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 명의 롤드컵이 보여준 게임 문명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3월에 발간된 <포노 사피엔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2017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 이하 롤) 월드컵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 우리나라의 SKT T1 팀과 삼성 갤럭시 팀이 맞붙은 이 경기의 시청자 수는 몇 명이었을까요? 온라인으로만 방송되었던 이 게임의 시청자 수는 무려 80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세계 스포츠 시장에서 하나의 이벤트로 8000만 명의 시청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종목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시청자 수도 1000만 명에 불과했으니까요.

 

숫자로 보면 게임산업은 이미 엄청난 스포츠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북미에서는 시장 규모로 추산할 때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중 하나인 아이스하키를 이미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만큼 e-스포츠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 관련 기사: e스포츠 시청자, 메이저리그 넘었다 (매일경제, 2018.11.4)

 

이렇게 게임이 여가를 즐기는 새로운 문명이 되었건만 우리나라 어른들의 시선은 아직도 싸늘하기만 합니다. 국회에서는 틈만 나면 게임산업을 마약이나 도박산업으로 분류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들의 눈에 게임은 건전한 스포츠가 아닌 것이죠.

 

롤드컵 결승전에 8000만 명이 몰렸다는 데이터를 우리나라 국회에 제시한다면 이렇게 얘기하지 않을까요?

그것 봐라. 이렇게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마약이 아니냐.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한 학생이 그러더군요. 2017년 롤드컵 결승전을 집에서 보고 있었답니다. 중국의 심장 베이징 한복판에서 4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모인 가운데 대한민국 팀끼리 결승전을 벌이는 장면이 정말 짜릿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응원하며 인터넷 방송을 보고 응원의 댓글도 달면서 열광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들어오셨답니다. 아들이 보고 있던 방송이 게임방송이라는 걸 알아챈 아빠는 몹시 화를 내며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고 하네요. '이제는 게임을 하다 하다 TV중계까지 보냐?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냐?' 이런 내용으로 야단을 맞은 겁니다. 학생은 '죄송합니다' 하고 컴퓨터를 껐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태연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켜더니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보시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