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에게는 유튜브보다 틱톡

Curator's Comment

2012년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창업을 했습니다. 15초 짜리의 짧은 영상들을 짜깁기하여 올리는 영상 플랫폼 '틱톡'의 이야기입니다.

특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시간 떼우기를 위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웃긴 영상들이 하나둘씩 올라올 때 그 누구도 이 기업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간 낭비라며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7년이 지난 2019년.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현대자동차의 2배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어마무시한 유니콘이 되었습니다.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인 브이로그(Vlog)에 틱톡의 T를 합성한 'Tlog'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마치 인스타그램이 해쉬태그라는 개념을 세상에 처음 만들었듯이, 틱톡은 15초 영상이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유통시키고 있습니다.*
* 관련 기사: 틱톡, 이승기와 함께 '1일(日)1하이라이트' 신규 광고 공개 (브랜드브리프, 2019.8.16)

스마트폰에 적합한 15초의 분량, 주목받고 싶은 밀레니얼 세대의 욕망을 간파한 자기 중심적 영상에 유명인 마케팅을 가세하며 바이럴을 타기 시작한 그들은 초기의 시간 낭비라는 반응을 뒤집고 재미있고 참신한 콘텐츠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틱톡은 이제 단순 재미를 위한 콘텐츠를 넘어 기업들의 홍보 수단으로 더 큰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사례로는 트렌디한 마케팅을 선도하기로 유명한 배달의민족이 있습니다.*
* 관련 글: 틱톡X배달의민족 배민먹방타이쿤 이벤트

틱톡의 성장은 기존의 콘텐츠 문법을 뒤집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보고, 콘텐츠를 통해 의미와 해석을 부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틱톡의 콘텐츠는 어떠한 스토리도, 의미도 없지만 재미있고 중독적으로 사람들을 매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만의 새로운 문법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고, 이런 변화에 기업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시장의 문법 자체를 바꾸며 빠르게 성장하는 틱톡을 통해 영상 콘텐츠의 변화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챕터 이미지 ©Burdun Iliya/Shutterstock

중국 정부가 2018년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공개한 '개혁·개방 걸출 인물 100명' 명단에서 주목을 받은 기업가는 바이트댄스(ByteDance)의 창업자 장이밍(张一鸣)이었다.

장이밍 바이트댄스 CEO ©바이트댄스

이 명단은 중국 경제를 견인하는 주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알리바바(Alibaba) 마윈부터 텐센트(Tencent) 마화텅, 바이두(Baidu) 리옌훙, 하이얼(Haier) 장루이민, 롄샹(聯想) 류촨즈 등 쟁쟁한 창업 1세대와 더불어 '바링허우'* 창업가 장이밍이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다.

* 덩샤오핑이 1가구 1자녀 정책을 실시한 후인 1980년대에 태어난 세대
 

2012년 문을 연 바이트댄스가 중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게 된 계기는 2018년 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 회사에 3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부터다.

 

당시 손 회장이 매긴 이 회사의 가치는 750억 달러였다. 우버(Uber) 등 주요 실리콘밸리 유니콘 기업*의 가치를 뛰어넘은 것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기 시작했다. 무엇이 손 회장의 눈길을 사로잡았을까. 그 중심에는 소셜미디어 동영상 플랫폼 틱톡(TikTok)이 있다.

*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전설 속의 동물인 유니콘에 비유하여 지칭하는 말

전 세계 앱 다운로드 순위 (자료 제공: 위클리비즈 / 그래픽: 퍼블리)

유튜브가 대세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Z세대*에게 진짜 대세는 틱톡이다. 바이트댄스는 2016년 9월 틱톡을 시작했고, 2018년 6월엔 월간 활성 이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가 5억 명을 돌파해 승승장구 중이다.

*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로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특징을 가진다.
**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

틱톡 하루 이용자 수 추이 (자료 제공: 위클리비즈 / 그래픽: 퍼블리)

틱톡이 기존 동영상 플랫폼의
아성을 위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급성장한
비결은 무엇일까

5억 명이 이용하는 틱톡의 성공 전략 5가지

전략 1: 스마트폰에 적합한 15초짜리 동영상

틱톡의 차별화 포인트는 짧은 동영상을 찍어서 공유하는 앱이라는 점이다. 틱톡은 영상을 15초로 제한하는 대신, 동영상을 계속 이어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스마트폰이 짧은 동영상 시청에 적합하다는 점에 착안한 특징이다. 유튜브 등 대다수의 동영상 플랫폼이 PC 사용자를 기반으로 진화해온 것과 달리 틱톡은 탄생부터 스마트폰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앱을 설계했다.

