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6월에 발간된 <탐나는 프리미엄 마케팅>의 본문 내용을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 챕터 이미지 ⓒKristi Blokhin/Shutterstock

2000년대 초반부터 컬트 브랜드, 컬트 마케팅 등 '컬트'라는 마케팅 용어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유명한 모터사이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처럼 강력한 팬덤이 형성된 브랜드와 그를 둘러싼 문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애플의 시작도 초반에는 열광하는 소수의 컬트 그룹에서 시작되어 확장된 것이다. 컬트 고객들은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높고 적극적인 단합과 행동력을 보여준다. 브랜드가 지닌 독특한 가치를 중심으로 집단이 만들어져 제품 개발과 개선 사항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하고 자체적인 커뮤니티를 형성하여 브랜드 문화를 만들기도 한다. 그것이 다시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계기가 되어 브랜드 홍보와 커뮤니케이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마케터로서, 특히 해외 브랜드를 직접 다루면서 '커뮤니티(community)'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커뮤니티'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해외 브랜드에서 말하는 커뮤니티란 브랜드가 속한 곳이자 기여해야 하는 대상의 범위를 뜻한다. 넓게는 세계, 해당 국가, 도시의 시민으로 확장할 수 있고 좁게는 지역구 단위의 지역민들, 특정 집단 단위의 고객층으로 말할 수 있다. 이것을 압축하여 '커뮤니티' 관련 브랜드 홍보 자료를 '지역사회'라고 바꿔 표현하기도 했다.

 

최신 마케팅 이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커뮤니티'란 개념은 브랜드의 독특한 가치를 알아봐주고 지향하는 바에 공감할 수 있는 지역 사회와 고객들을 일컫는다. 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고객들은 해당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하고 충분히 즐길 줄 알며, 브랜드가 지향하는 철학과 함께 뜻을 같이 한다.

 

같은 브랜드를 알고 있고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 유대감이 형성되며, 브랜드나 브랜드 매니아들이 주최하는 이벤트나 작은 규모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교류하기도 한다. 컬트와 비교하자면 기존의 매니악에 가까운 컬트 그룹보다 좀 더 순화되고 외부 그룹에 대해 개방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최근 커뮤니티 마케팅을 펼치는 브랜드의 공통점은 그들이 속한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사회 기여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제품 개발부터 사후관리까지 올바른 브랜드 철학을 실천하고자 하며, 그 차이를 알아주는 고객들에게 긍정적 가치를 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착한 생산을 하는 브랜드와 착한 소비를 하고자 하는 심리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요즘 해외에서 주목하는 커뮤니티 마케팅이다.

음악 축제로 커뮤니티를 구축한 샐러드 브랜드, 스위트그린

대학생 창업에서 시작해 2018년 2월 기준 87개까지 주요 대도시에서 매장을 늘려가며 매년 연간 50% 이상 성장해오고 있는 샐러드 브랜드가 있다. 샐러드계의 스타벅스, 하이엔드 샐러드라고 불리는 스위트그린이다. 

 

바쁜 직장인들과 밀레니얼 세대들의 도심 속 생활의 일부가 된 스위트그린의 성공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가의 농산물을 사용하여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농장에서 고객까지(Farm-to-counter)'라는 슬로건하에, 농부와 고객들을 바로 이어주는 공급망을 운영하며, 잘 쓰여지지 않고 버리는 채소들을 셰프들과 협업하여 맛있는 샐러드 메뉴로 개발하기도 한다. 지역 인근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어린이들에게 채소 이야기와 바른 식생활에 대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해오고 있다.

 

스위트그린은 샐러드바에서 나는 이익의 10%를 농업과 아이들 교육을 위해 쓰고 있다고 한다. 새로 오픈하는 도시 주변 농가들과 협업 체계를 만들고, 지역마다 계절마다 다른 메뉴를 개발하여 지역과 환경을 선순환시키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맛있고 지역농가를 생각하는 착한 샐러드 브랜드 이미지만으로는 수십여 곳의 하이엔드 샐러드매장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강력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샐러드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단기간에 자리잡은 또다른 성공 요인은 바로 '음악'이다.

