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green)으로 그린(grin)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4월에 발간된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큐레이터의 코멘트는 회색 박스로 표시했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2.08.02]
친환경적인 마케팅 기법인 '그린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자. 여기서 '그린(green)'이라는 시니피앙(signifiant)은 특정 색채 혹은 빛깔을 곧이곧대로 가리킨다기보다는 환경보호 혹은 친환경이라는 정치적 시니피에(signifié)와 조응한다.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가 '그린 운동(green movement)'을 제창하면서 '그린'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이전에 비해 크게 확장되었다.
슈마허는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무분별한 성장지상주의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하여 통렬한 성찰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간주했던 구래의 관점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점차 그린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환경보전 등 일종의 사회운동적 성격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린 마케팅'이라는 용어 역시 이런 맥락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그린과 함께 성장한 브랜드
'그린'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Innisfree)다. 이니스프리는 정기적으로 '그린데이'라는 이름의 멤버십 세일을 진행한다. 이니스프리가 그린데이에 담고자 하는 의미는 이렇다.
그린을 사는(Buy) 즐거움, 그린으로 사는(Live) 즐거움, 한 달에 한 번 지구를 위한 그린라이프를 삽니다.
대학생 마케터 '그린어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이니스프리는 손수건 사용을 권장하는 에코손수건 캠페인을 2010년부터 이끌고 있다.
그린(green)으로 그린(grin)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4월에 발간된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큐레이터의 코멘트는 회색 박스로 표시했습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2.08.02]
친환경적인 마케팅 기법인 '그린 마케팅'에 대해 알아보자. 여기서 '그린(green)'이라는 시니피앙(signifiant)은 특정 색채 혹은 빛깔을 곧이곧대로 가리킨다기보다는 환경보호 혹은 친환경이라는 정치적 시니피에(signifié)와 조응한다.
독일 태생의 영국 경제학자 에른스트 프리드리히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가 '그린 운동(green movement)'을 제창하면서 '그린'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이전에 비해 크게 확장되었다.
슈마허는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무분별한 성장지상주의와 그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하여 통렬한 성찰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만 간주했던 구래의 관점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점차 그린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 환경보전 등 일종의 사회운동적 성격의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린 마케팅'이라는 용어 역시 이런 맥락에서 생겨난 개념이다.
그린과 함께 성장한 브랜드
'그린'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Innisfree)다. 이니스프리는 정기적으로 '그린데이'라는 이름의 멤버십 세일을 진행한다. 이니스프리가 그린데이에 담고자 하는 의미는 이렇다.
그린을 사는(Buy) 즐거움, 그린으로 사는(Live) 즐거움, 한 달에 한 번 지구를 위한 그린라이프를 삽니다.
대학생 마케터 '그린어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이니스프리는 손수건 사용을 권장하는 에코손수건 캠페인을 2010년부터 이끌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또한 2003년부터 '공병수거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고객이 다 쓴 이니스프리 제품의 빈 용기를 매장에 가져오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2017년에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공병을 재활용해 만든 매장 '공병공간(空甁空間)'을 선보였다. 이곳에서는 공병 파쇄 과정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고, 재활용 소재로 만든 대용량 제품 '그린 프로덕트'를 구매할 수도 있다.
지구에 웃음꽃을 피워주세요
락앤락은 플라스틱 밀폐용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최근에는 텀블러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먹거리 안전과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성장해온 락앤락은 밀폐용기 전문 브랜드에서 주방생활문화를 선도하는 글로벌 종합주방생활용품 기업으로 우뚝 섰다.
'환경과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을 기업 이념으로 삼고 있는 락앤락은 대학생 친환경 마케터 그룹 '그린메이트(green mate)'를 운영하고 있다. 그린메이트는 락앤락의 공식 대학생 서포터즈로 3개월가량 활동을 한다. '그린메이트'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이들의 활동은 대학생들의 친환경 소비습관을 일깨우는 데 맞춰져 있다. 락앤락 고유의 '그린 마케팅'인 셈이다.
