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저가 백화점, 돈키호테

29년! 일본 저가 쇼핑몰 돈키호테의 '증수증익(매출과 영업이익 증가)' 기간입니다.


돈키호테는 1989년 회사 창립 이래 단 한 차례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매년 실적이 상승한 회사입니다. 이는 일본 생활용품 전문점 '니토리'의 31년 연속 증수증익 기록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기록입니다. 돈키호테는 회사 설립 30년이 채 안 된 지난 2016년, 일본 소매업계에서 매출 규모 10위, ROE(자기자본이익률) 8위(13.5%)로 당당히 톱1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성장률이 주목할 만합니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는 10위 내 기업 중 6곳의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1위인 이온(AEON) 그룹마저도 0.4% 증가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지요. 이 시기에 돈키호테는 9.1%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20년 넘는 장기 불황과,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는 악조건 속에서 어떻게 승승장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돈키호테를 모방한 한국의 삐에로쑈핑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돈키호테 시부야점 전경 ⓒ노승욱

좋은 매장에 즐거움을 더하다

돈키호테 성장사는 크게 5단계로 나뉩니다. 사업 모델 형성기(1989~1997년), 대도시 출점기(~2003년), 전국 확장기(~2008년), 인수·합병 확장기(~2014년), 그리고 뉴 스테이지(2014년~)입니다.


사업 초기 10년간 돈키호테의 매장은 10여 개 남짓에 불과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인 가구가 많은 도쿄 등 대도시 위주로 출점에 속도를 내며 2002년에는 50개 점을 돌파했습니다. 이후 3년 만인 2005년에 100개, 2008년 200개, 2015년 300개를 돌파했고 2018년 말엔 420여 개로 매장을 늘렸습니다.


매출을 보면 그 성장세를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2000년 기준으로 매출 800억 엔, 영업이익 50억 엔이었는데, 2018년에는 9415억 엔, 516억 엔으로 각각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18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유통업계가 온라인 쇼핑에 밀려 고전하는 동안 돈키호테는 오히려 갈수록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죠. 대체 비결이 무엇일까요?

돈키호테는 29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그래픽: 퍼블리)회사가 밝히는 키워드는 CVD+A입니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다양한 상품군 확보와 심야 영업을 통한 고객 편의성 증진(ConVenience), 가성비 극대화(Discount), 여기에 쇼핑의 오락화(Amusement)를 더한 것입니다. 즉, '가장 싸고 재밌고 다양한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게'가 돈키호테의 모토입니다.


1989년 돈키호테가 설립됐을 때 일본은 이미 20년에 걸친 장기 불황에 접어들고 있었고, 1990년대는 일본에서 1인 가구 비중이 한창 증가하던 시기였습니다. 안 그래도 근검절약이 몸에 밴 일본인들은 더욱 저가상품을 찾았죠. 이런 분위기에서 돈키호테는 '그 어떤 경쟁사보다도 가장 저렴한 매장'을 컨셉으로 내세웠습니다. 지금도 돈키호테에 가면 "다른 가게들과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문구를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의 저가 전략은 기본이면서도 전부가 아니다. ⓒ노승욱

그렇다고 저가만으로 승부한 것은 아닙니다. 저가만 내세워서는 다이소 등 100엔 숍과 출혈경쟁을 하게 될 위험도 있었으니까요. 돈키호테는 가성비 전략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군을 확보하고 심야 영업을 통해 고객 편의성을 증진했습니다. 타카하시 미츠오 돈키호테 부사장(CFO)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일본은 20여 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과 기술 혁신이 맞물리며 상품 가격이 계속 낮아졌어요. 이런 환경에서 절약 지향 소비 패턴이 완전히 뿌리내렸죠. 하지만 가계소득이 평균 이상인 고객도 돈키호테로 찾아옵니다. 오늘날 돈키호테 주 고객층의 평균 연봉은 430만 엔(한화 약 4500만 원) 수준입니다.

1인 가구와 외국인을 타깃으로 한 심야 영업 전략도 성공적이었습니다. 돈키호테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황금 시간대는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입니다. 외국인 고객의 40%가량이 이 시간대에 몰리죠. 돈키호테홀딩스에 따르면 2017년 전체 매출 중 외국인 매출에 해당하는 '면세 매출' 비중은 7.3%였으며, 설 연휴가 있던 2018년 2월에는 한국인과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사상 처음으로 10%를 돌파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씀씀이도 큽니다. 객단가*가 1만 1500엔으로 일본인의 5배에 육박하죠. 자주 방문하는 내국인에 비해, 어쩌다 한 번씩 오는 외국인은 한 번에 많이 사가기 때문입니다.

