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4월에 발간된 <클럽 아레나>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클럽을 주제로 책을 쓴다고 하니 모두가 웃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문화란 좋다 나쁘다 같은 가치 판단에 앞서, 한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며 만드는 행동 양식을 가리키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설령 변질된 욕망이든 일시적인 일탈이든 가치 판단 못지않게 사실 판단은 중요하다.

 

나아가 일련의 문화를 통해 현재 한국의 사회상을 비춰 볼 수도 있다. 사회 규범 아래 평소 숨겨야 했던 욕망이 클럽에서만큼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진실은 대개 사람들이 숨기고 감추는 것에 자리하기 마련이다. 클럽에서는 천민자본주의, 외모 지상주의, 여성 혐오 등 모두가 부정하지만 사회에 만연한 태도가 전면적으로 나타난다. 일상에선 아닌 척, 모른 척하지만, 결국 속 안에 들끓는 욕망이 어떤 종류인지 엿보인다.

파사드: 공간을 채우는 공간성

아레나에서 파사드(façade)*는 건축 요소가 아닌 일련의 사람들이다. 운영 시간 때면 건물 주위를 빼곡히 메우고 있는 사람들이 그 자체로 옥외 광고판이 된다.

* 건축물의 주된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로, 내부 공간구성을 표현하는 것과 내부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구성을 취하는 것 등이 있다.

 

아레나가 개장하면 택시와 대리주차를 기다리는 외제차가 줄지어 늘어서고, 클럽을 찾아온 사람들이 그곳을 동시에 광고한다. 무슨 옷을 입고 노는지, 좀 전에 만난 남녀가 어떤 관계가 되었는지 등과 같은 정보를 금세 알아볼 수 있다.

2017년 12월 17일 새벽 2시 클럽 아레나 앞 ⓒ에이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