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뒷이야기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9년 3월에 발간된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큐레이터의 코멘트는 회색 박스로 표시했습니다.

첫 번째 퇴사 이후 거의 2년 가까이 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나는 스스로 세운 기준인 '경제적 자립을 달성한 프리랜서'가 되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겠지만, 처음으로 직장인 시절 모아 놓은 저축에 손을 대지 않고 한 달 가계부를 마무리했을 때 내가 느낀 성취감은 불 뿜는 용과 사악한 마녀를 물리치고 공주를 구해 낸 동화 속 왕자 못지않았다.

 

프리랜서가 되기 위한 내 여정은 그렇게 일단 해피엔드에 도달했다. 하지만 이 현실의 이야기는 '그들은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어요'라는 익숙한 동화의 결말처럼 속 편 하게 끝나 버리지 않는다.

ⓒ서메리한번은 어떤 친구가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백설공주니, 신데렐라니 하는 동화들의 뒷이야기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을 거라고. 첫눈에 반했던 순간의 로맨스는 얼마 안 가 사그라지고, 결국에는 그들 중 대부분이 부부 싸움에 지쳐 성격 차이로 이혼했을 거라고. 아직 마음 한구석에 동심을 간직하고 있던 당시의 나는 친구의 시니컬한 주장에 조금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녀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 지어낸 이야기라면 몰라도, 현실에는 '오래오래 행복하게'라는 수식어로 포장해서 어물쩍 넘겨 버릴 수 있는 일이 거의, 아니 아예 일어나지 않는다. 백설공주와 왕자가 분명 이혼했을 거라는 친구의 말에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두 주인공이 365일 꿀만 떨어지는 결혼 생활을 했을 가능성 또한 거의 없다.

 

나는 외부에서, 특히 직장인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프리랜서의 삶에도 어느 정도 동화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이 마법과 모험이 넘쳐나는 신비의 세계에 정신을 빼앗기듯, 직장인들은 자유와 가능성이 가득한 프리랜서의 세상에 로망을 느낀다. 그 로망에 홀려 기술도 없이 회사를 때려치우고 나온 나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