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1 - 공간 포지셔닝 맵 그리기: 빈틈을 찾자

A: 나도 책을 좋아하니까, 서점을 하면 되지 않을까?

이미 부동산 계약을 마치고 저를 찾아온 직장인 A가 이런 말을 합니다. 비슷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질문할 겁니다.

당신은 공중파 아나운서였나요? 아니면 훈훈하기로 유명한 아나운서와 결혼했나요?

 

홍대에서 여신으로 불리면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했나요?

 

책을 소개하는 팟캐스트를 몇 년 동안 운영했고, 고정 팬이 있으신가요?

 

혹시 본인 소유 건물에서 서점을 할 예정인가요?

왜냐고요? 세상에는 이미 많은 서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인터넷 서점보다 동네 작은 서점에서 책을 사려고 노력하고, 여행을 가면 서점을 찾아갑니다. 책 읽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 모두가 서점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제가 서점 주인이 되는 순간, 다른 서점을 마음 편히 찾아갈 수 없겠지요. (제 서점에 앉아 있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이런저런 이유로 문을 닫는 서점도 많아요.*

* 관련 기사: 하나쯤 있어야 할 문화공간들이 사라지네… (주간경향, 2019.1.28)

 

또한, 저는 창업 예정 공간이 본인 소유 건물인지 꼭 물어봅니다. 매력 있는 가게를 만들고 열심히 운영했는데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생겨서 고생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인 건물일 때와 임대 건물일 때는, 인테리어 비용 투자도 다르게 해야 합니다. 모두가 노홍철처럼 서점을 성공적으로 정리하기는 어려울지라도*, 비싼 임대료 때문에 쫓겨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직장인 A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정 팬이 있는 연예인도 아니고, 팟캐스트는 듣기만 했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물도 없으니 서점을 창업하면 안 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