 

매년 워싱턴 D.C.에서는 스위트라이프라는 스위트그린이 주최하는 대규모의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락페스티벌이나 재즈페스티벌 등 대규모의 관객이 축제처럼 참석하는 행사로, 매년 2만여 명 이상이 다양한 공연을 즐기고, 요가나 야외 활동을 함께하며 샐러드, 주스 등 스위트그린의 건강 메뉴들을 마음껏 즐긴다. 

스위트라이프를 진행 중인 스위트그린

단기간에 매진되기로 유명한 스위트라이프 페스티벌 티켓을 얻는 또 하나의 방법은, 스위트그린 매장에서 1년간 250달러 이상 구매해 블랙등급 회원이 되는 것이다. 한끼 식사로 꽤 양이 많은 샐러드가 평균 10달러 정도이니, 1년에 25번 정도 이용하면 충분히 될 수 있는 등급이다. 연간 사용금액에 따라 그린, 골드, 블랙 회원 등급으로 올라간다. 이런 로열티 프로그램으로 재방문율을 높이고 스타벅스 커피처럼 규칙적으로 찾는 일상 속 브랜드가 되었다.

 

필자 또한 뉴욕 출장 때마다 점심 샐러드를 사자고 직원들을 자주 이끌고 가던 곳이었다. 스위트그린 매장에 들어서면 화이트톤의 넓직한 실내와 컬러풀한 헤어 반다나를 두른 매장 직원들이 인상적이었다.

 

원하는 채소와 드레싱을 고르고 다양한 토핑을 선택하는 라인을 따라 이동하면서 활기넘치는 스태프들과 짧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러면서 긍정적이고 건강한 한낮의 에너지를 받곤 했다. 스타벅스의 사이렌오더처럼 모바일앱으로 미리 주문해놓을 수도 있다.

스위트그린

스위트그린 사업의 첫 시작은 워싱턴 D.C.의 조지타운 대학에서 만난 대학 친구 세 명의 창업 프로젝트였다. 공동 창업자 니콜라스 자멧과 조너선 네만, 너대니얼 루의 창업 자금은 40명의 친척들을 설득하여 투자받은 3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억 원이었다. 40명으로 나누면 한 명당 7500달러(약 817만 원)의 투자가 2015년 기준 만 배에 가까운 7500만 달러(약 817억 원) 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는 뉴욕 레스토랑 업계의 대부 대니 마이어를 비롯해 각계의 투자자로부터 9500만 달러(약 1011억 원)를 투자받는 등 그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니 친척들은 잘나가는 샐러드 브랜드의 초기 투자자가 된 셈이다.

 

처음 스위트그린은 2007년에 손바닥만 한 자리에 작은 샐러드 가게를 열고, 전세계에 경기 불황이 강타했던 2009년 4월경에 두 번째 가게를 듀퐁서클에 열었는데 말 그대로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젊은 공동 창업자 세 명은 머리를 맞대어 손님을 끌어들일 핵심 전략으로 음악과 음식의 시너지를 생각해냈다. 20대 초반의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진지하고 무거운 전략보다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묘책이었다. 그들은 신나는 음악을 틀고 샐러드 샘플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자는 단순한 아이디어에 의견을 모았다.

 

과학 기반의 라이프스타일 잡지 <그레이터 굿 매거진>에 실린 '음악이 어떻게 사회적 결속력을 높여주는가(Four Ways Music Strengthens social bonds)' 기사에는 어떻게 음악이 사회적 결속력을 높여주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있다.

