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 무슨 학교가 이렇게 쪼그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2년 10월에 발간된 <쿡쿡: 누들로드 PD의 세계 최고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생존기>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흰색 건물에 푸른색 글자로 적힌 '르 코르동 블뢰(Le Cordon Bleu)' 간판을 발견했을 땐 반가움도 잠시, '엥? 무슨 학교가 이렇게 쪼그매?' 음식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꽤 많은 요리학교를 가봤지만 사층짜리 건물 하나가 교사(校舍)인 르 코르동 블뢰는 다른 요리학교에 비해 규모도 작고 시설도 많이 낡아 있었다(현재 르 코르동 블뢰 런던 캠퍼스는 이사를 했고 시설이 환상적으로 바뀌었다. 내가 다녔을 때가 캠퍼스를 옮기기 직전이었다. 운도 없지).

 

내가 학교에 들른 데에는 학교구경 외에 촬영을 위한 사전탐사 목적도 있었다. 런던으로 요리유학을 떠나겠다고 작정했을 때 내 머릿속에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 기획안이 있었다. 최고의 셰프를 꿈꾸며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젊은이들. 그들이 요리학교에 입학하여 요리사의 세계로 첫발을 내딛는 전 과정을 함께 체험하며 기록하는 프로듀서. 제목은 <셰프의 탄생>!

 

기왕 르 코르동 블뢰에 입학했으니, 요리학교 학생이자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두 가지 판을 벌여보자는 심사였다. 처음엔 조리수업을 받으면서 촬영을 할 생각도 했다. 오른손에는 카메라, 왼손에는 칼이라니 상상만 해도 죽여주는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

 

그야말로 요리학교의 실상과 학생으로서의 내 주제를 몰라도 한참 몰랐던 것이다(첫 실습시간, 나는 양손으로도 모자라 발가락까지 동원해 칼을 잡아야 할 지경이었다). 다행히 이 문제는 현지에서 촬영과 연출을 도와줄 인재들을 구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문학동네

진짜 난관은 르 코르동 블뢰 런던 캠퍼스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르 코르동 블뢰 재단은 촬영에 협조적이었지만 런던 캠퍼스의 입장은 달랐다. 학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촬영중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였다. '뜨거운 것'과 '날카로운 것'으로 가득 차 있는 주방에서는 순간의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사고방지를 위해 카메라맨이 주방에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서만 촬영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요리사가 신선한 재료를 원하듯 프로듀서와 카메라맨은 한 발짝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생생하게 포착한 영상을 원하는 법이다. 결국 이 문제는 입구에서 찍되 카메라 위치를 바꿔야 할 때는 셰프(선생님)의 허락을 받는 것으로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