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선보인 로봇 식당, 메리고키친

큐레이터의 메모

국내 온라인 유통의 규모는 약 100조 원입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구분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두 시장의 구분을 넘어서며 옴니 채널 쇼핑(Omni Channel Shopping,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쇼핑체계)을 위한 환경 구축에 모두가 나서고 있습니다. 신세계 그룹은 오프라인 이마트와 온라인 사업부 SSG를 연계하며 소비자와 모든 접점에서 만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는 단순히 온라인 사업을 새로 시작한 것으로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오프라인 물류와 온라인 물류의 시스템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각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고 연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온라인 IT, 오프라인 물류 시스템이 기반으로 확보되어야 하거든요.

뿐만 아니라, 새롭게 뜨고 있는 유통 기술은 무인점포입니다. 한국의 편의점 CU와 세븐일레븐은 각 6개의 무인점포를 운영 중인데요. '아마존고(Amazon Go)'로 주목받았던 무인점포는 미국에서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에서도 빠르게 확장 및 테스트 중입니다. 인건비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 개선에 필수적이거든요.

이렇게 유통 기술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빠르게 발전하며,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개인의 일상과 거리가 먼 연구실의 일처럼 느껴지다가도, 이런 일상의 변화들을 들어보면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일상에 침투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됩니다.

미래의 편의점이, 마트가, 온라인 커머스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여 저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요. 해당 기사에서는 한국의 혁명과 규제로 인한 한계를 모두 균형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시야를 동시에 읽으며, 미래 유통의 모습을 상상해보실 수 있는 기사입니다.

주문하신 메뉴 도착했어요. 메뉴를 꺼내신 후 확인을 꾹 눌러주세요.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선보인 로봇 식당 '메리고키친'에서의 식사는 로봇의 안내로 시작된다.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에 방문한 메리고키친의 첫인상은 '낯선 익숙함'이다.

 

자리에 앉으면 이동하기 편하도록 널찍이 배치된 테이블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이 아닌 로봇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흔한 메뉴판 하나 없는 이곳에서는 주문을 위해 직원과 눈을 맞추려 애쓸 필요가 없다. 테이블마다 배치된 안내서에 따라 주문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배민 앱을 켜고 안내서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한 후 원하는 메뉴를 골라 결제하면 주문 끝. 메뉴 사진과 간단한 설명뿐 아니라 영상이 있어 어려움 없이 선택 가능하다.

배달의민족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면 주문이 완료된다. 사진은 서빙 로봇이 주문한 음식을 가져다주는 모습. ⓒ매일경제

주문을 마치니 직원이 서 있는 카운터 부근에서는 '주문이 들어왔다'는 알림이 울린다. 주문하기까지 직원과 나눈 대화는 한 마디도 없다. 주문을 하면 서빙 로봇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동하는 로봇이 나에게 오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로봇 스크린을 보면 된다.

 

내 테이블 번호가 떴다면 로봇이 나를 향해 오는 중이다. 4번 테이블에 도착한 로봇에는 물병과 컵, 앞 접시와 물티슈가 놓여 있다. 고생한 로봇을 위해 테이블에 배치하는 것은 손님 몫. 테이블에 놓고 확인 버튼을 눌러 돌려보내면 유유히 돌아간다.

 

주문한 음식과 음료도 마찬가지다. 멀리서 로봇이 음식과 음료를 갖고 오면 손을 뻗어 받은 후 확인 버튼을 누르면 로봇의 임무는 끝난다. 여기까지는 낯설고 신기한 풍경이다. 나머지는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었다.

 

안타깝게도 식당을 방문한 손님들은 직원에게 꽤 여러 번 부탁을 해야 했다. 앞 접시를 추가로 요청하거나 물을 더 달라고 하거나다. 로봇과 직접적인 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 비대면 방식은 어디까지나 주문·결제·서빙에 한정된다.

 

식사를 끝낸 후 그릇을 치우고 테이블을 닦는 것도 모두 사람이 한다. 로봇은 그저 '말없이' 서빙만 해줄 뿐이다. '미래 식당'이라는 수식어가 아직은 거창해 보이는 이유다.