 

여러 가지 실험 사례에 따르면 음악은 다른 이들과 교류하고 협력하기 쉽게 마음을 열어주고, 두 번째는 옥시토닌 분비를 높여 타인에 대한 믿음감을 높여준다고 한다. 또한 음악은 공감력을 끌어 올려주며, 마지막으로 음악을 듣게 되면 안정감을 느끼고 사회적 결속력이 강해진다고 한다.

 

그들은 주말마다 주차공간에서 작은 공연을 열었다. 어떤 뮤지션의 음악을 틀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큰 스피커를 구매해서 샐러드 가게 안에 들여놓고, 기타도 놓고, 외부에는 나름대로 선곡한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3주 내내 주차장 한켠에서 작은 음악 공연을 하면서 샐러드 샘플을 열심히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시도를 바탕으로 지금과 같은 대규모 스위트라이프 페스티벌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작은 주차공간 음악행사에서 시작한 것이 이제는 명실상부 워싱턴 D.C.의 대표적인 대규모 음악 축제로 발전한 것이다. 그리고 샐러드 판매 매출도 함께 끌어올리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축이 되었다.

캐나다에서 만리장성까지 정복한 요가복계의 샤넬, 룰루레몬

요가복의 샤넬이라 부르며 전세계 요가복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캐나다 룰루레몬 애슬래티카(이하 룰루레몬)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2017년 9억 500만 달러(약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룰루레몬은 에슬레저(athleisure)*룩 유행을 일으키며 기능성이 뛰어나면서도 몸매를 보완해 예쁜 라인을 잡아주는 운동복을 판매하고 있다.

* '가벼운 스포츠'라는 의미로 운동경기와 레저를 합친 스포츠웨어 업계의 용어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푸마 등 메이저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시장 점유율을 다투는 시장에서 룰루레몬은 다소 조용하게 시작했지만 정확한 니치(틈새)마케팅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었다. 원래 룰루레몬은 1998년에 캐나다 출신 칩 윌슨이 남성 트레이닝복 사업으로 시작한 브랜드다. 이후 여성 CEO 크리스틴 데이가 룰루레몬을 맡으면서 여성 요가복에 집중했다.

룰루레몬

룰루레몬은 요가, 조깅, 필라테스, 등산, 줌바 등 최근 20년간 성장해온 다양한 종목 중에서 먼저 요가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매장이 위치한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영향력 있는 베테랑 요가 강사와 퍼스널 트레이너, 피트니스 관계자들 중 20명을 먼저 선정하여 그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브랜드를 알렸다고 한다. 광고보다는 요가 커뮤니티로 마케팅 대상을 좁혀 핵심 타깃에 집중 소구한 것이다.

 

룰루레몬은 인기 클럽의 강사와 패션 피플 등 다양한 요가 관련 인플루언서들에게 룰루레몬의 제품을 착장하게 했다. 룰루레몬의 옷을 입고 섹시하면서도 몸의 아름다운 선을 잘 보여주는 역동적인 요가 장면을 촬영하여 매장에 전시했다. 그리고 고객은 자연스럽게 요가관련 핵심 관계자와 요가 스튜디오를 찾는 영화배우, 셀러브리티, 클래스 수강생 등으로 점차 확대되었다.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는 할리우드 스타 모델 켄달 제너, 리즈 위더스푼 등이 룰루레몬 옷을 입고 찍힌 파파라치샷을 보면 한번쯤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이를 시작으로 주요 도시의 유명 요가 스튜디오에 룰루레몬 제품을 무료로 지원하고, 각 매장마다 자체 커뮤니티 이벤트를 기획하고 열 수 있도록 후원했다.

 

룰루레몬 매장에서 판매 점원은 실제로 피트니스 트레이너나 요가 강사이기도 한데, 점원을 선생님(에듀케이터, Educator), 고객을 게스트(guest)라고 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룰루레몬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매장이 아닌 심미적이고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가꾸고 건강한 운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는 공간이다.

