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내 일, 저것도 내 일… 내 전문 분야는 대체 뭐지?
임유현이 출근한 지도 어느덧 석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업무 속도도 빨라지고,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많이 늘었습니다.
어느 날 대학교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어 친구들에게 자신의 직무인 MD(merchandiser)를 소개하려는데, 순간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주니어라면 누구나 겪게 될 정체성 혼란을 마주한 임유현의 이유 있는 불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문제 상황
지난주 임유현이 만난 친구들은 각각 마케터와 디자이너로, 유현과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신입사원입니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다니고 있는 회사와 업무로 흘러갔습니다.
마케터 A: 지난주에 드디어 랜딩 페이지 완성했다. 추적 코드 심어놨는데 수치가 안 떠서 확인해보니까 'L'이 두 개 들어갔더라고. 사수한테 엄청 깨졌어.
디자이너 B: 나는 클라이언트가 디자인 컨펌을 안 해줘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색이며 도형이며 이유를 다 말했는데도 공감을 못 해. 컨펌 못 받았으면 나 오늘 못 왔을 듯. 유현이는 MD 일 어때?
임유현: 아,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제품 수급에 문제가 생겨서 큰일이야. 얼른 해결해야 SNS 이벤트도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마케터 A: SNS 이벤트도 네가 기획하는 거야?
임유현: 그것도 기획이니까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유현은 친구들이 업무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했습니다. 마케터 친구가 하는 일이 본인이 지금 담당하고 있는 업무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동료 디자이너가 랜딩 페이지는 만들어뒀지만, 추적 코드는 심을 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에 유현은 회사에서 교육비를 지원받아 구글 애널리틱스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올 계획이었습니다.
디자이너 친구의 말을 듣고 혼란은 커졌습니다. 기획 중인 화장품 용기의 디자인을 구체화한 건 동료 디자이너였지만, 아이디어는 유현이 냈습니다. 유현은 '내 일이 친구들의 일과 다른 건 공장에 전화해 제품 수급 일정을 확인하는 것뿐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