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다면, 시장의 밑바닥으로 내려가라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0년에 발행된 기사지만 현시점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일부 시의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덜어내고 재편집해 발행함을 알립니다.

한국 경제는 이미 위급한 상황입니다. 지금부터 찬찬히 생각해서 5~10년 후에 솔루션을 내놓을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단지 대다수 국민들이 이런 위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죠.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으로 유명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부터 쏟아냈다.

 

세계 경제가 80년 만에 최악의 경기 침체에 빠졌다는 2009년,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대표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했다.

 

그런 지금, 한국 경제에 대한 칭찬은커녕 위기를 말하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선두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개발한 파괴적 혁신 이론은 '잘 나가는 기업도 한방에 끝장날 수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업계 1위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첨단 신제품을 개발해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에 몰두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싸고 단순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에 야금야금 시장을 빼앗기고, 결국 몰락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을 사례로 들었다.

'파괴적 혁신'이론으로 유명한 세계적 경영 구루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당시 암 투병 중임에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으며 한국에 신랄하고도 애정에 찬 조언들을 해줬다. ©이태경 기자

고도 성장기에 일본 기업들은 파괴적 혁신을 통해서 앞서가던 많은 미국 기업들을 추월했습니다. 예를 들어 도요타(Toyota)와 소니(Sony)는 소형차와 트랜지스터 라디오처럼 아주 단순하고도 값싼 솔루션으로 시장의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한 발자국씩 고가 시장을 점령해나갔습니다. 1990년대가 되자 많은 일본 기업들이 시장의 정점에 올라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냈지요.
 

그러나 이런 하이엔드(high-end) 시장을 점령한 기업들은 정점에 오르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점에 오르면 새로운 경쟁자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본 경제가 성장을 멈추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한국·대만·싱가포르에 있는 기업들이 과거 일본 기업들이 했던 똑같은 파괴적 혁신의 방법으로 일본 경제를 공략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많은 일본 기업들이 시장에서 쫓겨나는 운명이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