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1. 가장 중요한 건 CEO
어떤 스타트업이 투자받나요? 구체적인 투자 원칙을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한국기술투자(현 에스비아이인베스트먼트)에 있을 때 380개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했어요. LB인베스트먼트에 있을 땐 20여 개를 관리했고, 현재 DSC인베스트먼트에서는 130개를 관리합니다. 총 600여 개 기업에 투자했네요.
보통 심사보고서의 핵심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돈을 버는지, 들어가는 비용과 창출되는 매출이 하이라이트고, 거기서 기업가치가 나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실제 매출이 예상보다 더 좋았던 기업은 600개 중 딱 두 개뿐이라는 거예요. 메가스터디(Megastudy)와 제주반도체를 제외하면 심사보고서보다 실적이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심사역들은 이 엉터리를 검토하느라 시간을 다 보냅니다. 저는 이제 그쪽은 안 봐요. (웃음) 초기 기업의 경우 재무제표는 안 봅니다. A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성장하면서 B로 바뀌는 경우도 많거든요.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매출을 예상하고 원가를 계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사례도 많아요.
초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푸는 건 결국 사람이에요. 어떤 사람이 문제를 푸느냐가 중요해요. 앞으로 사업이 어떻게 전개될지 후반 단계는 아무도 모릅니다.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어요. 닥쳐오는 수많은 문제를 잘 풀어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첫 번째 원칙은 '사람을 보자'인데, 구체적으로 사람의 무엇을 보시나요?
VC 업계에 계신 몇몇 분들과 투자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한 분이 블루홀 투자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지, 어떻게 초기부터 그런 좋은 기업을 발굴했는지 질문했습니다. 질문자는 기업의 어떤 면이 강점이었는지, 투자 심사에서 대박을 예상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있다면 배우고 싶다는 의도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