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바디 프로필'

자기애가 강한 90년대생들은 회사와 학업에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자신의 몸에 투자하고, 여가 시간을 건강하게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주 52시간 근무 체제가 시행되고 워라밸을 챙기는 문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퇴근 후 피트니스 센터, 필라테스 스튜디오로 향하고 있습니다.

 

운동 문화가 확산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SNS의 발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타인 앞에서 건강하고 활기차고 인싸*인 나를 전시하고 싶은 열망이 증폭되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건강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운동을 하면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시간과 돈의 여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운동이 타인에게 보여주기에 더 멋진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신조어

 

이런 욕망은 다양한 '#운동스타그램'을 만들어냈습니다. 골프를 치면 스윙 영상을 올립니다. 트레드밀을 뛴 다음에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운동 시간을 박아 올리죠. 필라테스가 끝난 다음에는 레깅스 차림으로 인증샷을 찍습니다. 댄스 연습이 끝나 한 곡을 완성하면 연습 동영상이 올라옵니다.

건강하고 매력적인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니즈가 강화되면서, 운동하는 일반인들도 바디 프로필을 촬영하는 문화가 더 보편화되고 있다. ⓒ곽나래

SNS에서 건강하고 매력적인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니즈가 강화되면서 일반인들도 '바디 프로필(body profile)*'을 찍는 문화가 더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화보는 연예인들이나 찍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인들이 화보 같은 멋진 사진들을 찍어내는 것은 물론 전문가를 고용하여 스냅 사진, 프로필 사진을 찍는 시대입니다. 그 촬영의 범위가 바디로까지 넓어진 것입니다.

* 신체 근육 위주의 화보. 보통 운동과 식단 관리 후에 촬영한다. 과거에는 피트니스 선수들이 포트폴리오로 찍는 사진이었으나 최근 들어 범위가 확장되었다.

 

보통 바디 프로필은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데요. 찍기 전에 강도 높은 식단 관리와 웨이트 트레이닝이 수반됩니다. 쉽지 않은 일이고 촬영 비용도 비쌉니다. 그런데도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꼭 한 번은 찍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되면서 많은 이들이 높은 비용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바디 프로필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인기 있는 스튜디오는 몇 달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기획자와 마케터를 위한 TIP

1. 나를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운동이 더 큰 인기를 얻습니다. 90년대생들은 운동하고 있는 나의 멋지고 건강한 모습을 촬영해 남기고 싶어합니다. 제가 퍼스널 트레이너나 필라테스 강사라면 운동하는 회원의 모습을 최대한 멋지게 영상으로 만들어 줄 겁니다.

2. 운동의 인기와 함께 미의 기준도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여리여리한 마른 몸과 청순한 이미지가 미의 기준이었다면, 요즘은 꾸준히 운동하여 가꾼 몸과 더 건강해 보이는 피부를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미백 제품의 인기가 전보다 덜하고, 태닝이 좀 더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운동하는여자'의 탄생

운동하는 여성의 비중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동시에 애슬레저 시장 규모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유로모니터

최근 스포츠용품과 피트니스 업계의 주력 타깃은 여성이라고 합니다. 이미 성숙기에 도달한 남성 스포츠용품 시장과는 달리 여성 스포츠용품 시장은 이제 막 크게 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러닝은 중장년층 남성들이나 좋아하는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 이후에 스포츠 브랜드에서 개최하는 10km 내외의 단축 마라톤과 '컬러런', '좀비런' 등의 이색적인 마라톤 개최가 확대되면서 20, 30대로 저변이 확대됐습니다.

