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항상 '사랑해'만 있을까요?

[보면뭐하니: 핫한 영상을 만드는 PD들의 이야기] 시리즈의 콘텐츠입니다 ※

 

Editor's Comment

TV 프로그램이나 웹 예능, 유튜브 채널 등을 보면서 '저 핫하고 멋진 콘텐츠는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했던 적 있으신가요?

 

바로 그런 주목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팟캐스트 <보면 뭐하니>가 퍼블리 독자분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언가를 기획하고, 만들어, 사람들에게 가 닿은 과정을 찬찬히 살펴보며 인사이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팟캐스트 <보면 뭐하니>의 에피소드 '<체인지 데이즈> 이재석 PD "첫발의 두려움을 이기게 하는 건 호기심'을 글로 옮겼습니다. 대화 순서는 팟캐스트와 다를 수 있으나 맥락은 동일하게 정리했습니다.

🎧 팟캐스트 <보면 뭐하니>

MBC라디오에서 제작하는 오리지널 팟캐스트. 라디오국 '장피디'와 예능국 '항피디'가 진행하며, 주목할 만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을 초대해 인터뷰한다.

🎤 Interviewee <체인지 데이즈> 이재석 PD

2008년에 MBC 예능PD로 입사. <아빠! 어디가?> 조연출을 시작으로 <마이 리틀 텔레비전>, <두니아: 처음 만난 세계>, <편애중계>를 연출했다. 2020년 10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해 <체인지 데이즈>를 런칭했다.

<보면 뭐하니(이하 생략)>: 최근 누적 조회 수 2000만 뷰를 넘긴 화제의 웹 예능이죠. <체인지 데이즈>의 이재석 PD님을 모셨습니다.

이재석 PD(이하 생략): 안녕하세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서 <체인지 데이즈>를 연출하고 있는 이재석입니다.

 

<체인지 데이즈>는 '이별의 위기에 놓인 세 커플이 서로 파트너를 바꿔 데이트를 해본다'는 강렬한 설정 때문에 초반에 논란이 살짝 있었어요. 그래서 해명하는 인터뷰도 직접 하셨더라고요.

초반에 욕을 많이 먹었죠. 태어나서 그렇게 미움받아 본 적이 없는데. (웃음) 설정 때문에 어느 정도 오해가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었어요. 실제 방송이 나가면 달리 봐주실 거라 믿었죠.

 

기획 의도만 봤을 때는 저도 좀 놀랐어요. 국내 예능에서 경험할 수 있는 평균치를 넘어선 설정이니까. 그래서 기획 과정이 더 궁금했어요. 오래된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과의 데이트를 떠올리셨나요?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는 아니에요. 사실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의 절반이 연애 이야기잖아요. 대부분은 좋은 이야기가 아니죠. '어제는 뭐 때문에 싸웠다. 성격이 정말 안 맞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가 많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서로 안 맞는다는 게 누군가의 잘못 때문은 아니잖아요. 두 사람의 캐릭터와 성격이 부딪히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일이죠. 한 번은 친구가 여자친구와 어떤 점이 잘 안 맞아서 고민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그게 좋아 보이는 거예요.

 

나랑은 안 맞는 면이 다른 사람과는 잘 맞을 수도 있잖아요. 누군가에게는 그 점이 좋게 보일 수도 있고요. 상대적인 거죠. 친구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서로 안 맞는 거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순간순간의 경험에서 호기심이 생겼어요. 다른 사람의 연인을 만나고 싶다는 호기심이 아니라,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 그런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전체적인 기획에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처음부터 자극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기획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도 제도권 교육을 받은 사람이고 가정이 있고, 그렇게 미친놈은 아니거든요. (웃음)

 

 

파트너를 바꿔서 데이트하는 장면에선 연애를 시작하는 설렘이 느껴지고, 숙소로 돌아와 원래 파트너를 만나면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거기에 또 다른 무게감이 있더라고요. 사랑이 식었다고 하지만, 그동안 지지고 볶으며 쌓아온 추억의 무게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보통 사랑이라고 하면 설렘을 떠올리지만, 이쪽도 사랑이잖아요.

연애가 항상 시작은 좋잖아요. 그런데 초반에 느끼는 몽글몽글하고 설레는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 마련이에요. 두 사람이 10이라는 시간을 만났다면 그런 감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채 되지 않죠. 한 사람과 지긋이 연애했다고 이야기하려면 설렘이 끝난 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전의 연애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사랑의 설렘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것도 좋은 의도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 설렘을 느꼈지만, 저희 프로그램에서는 조금 더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연애에 항상 '사랑해'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꺼져'도 있고 눈물도 있죠. (웃음) 사랑의 현실적인 얼굴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포인트들이 잘 드러나더라고요. 출연자들의 솔직한 모습 때문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 같고요.

정말 솔직하게, 진심으로 이 프로그램에 임해주실 분들과 함께한다면, 오래전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털어놓던 솔직한 연애의 고민들이 잘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현실적인 연애 고민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길 바랐죠.

 

이 프로그램을 통해 커플이 서로 바뀐다거나, 누군가는 헤어지고 누군가는 더 돈독해져서 돌아올 거라는 결말은 정해두지 않았어요. 그럴 의도도 전혀 없었고요. 그게 제작자로서 자존심이자, 프로그램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라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