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 크리에이터의 '존재감 있게 일하는 법'
Curator's Comment
안녕하세요, 퍼블리 콘텐츠를 총괄하고 있는 박소리입니다. 제가 '아, 직장에서 남녀차별이 있을 수도 있구나'라고 느낀 건 출산 후 회사에 복직하고 나서였습니다. 부끄럽지만, 그전에는 세상이 정말 많이 좋아져서 이제 남녀차별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며 회사에 다녔었지요. 차별을 느낄 만한 일이 없었고, 실제 제가 노력한 만큼 일의 권한과 성과가 주어지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복직하고 나서 10개월 정도 지나, 연봉협상과 승진자 결정 과정에서 제가 더 성과가 좋았음에도 다른 남성 직원이 더 간절할 거라는 이유로 제가 누락되었다는 이야기를 상사에게 들었을 때 많이 당황하고 참담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제가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이렇게, 이러다, 나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커리어가 끝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요.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특별히 한 건 없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 그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여전히 회사에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는 어느새 6살이 되었고요.
그 일 이후 조금 달라진 건 '마지막일 수도?'라는 마음가짐이 좀 더 생겼다는 건데요. '일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제안을 받을 때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군'이라는 생각을 하며 'Yes'를 하는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이 많아지고, 역할도 커져서 아마 당분간은 계속 원하는 일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책 소개를 해야 하는데 앞에 제 이야기를 너무 길게 했습니다. 이 책은 30년간 광고 크리에이터로 일한 일본과 한국의 여성 선배 이야기입니다. 광고 업계에 여성이 드문 시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분들입니다. 읽다 보면 '아, 역시 30년 꾸준히 하다 보면 이 정도 노하우가 생기는구나!' 싶을 만큼 업무에 적용해볼 만한 조언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 초년생에 흔하지 않은 여성 카피라이터로 겪었던 여러 에피소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겪게 되는 또 다른 고민을 읽다 보면 딱 알맞은 정도의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듭니다.
먼저 어려운 길을 걸어간 선배가 '이렇게 해야 해'라고 길을 알려주진 않지만, '조금만 더 힘내. 언젠간 지나가'라고 담담하게 옆에 있어 주고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요.
그럼 이제 재미있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