* 관련 기사: "20~30대도 달리기 매력에 중독되다" (머니투데이, 2014.7.28)

 

여성들의 참여도 크게 늘었습니다. 10km짜리 단축 마라톤의 경우 남성과 여성 비율이 6대 4에 달할 정도입니다. 많은 여성들이 러닝 자체를 즐기면서, 때로는 셀카를 찍어 인증샷을 남기며 러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운동으로 요가와 필라테스가 있습니다. 격렬한 웨이트 트레이닝보다 상대적으로 덜 힘든 운동이라는 인식도 있고, 처음 시작할 때 전문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홈트레이닝(home training, 이하 홈트)으로 즐기기에도 적합해 크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대중적인 운동이 아니었는데 2013년 전후로 급격히 늘어나, 지금은 집에서 걸어서 15분 이내에 있는 필라테스 스튜디오 개수를 세려면 양손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급증으로 인해 요가·필라테스 민간 자격증 발급 또한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슬레저룩(athleisure look)* 시장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레깅스로 연 매출 400억 원이라는 대박을 터트린 국내 브랜드 안다르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안다르는 요가 강사 출신 창업자, 92년생 신애련 대표가 2015년 창업한 운동복 브랜드입니다. 어떻게 신생 브랜드가 나이키, 룰루레몬 등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 운동하기에 적합하면서도 일상복으로 입기에도 편안한 옷차림

일상복 같은 편안함을 연출한 요가복 브랜드 '안다르'의 광고 이미지 ⓒ안다르

첫째, 운동을 가르치는 강사들과 스튜디오를 활용하여 '입소문'을 내고 '전문가들도 입는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축적된 입소문으로 판로를 차근차근 확대한 뒤 최근에는 셀럽을 활용한 매스 마케팅을 진행하여 매출 볼륨을 크게 늘렸습니다.

 

저도 몇 년 전, 다니던 요가 스튜디오의 선생님으로부터 안다르를 추천받아 레깅스를 입기 시작했습니다. 다니던 K팝 댄스 아카데미에는 안다르 매트가 쌓여 있었습니다. 고객이 '운동을 접하는 장소'와 '고객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바탕으로 브랜딩하는 전략이 시장에 통하는 것입니다.

 

이 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이 증명되자 여러 에슬레저 브랜드들도 비슷한 마케팅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브랜드 제시믹스도 '전문 강사가 입는 운동복'으로 포지셔닝하면서 고객에게 다가갑니다.

 

둘째,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레깅스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기존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레깅스는 Y존에 봉제선이 있습니다. 그런데 딱 붙는 레깅스의 특성상 Y존에 봉제선이 있으면 해당 부위가 강조되어 평상복으로 입기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안다르는 Y존에 봉제선을 없애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꾸준히 광고하고 있습니다.

 

검은색과 남색 일색이던 레깅스에 하늘색, 분홍색, 레몬색 등 갖가지 컬러를 입히고 일상복과의 코디네이션을 제시해 인기를 얻었습니다. 안다르 화보 컷을 보면 컬러풀한 레깅스에 구찌, 발렌시아가 등 갖가지 명품 브랜드의 최신 유행 운동화를 착용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레깅스 화보인지 운동화 화보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이것은 이 브랜드가 피트니스 센터에서만 입는 운동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지향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운동복이 '운동할 때 입는 옷'에 그치지 않고 '패션'이 되면 브랜드에는 어떤 점이 좋을까요? 판매량이 늘어납니다. 상품이 운동복이라면 매일 매일 운동하는 강사가 아닌 일반 고객은 많이 살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옷이 일상에서도 입는 패션이라면 색색깔로, 철마다 구매하게 되겠죠.

기획자와 마케터를 위한 TIP

1.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여성 고객을 공략하세요.

2. 인증샷을 남길 수 있고, 즐기며 운동할 수 있는 행사나 클래스를 개최하세요. 해당 운동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고 행사를 개최한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강화됩니다.

3. 고객이 운동을 접하는 '장소'와 고객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먼저 공략하세요. 제품을 지속해서 노출한 후 긍정적인 피드백을 쌓으면 신뢰도가 높아져 구매로 연결됩니다.

4. 운동할 때만 입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패셔너블한 애슬레저룩을 만드세요. 레깅스를 운동할 때만 입는다면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패션 아이템이 된다면 더 많이, 철마다 구매하게 됩니다.

5. 일부 레깅스 광고를 두고 성 상품화 논란이 있습니다. 타깃 고객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논란을 만들지 않도록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주의해야 합니다.

