어떤 힘들지 이야기하면 되네? 그리고 내 의견을 얘기하니까 받아들여지네?'

 

그후로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그때쯤 CPO 승국이 입사했어요. 팀원이 없을 때라 승국 혼자 다 제품 업무를 커버할 수는 없으니 제가 제품 운영을 맡아서 테스트도 하고, 고객센터도 운영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점점 제품팀이 갖춰지고, 제품에 들어갈 콘텐츠도 쌓이고, 오프라인 행사까지 했었어요. 규모가 작을 땐 개인기에 의존할 수 있었는데 일이 크고 복잡해질수록 가이드와 프로세스가 필요해지더라고요. 그때부터는 '콘텐츠 운영'으로 옮겨가서 콘텐츠 제작 및 발행과 관련된 프로세스를 세팅했어요. 지금 쓰는 것들도 다 그때 만들어진 게 많아요.

 

또 팀이 커지니까 팀 경영과 관련된 업무도 많아지고, 복잡해졌어요. 이전까지는 소령이 '경영 지원' 업무까지 커버했었는데 이젠 한계가 보이는 거죠. 그래서 제가 '경영 지원'을 맡고, 운영 매니저 두 사람을 뽑아 콘텐츠 운영과 제품 운영을 맡겼어요.

 

그뒤로 계속 사업이 성장하면서 운영 업무도 끊임없이 달라졌어요. 고객 수가 늘어나니 '고객센터' 담당자가 필요해지고, 팀 규모가 커지니 HR을 담당할 '피플앤컬처' 매니저가 필요해지고.

 

이때쯤 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원래 저의 기조는, '운영 매니저는 모든 운영 업무를 다 알아야 한다'였어요. 근데 점점 서비스가 복잡해지고 변화가 빨라지면서 다 알기는 불가능해지더라고요. 각자 집중할 수 있는 역할 범위를 정리해야 할 것 같아서, 8월 말부터는 비즈옵스(사업운영)/CX(고객경험)/GA(경영지원)으로 운영 업무를 쪼개서 담당자에게 일임하고 있어요.

 

비즈옵스, CX, 경영지원 업무는 각각 어떤 차이가 있나요?

  • 비즈옵스 매니저는 해당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필요한 업무들을 합니다. 현재 퍼블리의 사업은 멤버십과 커리어리가 있으니, 비즈옵스 매니저의 목표는 멤버십과 커리어리의 성장이 되겠죠. 앞으로 달라질 수 있겠지만 현재는 저자, 프리랜서 등 외부 파트너들과의 계약 및 서비스 운영 관련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발행 프로세스 관리를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 CX 매니저는 퍼블리 고객이 좀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에요. 예를 들면 고객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의 문의나 요청을 확인하고, 그분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고객들이 자주 겪는 문제가 있으면 VOC(Voice of Customer)를 데이터화해 각 부서에 전달합니다. 특히 이번 4분기부터는 CX 매니저가 정리한 데이터를 사업계획에 반영할 예정입니다.
  • GA 매니저는 특정 사업이 아니라 퍼블리라는 회사 자체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일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내부 팀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많지만, 세무/법무/노무/상표 관련해서는 회계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팀원들이 일하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HR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이렇게 나눠놓긴 했지만, CX 하다가 비즈옵스로 이동할 수도 있고, GA 하다가 CX로 이동할 수도 있어요. 현재 채용조직에서 리크루터로 일하고 있는 솔 역시 콘텐츠 운영하다가, 고객센터 운영하다가, 채용조직으로 옮겨간 케이스인데요. 운영 업무를 하다 보면 자연히 팀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이동이 가능합니다.

제너럴리스트의 시대 = 운영의 시대

퍼블리에서 6년간 일한 입장에서, '운영'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말이 6년이지, 체감상은 3개월마다 새로운 회사로 바뀌었던 것 같아요. 규모도 커지고, 팀의 방향도 바뀌고, 서비스도 바뀌고, 제 역할도 바뀌고. 계속 바뀐다는 거, 이게 스타트업 운영 업무의 특징 아닐까요?

 

보통 운영 업무라고 하면 그려지는 것들이 있으실 거예요. 정해진 매뉴얼이 있고, 그에 맞춰 꼼꼼하게 체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 만약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알고, 그에 맞춰서 정확하게 하는 거겠죠. 그리고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패턴을 예측하는 능력도 필요하겠고요.

 

하지만 스타트업 운영 업무에서는 이 일을 '왜' 하는지, 목적을 생각하면서 일하는 게 더 중요해요. 스타트업 자체가 기존에 없던 걸 만들려는 조직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정답도 없고, 매뉴얼도 없는 경우가 많죠.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는 걸 반복하면서 개선해가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하던 일이 바뀌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일이 생기기도 해요.

 

저 같은 경우, 그래서 운영 업무가 재밌어요. 비즈옵스면 비즈옵스, CX면 CX, 늘 못 보던 새로운 문제가 생기거든요. 퍼블리의 모든 운영 업무는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요. '문제가 뭐지? 왜 이런 문제가 생겼지?'

 

운영 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사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필요하다'라는 표현이 채용공고에 너무 많아서 저도 지원자일 땐 불만이었는데요. 일하다 보니 같은 한국어를 쓰면서도 서로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는 경우가 되게 많더라고요.

 

특히 운영 업무는 고객이나 내부 팀원, 외부 파트너와 협업을 통해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근데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라는 게 추상적인 표현이라서 잘 와닿지 않을 것 같아, 제가 좀 더 쪼개서 설명드릴게요.

