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직업'보다 크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3월에 발간된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 저자 제현주는 맥킨지(Mckinsey)에서 전략 컨설턴트로 일했고, 현재는 벤처캐피털 옐로우독(YellowDog) 대표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전자책 출판 협동조합인 롤링다이스(Rolling Dice)를 창립해 새로운 일의 방식을 경험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네 꿈이 뭐야?", 조금 더 나이가 들어서는 "무슨 일을 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받는다. 대답은 대개 직업의 이름이다. 연예인, 아니면 의사나 변호사, 교사 같은.

 

이때 직업의 이름 옆에 나란히 놓이는 것은 그 직업의 이미지다. 화려한 무대 위의 모습, 수술실에서의 모습, 법정에서의 모습, 교단에 선 모습. 현실적 계산에 밝다면 이런 직업인들이 누리는 고소득, 권위, 안정성 등을 따져볼 것이다. 그러나 그 직업에 진짜 발을 들여놓았을 때 하루를 채우는 것은 이미지도 조건도 아닌, 일의 리얼리티다.

 

돈 잘 버는 의사가 되고 싶다면 매일 수십 수백 명의 감기 환자를 상대하며 똑같은 처방전을 쓰는 일로 일상을 채워야 하기 십상이다. 바이러스에 늘 노출되다 보니, 본인은 물론 온 가족이 언제나 감기를 달고 산다고 푸념하던 의사 지인도 있었다. 교사의 일상을 채우는 일은 수업만이 아니다. 숱한 서류 처리 업무에, 가끔은 막무가내 학부모를 상대하느라 진을 빼야 한다.

일은 언제나 직업보다 크다.

직업이 타이틀이라면

일은 일상을 채우는 활동이다.

운이 좋아도 최소한 여덟 시간을 일의 활동으로 채우며 산다. 활동은 늘 복잡다단한 여러 결을 지닌다. 실제 발을 들여놓기 전에 그 일이 어떤 식으로 일상을 채우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