개인별 밀착 관리, 트레이너의 '잔소리'를 사다

90년대생들의 트레이닝 스타일로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홈트레이닝파', 비싸도 제대로 배워야 한다는 '개인별 밀착관리파' 두 가지가 눈에 띕니다. 특히 제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트레이너의 '잔소리'를 사는 밀착관리 트레이닝 트렌드입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90년대생 사이에서 PT(Personal Training), 필라테스 클래스, 온라인 PT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면서 보편적인 운동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90년대생이 밀착 관리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90년대생 중에는 구직자이거나 사회초년생인 사람이 많은데요. 그 누구보다 일과 학업 등 신경 쓸 것이 많고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운동할 때에도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고 싶어 합니다.

 

또한, 90년대생은 다른 세대에 비해 나에게 돈을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효과가 좋기만 하다면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매 관리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경우, 비싸더라도 PT를 등록해 트레이너로부터 밀착관리를 받습니다. 운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목표에 맞는 루틴'으로 '정확한 운동 자세'를 하고 '식단 설계'를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죠.

 

PT는 회당 비용이 5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인데요. 피트니스 센터만 등록하고 혼자 운동하는 것에 비해 고가의 비용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PT는 보편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1:1이나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되는 기구 필라테스 클래스 역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출처: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유망 여가/생활서비스 분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18)

 

고가의 트레이닝 비용에는 운동 지도뿐만 아니라 트레이너의 '잔소리' 서비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을 참으면서 정해진 음식을 정해진 양만 먹는 식단 관리는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90년대생은 오늘도 트레이너의 피드백과 잔소리를 구입해 운동 욕구를 다잡습니다.

 

이 '잔소리' 서비스의 시장 기회에 주목한 것이 온라인 PT 서비스입니다. 밀착 관리는 받고 싶어하지만, PT의 높은 비용이 부담스럽거나 시간 투자가 힘든 사람들이 이 서비스의 타깃인데요. 가성비를 중시하는 90년대생의 성향에 잘 맞기 때문에 온라인 PT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나 프로젝트리즈 등이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온라인 PT 서비스 눔의 서비스 소개 화면 캡처. 개인 맞춤형 코치의 코칭과 팁, 식단 관리 서비스가 제공된다. ⓒNoom

서비스를 결제하면 퍼스널 트레이너가 지정되고, 사용자가 정한 기간 동안 관리를 해줍니다. 회원과 트레이너는 앱을 통해 소통합니다. 오프라인 PT와 마찬가지로 트레이너가 식단을 짜주면 회원은 오늘 먹은 식단 사진을 찍어 보냅니다. 정해진 운동을 하고 영상을 찍어서 보내기도 하고요. 그러면 트레이너가 칭찬이나 보완할 점을 피드백합니다.

 

친구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적이 있는데요. 식단을 지키지 못한 경우에는 트레이너가 회원을 나무라기도 하더라고요. 비대면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피트니스 센터에서 진행하는 PT처럼 '잔소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같아 인상 깊었습니다.

 

* 유명 운동 유튜버 '땅끄부부'의 홈트레이닝 영상 ⓒ땅끄부부

 

더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운동하는 방법을 찾는 90년대생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홈트레이닝에 열중하는 '홈트족'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홈트는 무엇보다 유튜브의 인기를 타고 대중화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영상만 잘 따라 해도 웬만한 맨몸 운동이나 소도구 운동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수요가 높아지면서 땅끄부부, 주원홈트(삐약스핏) 등등 유명한 크리에이터들이 생겨났습니다.

 

홈트레이닝 시장이 발달하면 커머스 업체 입장에서는 판매할 수 있는 기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고객층이 확대됩니다. 요가 매트나 덤벨, 폼롤러, 케틀벨, 피트니스 밴드 같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기본적인 아이템부터 스쿼트 머신 등 특정 운동에 특화된 머신까지 홈트레이닝 장비의 범위가 늘어나 판매의 기회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획자와 마케터를 위한 TIP

1. '잔소리'가 포함된 1:1 밀착관리 서비스를 파세요. 운동은 의지가 약해지기 쉬우므로 다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2. 스포츠는 물론 의지가 약해지기 쉬운 학습·자기계발 영역에서 꾸준한 '잔소리' 서비스를 추가하세요. 예를 들어 화상 영어 앱일 경우, 예습·복습 알람을 제공하고, 강의가 끝날 때마다 튜터가 사용자의 학습 능력을 평가하고 조언하는 식으로요.

