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게 있습니다
저자 최홍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콘텐츠 디렉터입니다. 고객보다 신제품을 먼저 만나, 첫인상을 결정할 펀딩 프로젝트를 디렉팅 합니다. 그렇게 1000개가 넘는 펀딩을 오픈했습니다. 혹시 와디즈 펀딩을 해보셨나요? 어쩌면 제가 카피를 쓰거나 편집했었을지도 모릅니다.
※ [와디즈 에디터의 팔리는 상세 페이지 노하우] 시리즈의 콘텐츠입니다 ※
- 본 콘텐츠는 '구매를 부르는 '언어'는 따로 있다! 상세페이지 언어의 온도'에서 이어집니다.
제 글이 이런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상세페이지 텍스트만 쓰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사진 시안 a랑 b 중에서 뭐가 더 나은지 물어봐서 당황한 에디터
-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도 30분씩 고민하는데, 팔릴만한 상세페이지 사진 고르는 건 더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 디자이너
- 광고 소재로 돌릴만한 사진을 못 찍어오는 유관 부서에 화가 나서 '이럴 거면 내가 사진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매일 하는 마케터
상세페이지를 만들다 보면 종종 '이걸 정말 돈 주고 찍었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백에 구십구 정도로 상세페이지 기획 없이, 일단 내부적으로 잡아둔 촬영 일정이 있으니 어찌어찌 사진을 찍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나마 사진이 잘 빠지기라도 했다면 배너 이미지나 디자인 이미지로 어떻게 살릴 수 있겠지만, 차라리 내가 찍는 게 빠르겠다고 느껴질 정도로 망했다면 글쎄요… 눈물 닦는 데 5분은 걸리겠는데요.
눈물 닦기 싫으면 촬영 전 상세페이지 기획부터 해야 합니다. 사진도 없이 상세페이지를 기획하는 일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들리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상세페이지를 미리 기획해두면 내 퇴근 시간이 빨라집니다. 무엇보다 다음 세 가지 이유에서 상세페이지를 미리 기획해야 하죠.
하나, 우리가 필요한 건 '팔리는 상세페이지' 속 사진이지 '예쁜 사진'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아래 두 개의 사진 중 어느 쪽이 더 예쁘고 시선을 끌까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아마 1번을 답하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합니다. 화보 같은 느낌을 팍팍 풍기죠.
그러나 5060 여성들을 위한 오버사이즈 화이트 셔츠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실무자에게 1번 사진을 가져다준다면 기겁을 할 겁니다. (좀 친한 분이라면 등짝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분에게 필요한 건 2번 이미지일 테니까요.
사진은 설명글이나 카피, 컨셉 색 등 상세페이지의 수많은 요소와 상호작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그렇기에 상호작용의 합인 상세페이지를 명확하게 그려본 뒤, 그에 맞는 사진을 촬영해야 합니다.
'셔츠는 분위기가 중요하니까 무조건 꽃이랑 같이 찍어야 해!'와 같은 법칙이 상품별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상세페이지'라는 무대에서 관객인 타겟에게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우리 상품 사진이 분명 있을 테니까요. 이런 기획 과정 없이 찍어서 그저 예쁘기'만' 한 사진은 말 그대로 예쁜 '쓰레기'일 뿐입니다.
둘, 돈(과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완성하고자 하는 상세페이지가 명확하다면 필요한 사진만 찍을 수 있습니다. 착용 샷을 넣지 않아도 되는 상세페이지에 애꿎은 모델 섭외비를 지출해서 총무팀의 욕을 바가지로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현장에 나가면 "모델 섭외 너무 잘했다. 우리 신상이랑 분위기 찰떡이다." 혹은 "이번 신상 대박 나겠어요!"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촬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에 한껏 분위기도 좋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 이제 모델은 그만 찍고, 제품 단독 컷 찍어야 할 것 같은데요."하고 찬물을 끼얹기는 정말 쉽지 않죠.
시간은 시간대로, 기획비, 모델비, 스튜디오 대여비까지 잔뜩 쓰고 손에 쥐는 건 쓰지도 않을 모델 컷입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모델의 포트폴리오를 대신 만들어준 꼴이 되죠.)
셋, 글로 '커버칠 수' 있는 범위는 정해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