 

메리고키친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고, 배민은 강조한다. 다른 외식업에서 쓸 수 있는 솔루션을 보여주는 쇼룸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통혁명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물류 분야에서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필두로, 기업들이 온라인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다만 주요 기업이 온라인 사업 확대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극적인 변화'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물류 개선 나선 대형마트 3사

대형마트 3사는 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 (출처: 매경이코노미 / 그래픽: 퍼블리)100조 원. 국내 온라인 유통시장 한 해 거래 규모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의 경계가 사라지고 '로켓배송'과 '물류센터'를 앞세운 쿠팡‎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면서 대형마트 3사는 고민에 빠졌다. 이들은 다양한 IT 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특화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배송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 SSG닷컴의 온라인 물류 전용센터 '네오' 소개 영상 ⓒSSG.COM

 

신세계는 온라인 물류 전용센터 '네오'를 앞세워 보다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최근 새벽배송을 시작한 SSG닷컴은 배송 가능 지역을 경기도까지 확대했다. 현재 2개인 네오를 수도권 6개, 지방 대도시 5개 등 총 11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슈퍼는 '새벽배송'에 이어 '야간배송'을 도입했다. 롯데마트 금천점은 'QR코드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매장에 방문한 소비자가 물건을 직접 담을 필요 없이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장바구니에 담으면 3시간 내에 집 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직접 물건을 볼 수 있으며 집까지 굳이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서비스는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온라인 총력전'을 선언한 홈플러스는 기존 유통업체와 전혀 다른 방식을 택했다.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다. 홈플러스는 돈을 쓰는 대신 각 매장별로 존재하는 적재 공간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기존 점포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당일배송'에 나설 예정이다. 홈플러스 측에 따르면 "홈플러스만이 가능한 전략"이다. 홈플러스가 경쟁사 대비 점포 후방 창고와 물류 차량 입차·출차 공간이 넓기 때문이라고.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과거 물류창고는 '보관'하는 개념이었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빠른 서비스를 위해 공장이나 매장이 물류창고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며 "홈플러스처럼 '매장=물류센터'라는 인식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혁명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전방위적인 변화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재고관리다. 최근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고객 주문량을 예상하고 상품을 발주해 재고를 관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등은 빅데이터 기반 주문량 예측 시스템으로 신선식품 폐기율을 1% 미만으로 관리하고 있다.

 

재고관리를 위해 구독경제를 접목하는 기업도 있다. CJ ENM 오쇼핑은 지난 6월부터 생리대 정기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만큼 사전 수요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CJ오쇼핑, 생리대 정기배송 론칭…홈쇼핑 구독경제 확대 (2019.5.22)

국내 리테일 테크 한계, 혁신을 위해서는?

배송이나 재고관리 등 일부 분야에서는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파격적으로 느낄 만큼 새로운 시도가 부족한 점은 국내 유통혁명의 한계로 지적받는다.

 

무인점포가 대표적인 예다. 2017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무인점포는 최저임금 상승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확산 속도는 중국 등 다른 국가보다 훨씬 더딘 편이다. 국내 무인점포는 편의점 업계가 주도한다.

* 관련 기사: 무인 편의점 `열풍`…이마트24·CU·세븐일레븐 방문해보니 (매일경제, 2018.8.24)

 

이마트24가 18개, CU와 세븐일레븐은 각각 6개의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전국 편의점이 4만 개가 훨씬 넘지만 무인점포는 고작 0.1%도 안 되는 30개다. 무인점포 확산 속도가 느린 이유는 뭘까. 우선 환불 시 고객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도입을 꺼리는 모습이다. 도난이나 기물 파손 등에 완벽히 대비할 만한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QR코드 방식' 결제 시스템도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QR코드 방식이 잘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결제 시스템 발전 과정과 연관 지어 살펴볼 수 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유선 인터넷망이 발달했다. 결제 단말기 시스템도 유선 기반으로 구축한 매장이 많았다.

 

반면 중국은 유선망을 구축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선이나 모바일로 시선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결제 시스템이 QR코드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은 이미 많은 매장이 유선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는데 또 비용을 들여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QR코드 결제 방식이 잘 활용되지 않았다"며 "게다가 오프라인 시장에서 QR코드 방식은 보안성 측면에서 완벽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QR코드 결제 시스템 같은 새로운 서비스의 시도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미국 페이팔이 혁신적인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잦은 시행착오'를 극복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새로운 시도 자체가 드문 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도한 규제가 한몫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유통산업을 주도하는 주체가 비교적 혁신적이지 않기 때문"이란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 영국 오카도 등은 기술·자본·인지도를 두루 갖춘 대형 온라인 기업이다. 세계 각국에서 유통혁명을 주도하는 주체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기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유통 패권을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유통혁명을 기대할 만한 거대 기업이 대부분 오프라인에 기반을 두고 있다. 대형마트 3사처럼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혁신'이라 부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쿠팡을 비롯한 11번가‎, 이베이코리아, 위메프 등 온라인 기업은 규모 면에서 유통혁명을 이끌 만한 역량이 부족해 보인다.

 

박찬욱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은 유통혁명이 일어나는 장일 뿐, 그 자체가 혁명을 주도하지는 못한다. 한국의 유통혁명 속도가 느린 것은 오프라인 기업이 유통혁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은 온라인 관련 기술을 확보할 만한 동기 부여가 부족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