3. 운동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뤄내고 싶어하지만 '의지'가 부족해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영역과 '잔소리', '밀착 관리' 서비스를 결합해보세요. '전 국민 목표 달성 앱'을 표방하는 챌린저스는 어떤 목표에 대해 '돈'을 낸 뒤 인증샷을 찍거나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목표 달성을 돕고 있습니다. 챌린저스에 등록된 목표는 '하루에 한 번씩 하늘 보기' '도시락 싸기'처럼 굉장히 다양합니다.

유행 아이템으로 등극한 스포츠 원데이 클래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의 발달로 새로운 스포츠를 접하기가 쉬워지고 SNS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유행에 등극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핑은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스포츠였습니다. 외국에서나 접할 수 있는 힙스터들의 문화였죠.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동해안에 서핑 스팟이 개발되고, 서핑을 즐기는 모습이 SNS에서 바이럴됨에 따라 빠르게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90년대생의 핫플레이스 양양 '서피 비치' ⓒ서피 비치

잘 키운 스포츠 하나가 도시 전체를 대박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양이 그 예입니다. 2019년 7월 기준으로 인구 2만 7000명인 이 강원도의 작은 도시는 서피 비치를 개발했고, 결국 서핑 하나로 젊은이들이 꼭 가고 싶은 '힙한' 여행지로 등극했습니다. 양양 죽도 해변은 과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7%를 차지하던 초고령 마을이었지만 서핑 스팟으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이제는 서핑숍, 카페, 식당 등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관련 기사: '다큐3일' 양양 죽도해변 72시간, 파도 좋은 날의 서퍼들 (티브이데일리, 2018.7.27)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의 발달은 사람들이 새로운 스포츠를 접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어줍니다. 수도권에서 서핑을 하기 위해서는 동해안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없거나 자가용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서핑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준비하려면 귀찮은 감이 있기도 하지요.

 

그럴 때는 여가 액티비티 원데이 클래스 종합몰인 프립을 이용하여 강릉 등 서울과 가까운 서핑 스팟으로 떠나는 단체 패키지를 이용하면 됩니다. 돈만 내면 서핑 스팟으로 떠나는 차량부터 장비, 강습, 식사까지 모든 것을 제공합니다. 수강생은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손가락 몇 번만 튕기면 된다는 점에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 사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에서 동해 서핑 패키지를 검색해보았다. 예약 시 교통수단, 장비 렌탈, 강습, 식사, 숙박이 제공되기 때문에 훨씬 더 쉽게 떠날 수 있다. ⓒFrip

아직 다소 생소한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강사를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어떤 스포츠든 상관없이, 재능을 가진 사람과 그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숨고탈잉 같은 플랫폼들을 통해 내가 배우고 싶은 스포츠를 쉽고 편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재능 오픈마켓 숨고에서 프리다이빙 강사를 검색해보았다. 먼저 카테고리를 고른 후, '고수'를 소개받기 위한 간단한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조건에 맞는 강사를 연결해준다. ⓒ숨고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싶다면 숨고의 프리다이빙 레슨 카테고리로 들어가 강사 리스트 중에서 원하는 사람을 골라 견적 요청서를 보내면 끝입니다. 숨고에서 발견한 '고수'를 통해 프리다이빙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 제공 받고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장비 대여부터 자격증 발급에 필요한 모든 절차는 강사가 대행해줍니다.

 

이렇게 플랫폼을 잘 활용하기만 하면 다소 생소하던 스포츠라도 단기간에 대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운동 영상이 SNS에서 바이럴되기 때문에, 이전보다 유행도 쉽게 일어납니다. 실제로 많은 프리 다이빙 강사들이 '고프로'를 이용하여 수강생들의 다이빙 영상을 촬영해 서비스로 제공합니다. 이제는 운동복, 운동기구뿐만 아니라 스포츠 자체가 쇼핑할 수 있는 아이템의 영역에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기획자와 마케터를 위한 TIP

