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깨달은 순간
얼마 전까지 회사를 포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떠난 사람들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 또한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서 퇴사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고려하는데요. 하지만 저는 본가가 서울에 있지도 않고, 당장 다음 달 대출 이자와 할부금을 갚기 위해선 오늘도 일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광고회사인데요.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좋고 뿌듯하지만, 어디 100% 만족할 수 있는 회사가 있던가요. 회사를 다니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고, 저에게도 그걸 해결할 만한 창구가 필요했습니다.
나의 삶을 만들어가는 주 무대는 회사고 그 원동력도 회사가 주는 월급에서 나오지만, 역시 주류보단 비주류가 재미있는 법. 무료한 삶을 유료하게 만들기 위한 사이드 프로젝트는 이렇게 아주 흔하고 단순한 이유로 시작되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기
세상에는 참 대단한 사람들이 많아요. 많이 먹는 걸 잘하거나, 운동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거나, 모르는 영화가 없다거나 하는 능력자들. 하지만 한낱 직장인인 저에게는 시키는 일을 열심히 하는 능력밖에 없었고, 아무리 찾아봐도 뛰어난 점은 보이지 않았죠.
7년 차 카피라이터인 저는 회의록을 쓰고, 아이디어를 내고, 녹음 디렉팅도 하고, 카피 쓰는 일을 주로 합니다. 주된 업무는 역시 '쓰는' 일인데요. 여기에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거나 노래를 잘한다거나 악기 연주를 잘하는 반전 매력까지 갖추고 싶었으나, 0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그런 일은 역시 쉽지 않더라고요.
취미를 고민하는 게 취미였던 저는 그래서 포기했을까요? 아니요, 그냥 있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될 만한 걸 찾아서 흉내 내기보다는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점을 키워보기로 했어요. 지극히 현실적이었던 이 판단이 결국 제 사이드 프로젝트의 중요한 시작점이 됩니다.
허름한 한 걸음 -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작하기
제가 페이스북에 만든 페이지 이름은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입니다. 정말 이름에서부터 생각 없이 만들었다는 게 확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지금도 마음에 드는 네이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