 

운동상담 →커뮤니티 클래스 신청→운동의 습관화→브랜드 마니아로 연계되는 과정을 만든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룰루레몬의 제품 판매가 이루어진다. 이제 룰루레몬은 요가뿐 아니라 러닝, 피트니스, 사이클, 수영, 서핑 등으로 범위를 넓히며 다양한 기성 운동복을 만들고 있다.

 

필자는 룰루레몬과 브랜드 협업을 논의하기 위하여 미팅차 룰루레몬 코리아 청담점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했다. 한국 매장 역시 단순히 옷과 기구만 파는 곳이 아니었다. 지하 1층에서는 요가 클래스가 상시적으로 무료로 진행되고 있으며, 요가 후 샤워할 수 있는 샤워시설과 파우더룸까지 완비되어 있었다. 그 뒤 함께 간단한 다과나 모임을 할 수 있는 큰 테이블이 매장 2층에 놓여 있었다.

 

여성 고객이 많았지만, 남자를 위한 요가인 브로가(bro+yoga) 클래스도 운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페이스북과 공식 블로그에 커뮤니티 클래스 관련 일정을 업데이트하고 있는데, 누구나 무료로 신청하여 참가할 수 있다.

 

이전에는 혼자 운동하고 끝나자마자 씻고 집에 오기 바빴지만 커뮤니티에 속해서 참여하면 연대감이 쌓이고 관계가 맺어지며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 높아진다. 오프라인 체험 이벤트를 많이 진행할수록 요가 인구가 성장할 수밖에 없다.

 

룰루레몬 코리아 역시 광고보다는 1:1 직접적인 커뮤니티 소통을 맺어가며 니치마켓(틈새시장)을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일과 건강, 내적 외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고 브랜드 앰버서더가 되도록 하여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게 한 것이다.

 

룰루레몬는 매장을 '운동과 대화의 장'이라고 일컫는다. 고객들이 자주 매장에 들릴 수 있도록 유도하고, 대화를 나누고 게스트의 이름을 가능한 기억해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수잔 스피크와 마케팅 전문가 크리스 말론이 쓴 <어떤 브랜드가 마음을 파고드는가: 브랜드와 심리학의 만남>이라는 책에 크리스틴 데이 전 룰루레몬 CEO의 인터뷰가 있다. 왜 맨해튼 룰루레몬 매장에 간판을 달지 않았는지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룰루레몬의 성공 비결은 룰루레몬 간판이 아닙니다. 그 지역 커뮤니티를 존중하며,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데 있습니다. 룰루레몬 간판만으로 고객을 매장에 들어오게 만들 수는 없습니다.

룰루레몬의 모임은 매장을 벗어나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다양하게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대형 쇼핑몰 복도나 야외 공원, 바다 모래사장, 산, 궁, 호수, 관광지 등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하야트호텔 아이스링크장이나 대형 쇼핑몰, 공원 등 도심 곳곳에서 커뮤니티 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3년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에 4개의 매장을 오픈한 룰루레몬은 중국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에 맞춰 개최한 대규모 행사를 개최했다. 중국 자금성과 만리장성에서 수많은 고객들이 모여 함께 요가를 하는 커뮤니티 이벤트를 연 것이다.

 

모든 고객들에게 참여 기회를 열어놓았는데, 천안문에서 열린 이벤트에는 1000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규모가 대단했다. 이 이벤트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 티몰을 통해서 생중계로 보여주었고, 중국 젊은이들의 시선을 한번에 끌었다.

천안문에서 열린 이벤트

피트니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크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룰루레몬은 신중산층* 고객을 사로잡으며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2017년 2분기 룰루레몬 매출이 아시아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70퍼센트 성장했지만 중국은 무려 350퍼센트가 늘었다.**

* 연소득 15만 위안, 한화로 약 2,5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며 질좋은 상품 구입과 새로운 지식습득, 여가활동, 건강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의 25~40세 소비자층을 뜻하며, 세계 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 관련 기사: 룰루레몬, 남성 액티브웨어 시장 본격 진출 (어패럴뉴스, 201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