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받아들이는 공동체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3월에 발간된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 저자 제현주는 맥킨지(Mckinsey)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했고, 현재는 벤처캐피털 옐로우독(YellowDog) 대표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자책 출판 협동조합인 롤링다이스(Rolling Dice)를 창립해 새로운 일의 방식을 경험하기도 했다.
나에게 롤링다이스는 괴로움을 투입하는 일터라기보다는 에너지를 얻는 장소다. 롤다에는 압박하는 상사도 없고 월급을 주는 사장도 없지만, 그럼에도 일이 돌아가는 것이 지금까지도 경이롭다.
롤다에 시간이 넘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생업이 있으면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다들 얼마나 일 벌이길 좋아하겠는가. 본업에 롤다 말고도 다른 활동이 한두 개씩 더 있는 친구도 꽤 된다. 그런데도 롤다는, 적어도 내 기준에는, 나쁘지 않은 생산성을 보이며 돌아간다.
코디네이터를 맡고 있는 나는 누구도 지나친 부담을 받지 않게 하는 데 가장 신경을 쓴다. 롤다가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것이 롤다의 지속 가능성에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걸핏하면 "어렵겠으면 다른 방법을 찾을 테니, 편하게 얘기해"라고 말하게 되는 이유다.
하지만 바쁜 것을 뻔히 아는데도 단칼에 "바빠서 못 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물리적으로 도저히 소화하기 힘들다면 어떤 식으로든 대안을 내놓는다.
그보다 더 신기한 일은 "나는 하는 일도 없는데"라는 말을 다들 입에 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다들 그렇게 말하면 롤다 일은 대체 누가 하는 거야?"라고 농담처럼 대꾸하곤 한다.
모두가 생업과 병행하며 롤다 일을 돌리기 때문에 당연히 각자 형편에 따라 일을 많이 하는 시기와 적게 하는 시기가 있다. 그러나 총량으로 따지면 눈에 띄게 일을 안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다들 자기는 일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