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트레이더의 하루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9월에 발간된 <나는 대한민국 상사맨이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나는 영업사원이기도 하면서 대외적으로는 '트레이더'였다. 그러나 내게는 트레이더라는 표현이 낯설었다. 외환 트레이더 또는 채권 트레이더 같은 말을 금융계에서 언뜻 들어본 듯한데 곡물 트레이더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영업' 내지는 '해외 영업'이라고 부르는 직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직원들은 스스로를 영업사원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명함이나 이메일에는 트레이더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사실 트레이더는 금융계뿐만 아니라 곡물을 포함한 원자재 시장에서도 널리 통용되는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일을 하면서 생각한 트레이더의 정의는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반복하여 이익을 만들어내는 존재'다. 이때 이익은 시차를 두고 생기는 가격 변화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고, 같은 시점 다른 공간에서 정보나 수급의 불균형으로 발생할 수도 있으며, 리스크를 전가하고자 하는 수요 또는 공급 측의 필요에 따라 생기기도 한다.

 

즉, 어떠한 유형(有形)의 생산도 하지 않고 단순히 사고파는 행위를 통해 트레이더는 이윤을 창출한다. 실력 있는 트레이더가 되려면 자신이 다루는 아이템과 거래에 내재된 리스크에 대해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회사마다, 시장마다 트레이더가 담당하는 업무의 범위나 성격에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앞에서 얘기했듯 내가 종합상사에서 경험한 트레이더로서의 업무와 싱가포르 곡물 트레이딩 회사의 업무는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아닌 부분도 많다. 겹치는 부분은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매매를 반복한다는 점이고 이것이 트레이딩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