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출발해 기업 총수가 되기까지

2017년, 내로라하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인 가운데 가장 분주하고, 정력적이며, 왕성하게 활동한 이를 꼽는다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단연 첫 번째다.

그는 2016년 7월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320억 달러(약 36조 원)에 사들이는 등 1년 동안 기업 M&A(인수합병)에만 약 46조 원을 쏟아부었다. 매일 지갑에서 최소 1200억 원 이상을 거래한 셈이다.

 

그뿐 아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1000억 달러(약 112조 원)짜리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도 운용을 시작했다. 소프트뱅크가 이미 사들인 미국 투자사 포트리스의 운용기금(80조 원)까지 합치면 그가 직접 만지며 사용하는 투자 금액만 200조 원에 육박한다.

 

2017년 한 해 전 세계 벤처캐피털 운용액(약 73조 원)의 2.6배가 넘는 거금이 그의 '베팅(betting) 수중(手中)'에 있는 것이다.

 

오전 9시 30분쯤, 손정의 사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소프트뱅크 본사가 있는 도쿄 미나토구의 시오도메 빌딩을 찾았다.

* 그는 회장이라는 명칭 대신 사장이란 공식 직함을 고수한다. 명함의 영어 직함 표기는 'Chairman & CEO'다.

 

본사는 17세기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대표 유적인 하마리큐 정원과 도쿄만(灣)이 내려다 보이는 풍광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37층짜리 빌딩 가운데 2층 식당·상점가를 뺀 1층부터 26층까지를 빌려 쓴다. 건물 내·외관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담백한 분위기였다. 1층 입구 벽에 붙어 있는 '努力って樂しい(노력은 즐거워)'라는 슬로건이 이를 웅변한다.

 

1981년 9월, 아르바이트생 두 명을 세워 놓고 귤 궤짝 위에 올라서서 직원 조회를 열며 출사표를 던진 손 사장의 36년 비즈니스 역정은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었다.

 

재일 한국인 3세인 그는 스물네 살에 '맨손'으로 출발해 한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능가하는 세계 1위 부호 자리에 올랐다. 일본 부자 1위이자 임직원 6만 7000명을 거느린 글로벌 비즈니스 제국 총수로 군림하는 그는 대하드라마의 주인공 같은 존재다.

 

"5년 안에 매출 100억 엔을 올리고 수만 명을 거느리는 거대 기업을 만들겠다"는 첫 다짐을 50년여 만에 거의 그대로 성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