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Belle Epoque, 아름다운 시절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2년 10월에 발간된 <쿡쿡: 누들로드 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졸업반 학생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고급반의 최종 테스트 중 하나인 '스튜던트 이벤트'가 임박한 것이다. 초급반이나 중급반과 달리 고급반의 마지막 시험은 필기와 실기고사 말고도 또하나의 관문이 포함되는데 그것이 바로 스튜던트 이벤트다.

 

간단한 이름에 비해 스튜던트 이벤트의 내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학생들 스스로가 각 파트를 맡아 하루 동안 실제 레스토랑을 여는데 오만 원 상당의 티켓도 판매한다. 가격 대비 훌륭한 요리가 나오는 르 코르동 블뢰의 행사이니만큼 학생들의 가족과 친구, 졸업생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조리의 전 과정은 물론이고 레스토랑 컨셉 결정, 메뉴 선정, 그릇 고르기, 테이블 꾸미기, 서빙과 티켓 판매, 홍보까지 학생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한다. 학생들에게는 졸업 후 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체험해보는 일종의 모의전투이고, 손님들에게는 단 하루의 만찬이다.

 

행사 2주 전 정규수업이 끝난 저녁, 졸업반 학생 전원이 모였다. 하루종일 있었던 수업으로 다들 녹초인데다 저녁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회의가 시작되었다. 어떤 컨셉의 레스토랑을 열지, 어떤 메뉴를 정할지 토론으로 결정해야 했다. 한 차례 이벤트라고 생각하면 대충 정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학교생활의 마지막 피날레인지라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토론에 불이 붙으면서 한 시간 예정이었던 회의는 세 시간 가까이 지속되었다.

A: 폴 보퀴즈(Paul Bocuse)의 대표적인 레시피를 재연해보면 어때?

B: 아냐, 누벨 퀴진도 이제 지루해.

A: 재패니즈 퀴진의 미니멀리즘을 시도해볼까?

B: 그건 오버야. 여기는 프랑스 요리학교지 스시 아카데미가 아니잖아.

C: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독일의 옥토버 페스티벌 컨셉을 가져오자.

B: 정말 엉뚱하네. 그건 너무 웃겨.

A: 컨셉도 컨셉이지만 나는 메뉴에 푸아그라를 넣었으면 좋겠어.

C: 일단 컨셉부터 정하고 메뉴를 정하자구.

서양친구들은 논쟁에 능하고 자기주장에 거침없다. 한국에서 촬영하다 보면 말 잘하는 셰프 찾기가 갈치살에서 잔가시 골라내는 것만큼 어려운데, 유럽에서는 학생들조차도 자기 요리에 대한 철학이 뚜렷하고 표현이 유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