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문이 여성 크리에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7월에 발간된 <커리어 대작전>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오쿠라 마사코의 말
지금은 여성 크리에이터가 비교적 많지만 제 초년 시절에는 매우 드문 존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각자의 캐릭터가 더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귀여운 외모로 기억되는 사람, 노래를 잘해 광고음악을 스스로 부르는 사람, 이성적 매력을 적극 어필하는 사람까지···. 저마다 자신의 특색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클라이언트도 선호하는 이들에게 일을 의뢰했습니다.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각자의 캐릭터만으로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한 가지 특장점으로만 모든 클라이언트를 상대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같은 크리에이터를 기용한 A사, B사, C사 광고가 모두 비슷한 톤앤매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티스트라면 하나의 일관된 테마를 가져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구사마 야요이(草間 彌生)의 점(dot)이나 백남준의 비디오아트처럼 말입니다. 그들의 작품이 보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전시공간을 찾아갑니다. 아티스트와 작품에 대한 호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광고는 다릅니다. 광고의 전제는 바로 '좋아서 광고를 보는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더욱이 광고는 타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그 크리에이터가 맡는 광고마다 다 비슷하다면 주객이 전도돼버립니다. 크리에이터가 아티스트처럼 일관성을 주장하면 곤란해지는 이유입니다.
물론 광고 크리에이터로서 자신만의 특장점이 있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성공 경험은 환영할 만하며,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한 가지 장점만 특화시키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