1. 양양은 서피 비치를 개발하여 도시 자체가 대박이 났습니다. 지역 도시를 특정 스포츠의 대명사로 키우면 도시 브랜딩을 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2. 이제 스포츠 카테고리에서 팔 수 있는 것은 운동복과 운동기구뿐만이 아닙니다. 스포츠 그 자체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청소' 카테고리에서 청소기구뿐 아니라 청소 서비스를 판매하듯, 기존 이커머스 시장도 '스포츠용품'뿐 아니라 다양한 액티비티를 함께 판매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90년대생의 새로운 스포츠 문화, 러닝 크루

운동 동호회 문화는 세대를 막론하고 존재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만들어진 운동 동호회는 함께 운동하는 활동에 그치지 않고 동호회 활동을 브랜딩합니다. 로고를 제작하고, 굿즈를 만들고, 기업과 콜라보레이션 하는 등 '크루' 문화를 만들어 90년대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죠.

서울의 대표적 러닝 크루 'WAUSAN30'. 패션 브랜드 '허쉘(Herschel)'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굿즈를 제작하고, 스포츠용품을 나눔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WAUSAN30

이 중에서도 특히 러닝 크루가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주목할만합니다.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서울의 주요 크루들은 공식 계정 팔로워가 수천~수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단체로 옷을 맞춰 입고 정기적으로 도심을 달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 관련 기사: [ESC] 빌딩 숲을 달린다···나는 '러닝 크루'! (한겨레, 2019.6.5)

 

유명 크루 중 하나인 러닝 크루 WAUSAN30은 'Run Thirsty, Drink Victory'라는 슬로건 아래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크루입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정기적으로 러닝 세션을 주최하는데 최근에는 200회 세션을 달성할 만큼 몇 년째 활발히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크루의 색이 담긴 로고를 자체 디자인하여 굿즈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아나바다 행사, 러닝 이벤트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WAUSAN30 외에도 UCON, SRC, 88SEOUL, PRRC, JSRC 등등 여러 유명 러닝 크루가 서울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러닝 크루들은 정기적으로 러닝 세션을 주최할 때, 크루 멤버뿐만 아니라 '게스트'를 신청받아 함께 달립니다.

 

함께 뛰면서 여러 장의 단체 사진을 찍고, 달리고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도 카메라에 담습니다. 러닝이 끝나고 나면 이 사진들은 크루의 공식 인스타그램과 각 멤버들, 게스트들의 개인 계정에 업데이트됩니다.

 

여럿이 모여 활발하게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하기 때문에 스포츠 브랜드 입장에서 이들은 최상의 바이럴 그룹입니다. 이로 인해 여러 스포츠 브랜드가 러닝 크루를 효과적인 마케팅 툴로 인식, 콜라보레이션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NRC 앱을 켠 채로 러닝을 하면 달린 시간, 거리, km당 속도를 확인할 수 있고, 이 정보를 사용해 인증샷을 만들 수 있다. ⓒ곽나래

특히 나이키가 러닝 크루 문화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나이키는 여러 러닝 크루를 후원하고 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러닝 크루의 활동과 브랜드 마케팅이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이키는 GPS 기반으로 달린 시간, 경로, km당 속도를 기록할 수 있는 앱 NRC(Nike Run Club)를 만들었습니다. 이 앱에서 이미지를 만들면 인증샷에 '나이키+' 로고가 남습니다. 덕분에 아주 효과적이고 자연스럽게 바이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데요. 이 앱은 러닝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의 필수 앱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달리고 난 후에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멋진 인증샷을 만들 수 있어 이 앱을 자주 사용합니다.

 

이 밖에도 나이키는 러닝 세션 전에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매장 탈의실을 제공하기도 하고, 더 많은 크루가 브랜드의 제품을 착용하고 달리도록 직접 상품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크루와 협업해 커스터마이징 신발을 만들고 하고요. 광고를 찍을 때도 러닝 크루를 출연시킵니다. 러닝 크루 멤버는 브랜드 제품을 그 누구보다 많이 소비할 잠재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자와 마케터를 위한 TIP

1. 여러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바이럴 그룹을 우리 브랜드의 팬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2. 바이럴 그룹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계속해서 쓸 수 있는 유용한 앱을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할 수도 있으며 캠페인에 참여시킬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