 

이는 상당수의 IT 기업이 유튜브를 모방해 비슷한 동영상 앱을 출시했던 것과 다르다. 인터넷 트렌드 리포트로 유명한 벤처캐피탈리스트 메리 미커는 최근 '인터넷 트렌드 2018'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짧은 영상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며 "중국의 틱톡과 콰이쇼우(手快) 등이 짧은 영상 확대에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전략 2: 주목받고 싶은 Z세대의 욕망을 간파

틱톡 이용자 연령층 (자료 제공: 위클리비즈 / 그래픽: 퍼블리)

틱톡은 Z세대라 불리는 10~20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Z세대를 끌어들이는 차별점은 다양한 특수효과와 영상 편집 기능이다. 다른 영상 편집 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슬로모션, 스플래시, 반짝거림 등 다양한 효과를 삽입할 수 있다. 영상 편집을 알지 못하는 문외한도 2~3분이면 그럴듯한 동영상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틱톡의 본질적인 차별점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처럼
소셜 미디어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이 일상 사진을 공유하는 기능으로 인기를 얻었다면, 틱톡은 다양한 특수효과와 영상 편집 기능으로 만든 자신의 창작물을 대중과 공유해 '주목받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긴다.

 

15초 안에 음악이나 영상으로 수백만 사용자에게 강력히 어필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독특하고 강렬한 아이디어가 줄을 잇게 된다.

 

전략 3: 탈(脫)정치 동영상 플랫폼

최근 유튜브 등 주류 동영상 플랫폼에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특정 정치 세력과 50대 이상 고령층이 몰려와 정치 난투극을 벌이는 사용자가 많아졌다. 또한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상당수의 주류 소셜 미디어 역시 특정 정치인을 옹호하거나 비방하는 대자보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현상에 지친 젊은 층이 틱톡으로 이주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틱톡에는 주로 립싱크를 하거나 친구 및 가족과 함께 춤추며 찍은 영상이 많다. 예를 들어, 전 세계 10대들의 사랑을 받는 손가락 춤이나 셔플댄스는 국가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인기 영상이다. 이는 트렌드를 좇는 사용자들이 개성을 더한 콘텐츠를 생산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전략 4: 유명인을 통한 모방 심리 자극

틱톡이 국내외로 인지도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은 연예인·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이 대거 합류한 덕분이다. 2018년엔 인기 아이돌 비투비의 육성재, 프로듀스101의 유선호 등이 참여해서 화제가 됐다. 유명인들이 춤이나 노래 영상을 올리면, 다른 사용자들이 비슷한 영상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되는 구조다.

 

전략 5: 초기부터 상업화 수익모델 실험

손정의 등 주요 투자자가 틱톡에 주목한 요소 중 하나는 틱톡이 출범 초기부터 다양한 수익 창출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틱톡 영상에 브랜드를 노출하는 게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2018년 글로벌 명품 브랜드 마이클코어스(Michael Kors)는 팔로어 400만 명을 거느린 틱톡 유저와 협업한 적이 있다. 그는 마이클코어스의 제품을 착용하고 도시를 배경으로 찍은 영상을 공개해 10~20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틱톡은 이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광고료를 받는다.

 

틱톡에서 사용되는 음악은 창작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음악이라는 점도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포인트다. 기존의 단순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음악의 2차 소비 구조를 만들어냄으로써 또 다른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저작권 문제가 걸림돌

그러나 틱톡 역시 화웨이(Huawei)와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약점으로 꼽힌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중국 소셜미디어 부상의 위협'이라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틱톡과 같이 해외에서 주목받는 중국의 소셜미디어 앱은 개인정보 보안이 취약하다. 사용자 정보가 중국으로 전송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번 정보가 넘어가면 어떻게 사용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틱톡은 개인 식별 정보는 물론 위성항법장치(GPS), 인터넷 주소, 위치 정보와 단말기 정보, 주소록, 문자메시지 등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가 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음원의 저작권 관리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페이스북과 스냅챗(Snapchat) 역시 음악을 활용하려 했으나 저작권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 틱톡도 아직까지는 제약 없이 음악을 활용하고 있지만 향후 저작권 문제가 불거질 경우, 상승세가 위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