 

일단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건 듣는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본론부터 말하는 것, 짧고 간결하게 핵심만 말하는 것, 알아듣기 쉽게 말하는 것 모두 듣는 사람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인 거죠.

 

말뿐만 아니라, 글도 마찬가지예요. 퍼블리 온보딩 과제 중 독후감 쓰기가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줄글로만 쭉 이어 쓴다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훨씬 더 읽기가 어렵잖아요. 문단을 나누고, 번호를 매기고, 소제목을 달고, 이런 게 다 읽는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주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면, 그만큼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겠죠.

 

"A를 말하면 A로 이해하고, A를 전달해야 할 땐 A라고 말한다."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사람의 특징이에요. 당연한 것 같지만, 이게 안 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아요.

 

예를 들어, 팀원 X가 금요일까지 어떤 일을 마치기로 했는데, 금요일 낮까지 별 말이 없어서 "그 일은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어봤다고 쳐요.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해요. "그 일은 이러이러한 과정에 있고,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될 것 같아요." 그럼 저는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거죠. 

 

근데 이 질문을 '추궁'으로 받아들이는 분이 있어요. '내가 알아서 끝낼 건데 왜 물어보지? 나를 못 믿나?' A를 A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뒤의 숨은 의도를 짐작하는 거예요. 이러면 그다음부터 커뮤니케이션할 때 불필요한 말을 덧붙여야 하고, 사소한 질문도 하기가 부담스러워져요.

 

최근에 같이 일하게 된 다은(커리어리 프로필)이라는 비즈옵스 매니저가 있는데요.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공유해주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나 어려움이 있고, 그래서 제가 무엇을 결정하거나 도와주면 될지를 바로 정확하게 물어봐줘요. 이렇게 되면 저도 다은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알려주거나 결정을 해주고, 일이 계속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거죠.

 

퍼블리에서 일하면서 소희가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배운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완벽주의를 버려야 하는구나, 라는 걸 느꼈어요. 이전까지는 완벽주의 기질이 저를 발전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발전을 막기도 하더라고요. 저의 이전 커리어에서는 지금처럼 변동사항이 수시로 생기거나 복잡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거의 없었거든요.

 

근데 퍼블리에서는 서비스 2개가 동시에 돌아가고 있고, 제가 매니저로서 빠르게 결정하지 않고 미루면 그만큼 실행도 미뤄지기 때문에 결국은 완벽주의를 버려야 해요. 그래야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으니까요. 단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고 완벽에 완벽을 기하다가는,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상황이 바뀌어버려요. 스타트업의 운영 업무는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많이 늘었다고 느끼는 건 역시 커뮤니케이션이에요. 고객이나 외부 파트너에게 메일이나 메시지를 쓸 때 가장 중요한 것도 상대방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는 거예요. '어떤 순서로 쓰는 게 더 이해하기 쉽지? 오해하지 않게 하려면 이 단어를 뭘로 바꿔야 하지?' 고객센터 업무 보면서 처음엔 "장황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말씀하시는 고객분도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어요.

 

어떤 분들에게 운영 매니저로 지원하는 걸 추천하시나요?

아직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회초년생들이요. 제가 처음 사회생활 할 때 힘들었던 것도, '아무리 봐도 지금 이 일은 나랑 안 맞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나랑 잘 맞는 일이 뭔지도 모르겠다'는 답답함이었어요. 나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잘 맞는 회사 찾아서 다니는 것만 같고...

 

어쩌면 저의 커리어패스는 '나랑 안 맞는 곳들을 제거해온 여정'이었어요. 하루 중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을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에, 여기서 어떤 일을 하느냐가 나라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거든요. 일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길 바랄 순 없겠지만, 최소한 고통스럽진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나랑 잘 맞는 일, 혹은 안 맞는 일이 뭔지 알아야겠죠.

 

그걸 파악하는 데 운영 업무가 도움이 될 거예요. 운영은 여러 포지션의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사업이나 팀 전반이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이해하게 돼요. 그러면서 나에게 어떤 일이 맞을지 생각해볼 수 있죠.

 

실제로 지금 사업운영 인턴으로 같이 일하고 있는 다빈(커리어리 프로필)은 처음에 마케팅 아르바이트로 출근하다가, 일을 너무 잘해서 제가 사업운영 인턴으로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이분은 장차 영화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인데요. 원래는 홍보/마케팅 쪽에 관심이 있었지만 퍼블리에서 운영 업무를 하면서 '마케팅이 나랑 맞을까? 마케팅보다는 배급이 맞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해서 배급 관련해 공부할 예정이라고 하더라고요.

 

퍼블리 입사 전에도, 후에도 상당히 많은 변화를 지나오셨는데요. 앞으로 소희의 커리어패스는 어떻게 그리고 계신가요?

저는 퍼블리가 유니콘이 될 때까지 일하고 싶지만, 설사 퍼블리가 망한다 해도 크게 걱정하진 않아요. "스타트업이 망하더라도 개인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거든요.

예전에는 저도 '내가 너무 이 일 저 일 한 거 아닐까, 전문성이 없는데 커리어 잘못 쌓은 거 아닐까' 고민을 했던 적도 있는데요. 지금은 6년 동안 이 일 저 일 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협업하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에 어디에 가서도 저의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요즘 주변에 '곧 스타트업 운영의 시대가 온다'라고 말하고 있는데요. 새로운 스타트업이 계속 생기고 있고, 기존 스타트업도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 애매하고 복잡한 일이 끊임없이 발생할 거예요. 고객이 100명일 때, 1만 명일 때, 10만 명일 때 생기는 문제나 복잡도는 다 다를테니, 그동안 퍼블리에서의 쌓은 문제 해결 경험과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다른 곳에서도 필요로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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