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을 따르지 않는 구성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5년 10월에 발간된 <인사이드 현대카드>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재구성했습니다.
- 본문 속 현대카드 직원들의 직함은 책 출간 당시 직함입니다.

관습을 버리고 백지에서부터 생각하니 새로운 제도를 상상하는 게 가능해지더군요. 우리는 최근에 내부의 고정적인 직원 구분을 다 없애버리고 '직무급제'라는 것을 새로 만들었어요.

 

IMF 이후 모든 기업들이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정규직은 축소하고 비정규직을 늘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회사 입장에서도 업무에 숙련된 직원들을 내보내는 게 큰 손실이더라고요. 그렇다고 공공기관처럼 서무 일만 보다가 연차·호봉이 수십 년 쌓이면서 억대 연봉까지 올라가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손실이고요.

 

그래서 (일부를 제외하고) 단순 반복업무라도 정규직화한 다음 그 직무별로 체계를 만들었어요. 예를 들면 상담직군, 서무직군 같은 식으로요. 고용을 안정화할 테니 계속 일을 해라, 대신 당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만큼, 그 능력만큼 페이를 주겠다는 거죠.

 

연공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북키핑하는 파트에서 20년 동안 일했다고 해서 북키핑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서로 합리적으로 판단하자는 거죠. 만약 능력만 된다면 커리어마켓을 통해 다른 부서·직무로 가는 것도 당연히 오케이입니다. 물론 페이는 새로운 직무에 맞춰 변경되겠죠.

 

역으로 경쟁이 치열하고 업무 난이도가 높은 기획관리부서에서 단순업무를 수행하는 서무직군으로 전환하고 싶다고 나서는 사례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유연하면서도 시장원리에 맞는 방식으로 판단한다면 지금 한국 사회의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 황유노 부사장 

[콘텐츠 발행일: 201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