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차별 없는 세상이 더 불평등할까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2년 10월에 발간된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을 큐레이션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차별 없는 세상이 공평하고 공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차별 없는 능력 위주의 세상은 매우 불평등하다. 흔히 차별을 없애려고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 차별 없는 세상을 가져온 것으로 여기지만, 차별은 경쟁이 심해지면서 비로소 줄어들 때가 오히려 많다.

 

차별이라는 행위는 힘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차별하고 차별받는 것은 일종의 권력관계다. 누가 누구를 차별하는 것을 힘으로 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무소불위의 권력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를 통해 차별을 멈추게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차별의 편익보다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설적이지만, 인류 역사에서 차별의 해소는 경쟁의 심화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졌다. 다른 인간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차별이라는 행위에도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차별 행위의 비용을 인식한다.

 

이를테면, 이번 달까지 승수를 쌓지 못하면 팀을 떠나야 하는 야구 감독이 있다고 하자. 그 감독은 특정 지역과 인종을 차별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 달에 이기지 못하면 잘릴 처지에 놓인 감독이 실력 좋은 투수를 그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그가 맘에 들지 않는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기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더 빠르고 큰 용량의 반도체를 개발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전자 회사에서 최고 엔지니어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정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할 수 있을까? 그런 차별을 하다 보면 그 전자 회사는 망해버릴 텐데? 만약 경쟁이 몹시 심한 상황이라면, 단 한 번의 차별이 그 회사를 문 닫게 하고 그 감독을 잘리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inactive/Unsplash경쟁이 혹독해서 차별이 거의 없는 세상이 왔다고 치자. 언뜻 생각하기에 그 세상은 공평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이 자신의 능력대로 차별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이 정말 공평하기만 한 것일까? 우리는 같은 능력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능력주의 사회가 되면 편견에 따른 차별은 줄어드는 대신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늘어난다.

 

지난 30년 동안 세계화는 경쟁을 심화시켰다. 마치 거대한 능력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결과 중국과 인도 그리고 브라질 같은 초대형 빈국들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지만, 이들 국가뿐 아니라 미국과 서구 선진국들의 가구 간 불평등은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고등 교육을 받고 고급 기술을 지닌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소득 격차가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