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사건이 운명이 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3월에 발간된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큐레이터의 코멘트는 회색 박스로 표시했습니다.

얻어 걸린 웹툰 연재를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오직 번역가가 되겠다는 하나의 목표에만 목을 매고 있었다.

 

하지만 경력도 없는 신인이 누구나 그렇듯 일감을 따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고, 그나마 간신히 잡아 낸 번역을 한 권 끝내면 어김없이 불안한 백수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웹툰에 발을 담근 우연한 경험은 닫혀 있던 내 시야를 확 넓혀 주며 프리랜서가 반드시 한 가지 직업만 가져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히 알려 주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짬이 날 때마다 흥미로워 보이는 분야에 다양하게 뛰어들었고, 그 결과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1인 출판사 대표 등의 다양한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지금 내가 프리랜서로서 성수기를 보내고 있는 건 기본적으로 예전보다 경력이 쌓이면서 지명도가 올라간 덕이지만, 번역 일감의 공백을 잡지 기고로 메우거나 일러스트 일감의 틈을 1인 출판으로 메우는 등 활동 반경 자체를 넓혀 둔 덕도 크다. 만약 내가 처음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더라면 여러 가지로 고민도 훨씬 줄어들고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려면 애초에 재주가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가지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타이틀을 몇 개씩이나 가질 수 있냐고.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주가 아니라,
취미와 호기심이다

나 또한 퇴사를 결정할 당시에는 번역도, 글쓰기도, 그림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매일 공부하며 조금씩 연습하다 보니 단순한 취미가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을 뿐이다. 전공자도, 경력자도 아닌 내가 이런 기술들을 익힐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분명 타고난 재주가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흥미와 애정이었다.

ⓒ서메리실제로 프리랜서의 세상에는 글을 쓰는 개발자나 사진을 찍는 요리사처럼 취미를 토대로 본래 직업과 전혀 다른 일을 병행하고, 그 부분을 자신의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하는 분들이 아주 많다.

 

끝으로 한 가지 현실적인 팁을 전하자면, 프리랜서 생활 초기에는 보통 남는 시간이 심각하게 많기 때문에 한두 가지 다른 분야에 도전할 시간적 여유가 넘쳐난다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