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을 변화시키는 식생활 트렌드

'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합니다.'

 

몇 년 전부터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모든 국적의 레스토랑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던 말이다. 과거 절묘한 맛의 소스를 개발하는 데 혈안이 되었던 셰프들은 이제 좀 더 질 좋은 재료를 구하기 위해 더 집중하고 있다.

 

셰프들이 좋은 재료를 구해 본연의 맛을 살리기 시작한 이유를 찾아 나섰다.

  • CONTRIBUTING EDITOR 강예솔

농장에서 식탁까지, 팜 투 테이블 운동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천천히 그리고 깊게, 우리의 인식을 변화시킨 트렌드다. 셰프들의 요리 철학이 깊어질수록 깨끗하고 정직한 식재료를 찾는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000년대 초, 미국 댄 바버(Dan Barber) 셰프의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운동이 강력한 메시지가 됐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레스토랑 '블루 힐(Blue Hill)'의 코스 메뉴를 오로지 지역 농장의 농산물로 전면 구성하면서부터다. 단순히 레스토랑의 명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직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손님에게 제공하고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 지역 농부와의 상생을 도모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미래의 지구 생태계를 위한 일이었다.

 

Blue Hill chef reworks farm-to-table movement with menuless restaurants ⓒCBS This Morning

 

식재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시장의 저변도 확대되었다.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농장에서 식탁까지)', '노즈 투 테일(Nose to Tail: 코에서 꼬리까지)', '루트 투 스템(Root to Stem: 뿌리에서 줄기까지)', 그리고 '시드 투 테이블(Seed to Table: 씨앗부터 테이블까지)'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어떤 채소를 어떻게 사용할지 씨앗부터 커스터마이징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내 다이닝 신에도 식재료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프렌치 레스토랑 '제로 콤플렉스(Zero Complex)'가 대표적이다. 아직도 처음 방문했을 때의 당혹스러움을 잊을 수 없는데, 식재료 이름을 나열한 7코스의 메뉴판은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들 만큼 단출했다. 이어 접시에 알록달록한 푸성귀를 담아 내온 이충후 셰프는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