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업무강도, 그 안의 캐릭터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5년 10월에 발간된 <인사이드 현대카드>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 본문 속 현대카드 직원들의 직함은 책 출간 당시 직함입니다.

[콘텐츠 발행일: 2019.11.27]

 

출발 직전 실무부서에서 받아본 정태영 사장의 스케줄표는 이랬다.

 

'첫째 날 오전 8시 30분 어바인 현대캐피탈 아메리카 방문. 오전 내내 회의. 점심 후 LAX공항 이동. 상파울루로 출발-둘째 날 오전 11시 상파울루 도착. 헬기로 시내 이동. 오후 3시 산탄데르 은행 보틴 회장 미팅. 연이어 산탄데르 브라질 CEO 등과 '중요한' 업무 협의-셋째 날 헬기로 현대차 브라질 공장으로 이동. 공장시설 참관 후 이구아수폭포로 이동…'

 

그동안 일정이 빡빡한 해외출장을 웬만큼은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대기업 CEO가 소화하는 출장은 그 차원이 달랐다. 도대체 이동하며 비행기에서 자는 날만 며칠인 거지? 하루도 같은 호텔에 머무는 날이 없네? 상파울루에서는 헬기만 네다섯 번을 타야 하는군…

 

무엇보다 난감했던 건 가뜩이나 경제용어나 복잡한 금융수식을 어려워하는데 출장 기간 내내 온갖 금융용어와 숫자가 난무하는, 그것도 대다수는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를 계속 지켜봐야 한다는 것.

 

더군다나 그 회의들은 2013년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성과들을 총점검하고 2014년의 계획을 수립하는 자리이거나, 지금 유럽의 가장 강력한 은행 중 하나인 산탄데르의 보틴 회장을 한국 언론인으로는 최초로 접하는 기회이거나, 한국 금융사 최초로 브라질에 진출하는 현대캐피탈의 비밀스러운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바쁜 일정 탓인지, 평소의 습관인지 정태영 사장은 이미 한참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공항 세관도 속전속결로 통과한다. 처음부터 단단히 긴장하지 않으면 주어진 일정 따라잡기에만 급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