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하는 사람, MD

이런 걸 알려드립니다.

  • MD가 너무 많아 - 리테일 MD, 브랜드 MD, 이커머스 MD 등 업종별, 업무별로 너무 다양해서 헷갈리는 MD의 종류를 깔끔하게 정리해드립니다.
  • 좋은 매출 vs 나쁜 매출 - MD의 역할은 역시 매출! 그런데 매출 중에서도 '좋은 매출'과 '나쁜 매출'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데이터 vs 감각 - 데이터를 중시하는 MD A와 감각을 중시하는 MD B 중에서, 당신의 선택은?

저자 허윤

브랜드 경험 기획자이자 건국대학교 예술디자인 대학원 패션인더스트리학과 겸임교수. 서울과 밀라노에서 브랜드 매니지먼트와 마케팅을 공부했다. 삼성물산 10 CORSO COMO, 띵굴 스토어 등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했다. 기획이 필요한 회사와 사람을 돕는 일을 한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1년 6월에 발간된 <기획하는 사람, MD>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MD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MD는 뭐 하는 일이에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그때마다 굳이 자세히 설명하기보다 상품 기획자라고 답하거나 다니던 회사의 이름을 대곤 했다. MD의 일을 한 줄로 설명하기란 아무래도 쉽지 않은가 보다.

 

설명이 어려운 것과 반대로, MD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눈에 들어온다. 스타벅스에서는 시즌마다 텀블러나 머그 등을 새롭게 디자인해서 선보이는데, 이 상품들을 MD(merchandise)라 부른다. SNS에는 '스타벅스벚꽃MD'라는 해시태그가 낯설지 않게, 아니 꽤 친숙한 단어로 돌아다닌다.

 

최근 오픈한 더현대서울에서 앤디 워홀의 전시를 관람했는데, 전시와 자연스럽게 이어진 기념품숍의 계산대 벽면에는 큼지막하게 'MD SHOP'이라 쓰여 있었다. 순간 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MD라는 단어가 보통명사로 쓰이게 된 걸까.

 

MD의 정의를 쪼개보면 '상품화'와 '계획'이라는 두 단어로 나뉜다. 상품화란 무엇일까? 제품 디자인, 생산, 판매 중 어느 범위까지를 의미하는지 모호하다. '계획'이라는 단어도 조금 협소한 느낌이다. 

 

MD는 계획만 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판매할 상품을 정하고 어떻게 판매할지, 그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즉 계획을 넘어 기획을 하고, 실행과 피드백을 반복하는 것이 MD의 일이다.

 

리테일MD, 브랜드MD, 이커머스MD… 업종별 업무별 MD의 세계

백화점, 마트, 홈쇼핑, 편의점 등 유통을 업으로 하는 회사의 MD는 전통적인 개념으로는 리테일MD다. 이마트 MD를 예로 들어보자.

 

이마트에서는 MD 대신 바이어(buyer)라는 용어를 쓴다. 바이어의 주된 업무는 담당 카테고리에 입점시킬 상품을 소싱하는 것이다. 신선식품, 가공식품, 가전, 패션, 리빙 등 바이어마다 담당 카테고리가 있다.

 

리테일MD가 유통회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MD를 일컫는다면, 제조MD는 브랜드MD를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패션MD로, 자체 브랜드를 기획하고 생산하는 기획MD와 수입 브랜드 바잉MD가 있다.

 

가령 한섬의 여성복 브랜드인 타임(TIME)의 MD는 기획MD에 해당하고, 삼성물산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의 MD는 바잉MD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매출규모가 크고 다수의 매장을 운영하는 국내 브랜드에는 물량 운영만 담당하는 영업MD, 상품의 생산과정을 관리하는 생산MD가 있다. 제조 기반의 패션산업이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새롭게 생긴 MD들로, 일하는 방식에 따라 기획, 바잉, 영업, 생산 등을 붙여 구분한다.

업종별 MD의 구분 ⓒ북스톤

온라인이 변화의 중심에 서면서 최근 이커머스MD가 주목받고 있다. 이커머스MD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기획하거나 유통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실제 업무를 보면 리테일MD, 기획MD, 바잉MD의 업무를 아우르는 종합적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온라인 공룡 쿠팡은 상품을 직접 구매하고 재고까지 책임지는 직매입 비중을 늘리면서, 오프라인의 리테일MD와 기획/바잉MD들을 경력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제품을 먼저 캐치하는 MD의 선구안과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기존 오프라인에서도 기업들이 이커머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면서 MD의 역할 또한 그에 따라 확장되고 있다. 삼성, 신세계, LF, 한섬 등의 패션 대기업들이 자사몰을 론칭하면서 이곳의 MD들도 이커머스 플랫폼 기획운영자로 변신 중이다. 그 밖에도 스타트업이나 스몰 브랜드, 유통기업 할 것 없이 이커머스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추세다.

 

이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MD는 과연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상품을 만드는 사람인가, 상품을 유통하는 사람인가,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인가? 어디까지가 MD의 일이고 MD의 일이 아닌가?

 

리테일MD, 브랜드MD, 이커머스MD는 각기 일의 범위도 다르고 방식도 다를 수 있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객에게 브랜드가 전달되는 과정을 기획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