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을 감당하는 자본

이번 글에서는 임팩트 투자 활성화 역할을 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성격의 자본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First Loss Capital. 사전적 의미로 이 단어를 해석하자면, '최초 손실 자본'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손실을 보는 자본이라니. 최대한의 이익을 목표로 하는 자본의 속성을 비추어 볼 때 어딘가 모르게 어색해 보입니다. 하지만 투자 결과 손실이 발생할 경우 첫 번째로 그 손실을 감당하여 다른 투자자의 손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투자 구조 상에 안정성을 확보, 신용을 높이는(Credit Enhancement) 자본을 뜻합니다. 

 

먼저 투자자 또는 후원기관인 Provider가 First Loss Capital 역할을 하는 자본을 제공합니다. 이어 Provider 덕분에 실패 부담이 줄어든 또다른 투자자, Recipent의 투자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Provider와 Recipient가 투입한 투자금이 합해져 Investee(특정 펀드나 프로젝트, 임팩트 벤처 등)에 투자됩니다.

 First Loss Capital 구조 및 각 참여 주체들이 느끼는 주요 가치 ⓒ강보라

Provider 입장에서는 자신의 '손실 감수' 역할을 통해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할 수 있게 되어 임팩트의 규모를 더 크게 만들 수 있지요. 또한 이를 계기로 Commercial Investor들이 임팩트 투자를 경험하고 시장 가능성을 투자 수익으로 확인하면서, 그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정부의 공공 기금이나 Philanthropy 성격의 재단 후원금 등이 Provider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Recipient 입장에서는 투자 손실을 감당해주는 자본 덕분에 잠재 리스크 요인이 줄어들게 되고 위험-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더불어 Provider가 가지고 있는 해당 시장에 대한 지식 및 전문성, 임팩트 측정 능력 등도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새로운 시장과 투자 방식을 배우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First Loss Capital은 손실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자본처럼 보이지만,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합니다. 투자 리스크를 줄여 다른 투자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임팩트 투자의 신용도 증가(Credit Enhancement)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역할을 하면서 더 많은 이들을 임팩트 투자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계의 촉매제
First Loss Capital

First Loss Capital이 실제로 활용된 사례를 보면 그 의의를 더 느낄 수 있습니다. Civic Builder는 양질의 Public Charter School*을 설립하는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 공교육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기관입니다.

 

뉴욕 할렘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Civic Builder는 미국 교육부에서 받은 Grant의 일부인 30만 달러를 First Loss Capital로 투입하고, 자체 자본금 140만 달러를 지분으로 투입했습니다. 

Civic Builder의 프로젝트 자본 구조 ⓒGIIN

이러한 구조가 만들어지자, 지역개발금융기관(Community Development Financial Institutions, CDFI) 중 하나인 The Low Income Investment Fund에서 Debt 형태로 330만 달러를 추가 투입했습니다. Civic Builder가 그동안 수행했던 부동산 및 Charter School에 대한 전문성과 First Loss Capital의 역할을 믿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본 프로젝트의 결과, 6~8학년, 학생 35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약 716평(25,500 Square Feet) 규모의 학교가 만들어졌습니다.

 

* 미국의 각 주 정부의 예산으로 설립되지만 Public Charter School는 독립적 권한을 갖고 자율적으로 운영됩니다. 따라서 지역 특성에 따라 커리큘럼의 조정, 수업 방식의 변화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합니다.

인프라를 구축하는 자본

두 번째로 임팩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자본도 있습니다. 미국의 국제개발처인 USAID(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는 개발도상국 내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하여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Private Investment의 참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한 예로, USAID는 임팩트 투자 기관이자 엑셀러레이터인 Village Capital이 운용하는 펀드의 Operating Cost 비용으로 5년 간 260만 달러를 후원하였습니다. 든든한 운영비 덕분에 Village Capital은 좋은 투자처를 발굴, 실사하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이는 투자 수익으로 이어져 다른 투자자들을 이 펀드에 참여하게 하는 강력한 동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USAID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인 GIIN(The Global Impact Investing Network)이 임팩트 투자 섹터의 성장을 위해 수행하는 활동에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이베이 창업주 피에르 오미디야르가 만든 Omidyar Network는 250만 달러, 록펠러 재단과 USAID는 각각 200만 달러를 후원하였습니다. 이 비용은 임팩트 투자와 관련된 교육, 리서치 등의 활동을 수행하는 데에 쓰이게 됩니다. 교육과 리서치는 임팩트 투자에 관심이 없는 투자자들을 끌어올 수 있는 좋은 학술 자료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임팩트 투자의 재무적, 환경적, 사회적 성과를 정의, 측정, 보고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인 IRIS(Impact Reporting Investment Standards)를 개발하는 데에도 후원하였습니다. '환경적, 사회적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가?'는 오랜 기간 임팩트 투자자들이 받아온 질문입니다. 임팩트 투자 결과 발생하는 사회적 수익이 정량적이고 가시적으로 측정될 때 투자의 성과가 증명되고, 이로 인해 임팩트 투자 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IRIS 개발에 투자한 것입니다.  

임팩트 투자에 참여하는 방법은 많다

임팩트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대두되면서 학교, 정부 및 지자체, 투자 기관 등 많은 곳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각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목적과 특성에 따라 '투자'라는 행위를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First Loss를 감수하는 완충 자본, 산업 발전의 튼튼한 기반이 될 인프라 구축 자본 등 임팩트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정부, 해외원조기구, 학교 등등 여러 주체들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돈의 속성을 파악하여 그 속성에 맞추어 임팩트 투자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특히 Philanthropy 성격의 자본은 다른 금융기관의 돈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바라볼 수 있으니, 위험을 부담하거나 인프라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면서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록펠러 재단의 Dr. Judith Rodin 회장은 지난 2013년 G8 Social Impact Investment Forum을 통해 아래처럼 말했습니다.

 

"Philanthropy must do what it does best: peel back the first layer of risk, and experiment where other sectors cannot, making development and commercial investment dollars more productive and less risky."

(Philanthropy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Development 및 Commercial 투자 자본이 더 생산적이면서 덜 위험할 수 있도록 첫 번째 위험 요소를 접어 올리고 다른 섹터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실험해야 한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식을 찾아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임팩트 투자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다면, 투자 성과의 규모와 달성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기업, 비영리 기관 등 각 섹터의 구분을 넘어 임팩트 투자라는 아젠다를 중심으로 함께 협업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기대해봅니다. 

 

참고 문헌

 

[자본과 의미가 만나는 곳 - SOCAP 컨퍼런스]
자본에 의미를 연결하여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장, 임팩트 투자 업게에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실리콘밸리의 SOCAP(Social Capital Markets) 컨퍼런스 

 

글로벌 임팩트 투자사 D3 쥬빌리 펠로우, 강보라님이 만드는 리포트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