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의 제국'을 일궈내다

최근 5년간 에스티로더의 주가 추이 ©Google아침 8시 30분, 서울 강남의 파크하얏트 호텔 22층. 구두 뒷굽이 파묻힐 만큼 푹신한 카펫을 밟으며 긴 복도를 따라 인터뷰 약속 장소인 '프레지덴셜 스위트'로 들어섰다. 예상치 못하게 대여섯 명이나 되는 사람들로 호텔방 안이 북적댔다. 작은 서랍장 크기의 화장 도구를 펴놓고 윌리엄 로더(William P. Lauder) 회장에게 화장을 하는 메이크업팀이 출동한 것이다.

평소에도 화장을 하시나요?

그건 아니고, 신문 인터뷰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화장품 회사답게, 한국을 방문한 미국 화장품그룹 에스티로더컴퍼니즈(Estee Lauder Companies) 윌리엄 로더 회장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좀 색다른 준비 과정을 거쳐 시작됐다.

 

윌리엄 로더 회장은 성(姓)에서 짐작되듯, 창업자 에스티 로더의 손자다. '에스티로더'는 1946년 뉴욕에서 창업자 에스티 로더가 남편 조셉 로더와 함께 창업한 화장품 브랜드이자 회사명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화장품그룹 에스티로더의 윌리엄 로더 회장은 창업자이자 할머니인 고(故) 에스티 로더 여사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감성을 파는 '하이터치'에 일찍 눈뜬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태경클리니크(Clinique), 오리진스(Origins), 아라미스(Aramis), 랩시리즈(LAB Series), 맥(M·A·C), 바비브라운(Bobbi Brown), 라메르(La Mer), 아베다(Aveda), 토미힐피거(Tommy Hilfiger) 향수 등 백화점에 가면 볼 수 있는 이 낯익은 화장품과 향수 브랜드들이 모두 이 회사 소속이다.

 

총 스물일곱 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2009년에는 전 세계 시장에서 73억 달러(약 8조 3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화장품 그룹이다.* 매출 규모는 세계 4위. 하지만 P&G와 유니레버(Unilever) 같은 대중 제품 메이커를 제외하면, 프랑스 로레알에 이어 세계 2위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다.

* 2019년 기준, 총 25개 브랜드를 통해 149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아름다움의 제국'을 일군 여성 기업인을 꼽는다면 에스티 로더 창업자가 첫 번째는 아니다. 그보다 한 세대가 앞선 20세기 초, 미국 화장품업계에는 캐나다 출신의 엘리자베스 아덴(Elizabeth Arden), 폴란드 출신의 헬레나 루빈스타인(Helena Rubinstein)이 등장해 뷰티 산업의 역사를 개척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