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사건이 운명이 되다

얻어 걸린 웹툰 연재를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오직 번역가가 되겠다는 하나의 목표에만 목을 매고 있었다.

 

하지만 경력도 없는 신인이 누구나 그렇듯 일감을 따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나마 간신히 잡아 낸 번역을 한 권 끝내면 어김없이 불안한 백수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웹툰에 발을 담근 우연한 경험은 닫혀 있던 내 시야를 확 넓혀 주며 프리랜서가 반드시 한 가지 직업만 가져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 주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짬이 날 때마다 흥미로워 보이는 분야에 다양하게 뛰어들었고, 그 결과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1인 출판사 대표 등의 다양한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지금 내가 프리랜서로서 성수기를 보내고 있는 건 기본적으로 예전보다 경력이 쌓이면서 지명도가 올라간 덕이지만, 번역 일감의 공백을 잡지 기고로 메우거나 일러스트 일감의 틈을 1인 출판으로 메우는 등 활동 반경 자체를 넓혀 둔 덕도 크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여러 가지로 고민도 훨씬 줄어들고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려면 애초에 재주가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가지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타이틀을 몇 개씩이나 가질 수 있냐고.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주가 아니라,
취미와 호기심이다

나 또한 퇴사를 결정할 당시에는 번역도, 글쓰기도, 그림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매일 공부하며 조금씩 연습하다 보니 단순한 취미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을 뿐이다. 전공자도, 경력자도 아닌 내가 이런 기술들을 익힐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분명 타고난 재주가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흥미와 애정이었다.

ⓒ서메리실제로 프리랜서의 세상에는 글을 쓰는 개발자나 사진을 찍는 요리사처럼 취미를 토대로 본래 직업과 전혀 다른 일을 병행하고, 그 부분을 자신의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하는 분들이 아주 많다.

 

끝으로 한 가지 현실적인 팁을 전하자면, 프리랜서 생활 초기에는 보통 남는 시간이 심각하게 많기 때문에 한두 가지 다른 분야에 도전할 시간적 여유가 넘쳐난다고 보면 된다.

 

사실 프리랜서라는 목표를 갖고 달렸던 지난 몇 년을 되돌아보면, 이상하게도 못한 점보다는 잘한 점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내가 언제나 현명한 결정만 내리는 능력자여서가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생이라는 알 수 없는 요소가 개입하여 대부분의 경험을 좋은 방향으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