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님께: 집을 정리하고 기쁨을 누리세요

오늘 아침에 뵈어서 반가웠습니다. 이즐링턴(Islington)*으로 초대해주시고 첼시(Chelsea), 피카딜리(Piccadilly), 하이드 파크(Hyde Park)에 위치한 데이비드 님의 훌륭한 집 세 곳을 소개해 주신 내외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참견하기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란 걸 알아채셨을 수도 있겠네요. 데이비드 님의 귀한 가구와 그림을 구경하고, 책장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무엇보다 찬장과 서랍을 샅샅이 뒤져보면서 짜릿한 쾌감을 느꼈으니까요.

* 런던 북부에 있는 도시로, 교통이 편리하며 트렌디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실례일 수도 있으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집 구경을 마치고 텅 비어 있는 저의 집 주방으로 돌아왔을 때 얼마나 안도감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주방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눈을 지그시 감고 조용히 생각을 정리한 뒤,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뵙기 전에 저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한 데이비드 님의 이야기를 이미 들었습니다. 당신이 맥시멀리스트라고요. 하지만 물건이 그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요가 애호가인 아내분께서는 집에 요가 매트 하나 깔 자리가 없다고 저에게 털어놓으셨죠.

 

때로는 첼시 자택의 부엌에서 식탁을 한쪽으로 밀고 매트를 깔기도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렇게 치워도 정신이 없다고 하셨어요. 의자들, 거대한 샹들리에와 찬장, 테이블, 모자 일곱 개, 중국 시계 여섯 개, 뽁뽁이에 싸인 채 벽에 기대어 서 있는 그림들, 그리고 수많은 전선이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반전은, 그곳이 이 집에서 그나마 가장 휑한 방이라는 겁니다.

 

런던 외에도 집이 다섯 채 더 있다고 지난번에 데이비드 님께서 이야기하신 것 같아요. 홍콩에 두 채, 베이징에 두 채, 뉴욕에 한 채가 있고 이 집들도 맥시멀하게 꾸며져 있다고 말씀하신 것 같네요. 그리고 물건을 더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세 개 더 있고, 이 중 두 곳은 아내분께 비밀로 하고 있다고도 들었습니다.

 

데이비드 님은 물건을 처분하는 데는 관심이 없고, 쇼핑을 좋아하며, 물건을 계속 사서 쌓아둔다고 하셨죠. 운전기사가 런던의 집 세 곳에 차례로 데려다 주는 동안, 데이비드 님이 셔츠 열두 벌을 주문했다고 기사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 뭘 하려고 셔츠를 그렇게 많이 사시나요?

 

물건을 많이 갖춰놓고 사는 것은 취향의 문제죠. 이해합니다. 하지만 물건을 좀 버린다면 삶이 더 간편해지지 않을까요? 단순히 간편해질 뿐만 아니라, 남은 물건에 대한 애착도 더 생기지 않을까요? 가진 물건이 적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