그린메이트 모집 포스터에서 특히 한 구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환경을 사랑하고 마케팅에 관심 있는 대학생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락앤락의 그린메이트는 2013년 1기 모집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이는 락앤락이 그린메이트를 일회적인 이미지 홍보용 활동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린 마케팅에 대한 신념을 갖고 그린메이트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색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하고 직접 현장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그린메이트는 어느덧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대외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경영학 마케팅 수업시간에 배웠던 '교과서 속의 마케팅'이 아닌 '살아 있는 마케팅'을 배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그린메이트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경쟁도 치열하다.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을 거치는 등 입사 절차를 방불케 한다. 최종 선정된 이들은 발대식을 갖고 위촉장도 받는다.
'락앤락 캠퍼스 텀블러데이'는 그린메이트가 펼치는 대표적인 오프라인 프로모션이다. 캠퍼스에 무빙 팝업 전시장을 설치하고 '지구에 웃음꽃을 피워주세요' 환경 서약을 받은 후 락앤락의 텀블러나 친환경 물병을 나눠준다. 환경퀴즈를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환경보호 캠페인을 시민단체가 아니라 사기업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2015년부터는 영업법인이 있는 중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도 해당 국가의 젊은 세대들과 그린메이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글로벌 대외활동으로 한층 도약한 것이다. 현지 대학생을 선발해서 제품체험, 친환경 프로모션 등을 통해 락앤락의 그린 마케팅 철학을 널리 전파하고 있다.
필립 코틀러, 그린 마케팅에서 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 노스웨스턴대학교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그린 마케팅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어떤 기업들은 환경보호에 힘쓰지도 않으면서 스스로를 그린 마케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기업들은 그린 마케팅에서 주도권을 발휘할 진정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낼 것이고, 대중들로부터 값진 신뢰를 얻어낼 것입니다.
이니스프리와 락앤락은 물론 후자의 '어떤 기업'에 해당할 것이다. 환경보호가 중요하다고 언론에서 강조하니 분위기에 떠밀려서 말로만 환경의 중요성을 외치는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그린 마케팅은 지속 가능한 마케팅이 될 때만이 그 존재가치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필립 코틀러 교수는 이어서 "그린 마케팅 리더들은 장기적으로 생각할 것이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가치 창조 과정을 바라볼 것입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마따나 기업들은 장기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한다. '그린' 마케팅으로 소비자와 임직원, 나아가서 사회 구성원 전체를 '그린(grin)'*하게 할 기업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보자.
* '활짝 웃다'의 영단어
빨대를 없앤 스타벅스의 새로운 테이크아웃 컵 리드(뚜껑) ⓒShutterstock SSG닷컴 새벽배송 서비스의 보냉백 ⓒ신세계그룹[Curator's Comment] 친환경은 명품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친환경 마케팅은 기업의 도덕성을 강화하고 명품으로서의 이미지까지 전달합니다. 특히 업계 1위 기업의 적극적 친환경 마케팅은 사회 전체 흐름에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에서 스타벅스는 독보적인 커피 전문 브랜드입니다. 2위와 3위인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와 비교해도 매출이 크게 차이 납니다.* 이런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를 버리고 종이 빨대를 전 매장에 도입했을 때 그 임팩트는 엄청났습니다.
* 관련 기사: 스타벅스 독주에 투썸·이디야추격 (매일경제, 2019.4.15)
빨대는 세척이 어려워 재활용이 쉽지 않고 폐기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바다 생명체가 먹을 경우 치명적입니다. 바다거북 코에 빨대를 빼내는 영상이 엄청난 이슈를 불러오기도 했죠.
스타벅스는 시그니처였던 '초록색 빨대'를 과감히 포기하면서 1위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실 음료에 오래 두면 흐물흐물해지는 단점 때문에 종이 빨대를 좋아하지 않는 고객도 많습니다. 이에 세척해서 사용하는 개인용 빨대나 아예 녹아 없어지는 빨대를 구입해 사용하는 적극적인 소비자도 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빨대 없이도 음료를 흘리지 않고 마실 수 있는 리드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한 번 써보니 꽤 편합니다.
윤리적인 소비자는 이 쓰레기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합니다. 비닐을 줄이고 보다 친환경적인 배송 방법을 고민하라고 기업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업계 역시 배송 방법에 고민을 거듭합니다.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스타트업 오아시스는 최소의 포장으로 선도를 유지하는 친환경 배송을 서비스의 핵심 아이덴티티로 내놓았습니다. 이마트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는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재사용 가능한 보냉백을 무상 제공합니다. 쓱배송을 이용하면 배송 기사가 비닐을 수거해가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