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불편한 수영장이 SNS에서 난리인 이유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20년 4월에 발간된 <여행의 미래>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0.06.08]
호텔을 포함한 공간 비즈니스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가야 할 이유'보다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많아진 지금, 오프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가져야 할 네 가지 방향성에 대해 호텔 업계를 예로 들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나는 2015년부터 해마다 하와이를 방문해 지금까지 총 20곳의 호텔을 취재했다. 그중 '서프잭 호텔 앤드 스윔 클럽(The Surfjack Hotel & Swim Club)'은 유독 독특한 분위기를 지닌 곳이다. 이곳에 가면 수영장의 선베드에 반쯤 드러누워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일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다.
이 호텔의 매력은 바로 이 수영장이다. 수영장 바닥에 선명하게 새겨진 'Wish you were here(너도 여기에 있다면 좋을 텐데)'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이 문구는 투숙객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잠재 소비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인스타그램에서 이 호텔을 검색했을 때 수영장을 촬영한 사진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 전략이 꽤 성공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주변의 다른 호텔에 비해 작고 불편한 수영장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수영이라는 기능적인 경험 대신 자유와 동경의 메시지를 파는 영민함 덕분이다. 이 호텔은 해변에서 떨어진 곳에 있어 와이키키의 많은 호텔들이 주요 매력 포인트로 내세우곤 하는 '오션 뷰'의 멋진 경치를 제공하지 못한다.
이처럼 불리한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행자들이 일부러 찾아와 일과 여행을 즐기는 모습에서 '내가 여기 묵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을 읽을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호텔에 원하는 바가 변하고 있다. 한 발짝 앞서 가는 호텔은 이 흐름에 맞춰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첫 번째, 여행자와 현지인을 잇는 플랫폼
최근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호텔 업계의 경향은 지역과 긴밀히 연계하여 새로운 여행을 제안하고 차별화된 이야기를 발신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여행 업계의 주요 소비자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가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효용이 휴식이나 현실 도피를 지나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