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네 가지 재미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3월에 발간된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 저자 제현주는 맥킨지(Mckinsey)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했고, 현재는 벤처캐피털 옐로우독(YellowDog) 대표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자책 출판 협동조합인 롤링다이스(Rolling Dice)를 창립해 새로운 일의 방식을 경험하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한동안은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물었다. "일은 왜 그만뒀어요?" 열 번이면 여덟아홉 번은 이렇게 대답했다. "재미가 없어서요."

 

협동조합 롤링다이스(Rollingdice)를 시작한 후로는* "롤다는 어쩌다 하게 됐어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러면 또 이렇게 대답했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 관련 글: 콘텐츠의 경계에서 주사위를 굴리다 (퍼블리, 2016.9.29) 

 

진지하게 답하기가 어쩐지 민망해서 하는 소리이기도 하지만 이 말이 농담이거나 거짓말인 것은 아니다.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말이 누군가에겐 팔자 좋고 철딱서니 없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그런 얘기를 듣기도 한다. 재미없어서 그만뒀다면 "돈 많이 버셨나 봐요"라는 말이 돌아오기도 한다.

 

롤링다이스에서 재미를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면 그건 각자 생업이 있기 때문이라고, 재미만을 찾으면 돈 되는 일이 되겠냐고 대꾸하는 사람도 있다. 그냥 재미있는 것이 목표라니 너무 무책임한 소리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모조리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재미'를 쾌락 같은 것쯤과 동의어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국어사전에 '재미'가 어떻게 정의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나에게 재미란 여러 종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