* 고객 1인당의 평균 매입액. 일반적으로 매출액을 고객수로 나눠서 산출하는데 다시 말하면 상품평균단가에 고객 1인당의 상품평균 매입수량을 곱한 것이다. (출처: 매일경제용어사전)

돈키호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심야시간에 몰린다. (그래픽: 퍼블리)

여기에 마지막으로 재미 요소를 접목했습니다. 쇼핑의 오락화는 돈키호테만의 독창적인 전략입니다. 일부러 상품을 정신없이 아무렇게나 막 진열하는 '압축진열'과 구불구불한 동선은 고객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매장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니게 합니다. 이는 고객들로 하여금 상품을 더욱 천천히, 꼼꼼히 둘러보게 해 충동 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또 곳곳에 귀여운 손글씨로 써 붙여 놓은 POP(현장 광고문구)는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돈키호테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직원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인건비 감소 효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손글씨 POP는 돈키호테의 상징과도 같다. ⓒ노승욱

더욱 재미를 강조한 삐에로쑈핑

이제 한국의 삐에로쑈핑을 살펴볼까요?


삐에로쑈핑은 'Fun&Crazy'라는 컨셉으로 '재미있는 상품'과 '미친 가격'을 표방하는 할인숍입니다. 2018년 6월 스타필드 코엑스 1호점에 이어 9월 동대문 두타 2호점을 열었고 강남 논현점, 의왕점, 가산점, 명동점 등 2019년 4월 현재 6개 점을 운영 중입니다.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쑈핑은 재미 요소를 더욱 강조했습니다. 직원 유니폼에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를 새겨 넣는가 하면 매장 바닥에는 '제정신일 의무 없음'이라고 써놨습니다. 흡연실을 만들고 지하철 2호선 객실처럼 꾸미는가 하면, 매장에는 최신식으로 재편곡한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가 경쾌하게 흐릅니다. 손글씨로 쓴 POP에 가격 정보 외에 재밌는 문구들을 써넣은 것도 비슷합니다. 이마트 관계자는 삐에로쑈핑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삐에로쑈핑이 돈키호테와 비슷해 보이긴 하지만 똑같지는 않습니다. 재미 요소를 더 강화했고 상품 구성도 차별화했죠. 돈키호테는 대형마트와 겹치는 상품이 많지만, 삐에로쑈핑은 겹치는 품목이 전체 상품의 20% 이하에 불과해요. 돈키호테가 일본의 장기 불황기에 등장한 반면, 삐에로쑈핑은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발길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로 기획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삐에로쑈핑을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는 이마트의 계획이 성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앞서 살펴본 돈키호테의 성공 키워드인 CVD+A 중에서 쇼핑의 오락화(Amusement)만 모방했을 뿐, 다양한 상품군 확보와 심야 영업을 통한 고객 편의성 증진(ConVenience), 가성비 극대화(Discount)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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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현실적 측면에서 본 삐에로쑈핑의 한계

1. 테넌트라는 제약

먼저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삐에로쑈핑의 입지가 아쉽습니다. 돈키호테는 보통 로드숍 상권에서 건물을 통째로 쓰는 독립쇼핑몰로 출점합니다. 소비자가 길을 가다가 언제든 바로 매장에 들어올 수 있죠. 반면 삐에로쑈핑은 6개 점포 중 4개가 스타필드 코엑스, 동대문 두타몰, 이마트 의왕점, 가산 W몰 등에 입점해 있는 테넌트(tenent, 입점매장)입니다. 이는 영업시간과 취급 품목 측면에서 상당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일례로 코엑스점은 스타필드가 밤 10시까지만 영업하는 탓에 심야 영업이 불가능합니다. 돈키호테에서 매출이 가장 높은 황금 시간대가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마트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은 상권에 위치한 삐에로쑈핑 명동점조차 외국인 관광객 비중은 30~40%에 그칩니다. 돈키호테의 경우 오사카 도톤보리점, 오키나와 고쿠사이도리점, 후쿠오카 나카스점 등 유명 관광지에 위치한 매장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50~60%가 넘는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취급 품목 확장의 어려움

취급 품목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먼저 돈키호테의 SKU(Stock Keeping Unit, 재고 보관 단위, 여기서는 상품 가짓수를 뜻함)를 살펴보자면 보통 4만~6만 개이고, 대형 매장은 최대 10만여 개에 달합니다. 2만~3만 개에 그치는 100엔 숍, 드러그스토어 등보다 2~5배는 더 많죠. 전자, 생필품, 식음료, 패션, 스포츠용품, 명품 등 거의 모든 제품을 파는 풀 라인업을 갖춘 덕분입니다. 돈키호테가 '세상에서 가장 싸고, 재밌고, 상품이 다양한 매장'을 표방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 같은 '저가 백화점' 모델은 돈키호테가 유일합니다. 상품이 많고 다양하니 일부 미끼상품을 팔면서 적자를 보더라도 다른 상품으로 쉽게 만회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돈키호테의 평균 객단가는 2500엔(약 2만 5000원)에 달합니다. 일본 편의점과 한국 다이소 객단가가 7000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돈키호테에서 3배 이상 더 지갑을 여는 셈이죠.


반면 삐에로쑈핑은 SKU가 최대 4만여 개입니다. SKU를 더 늘리기 힘든 이유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대형 독립쇼핑몰이 아닌 중형 임차 매장 형태로 출점하다 보니 상품 진열 공간에 한계가 있습니다. 둘째, 다른 테넌트와 상품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가령 삐에로쑈핑 동대문 두타몰 점은 다른 층에 입점해 있는 노브랜드를 감안해 식품 코너를 확 줄였습니다. 2017년 기준 돈키호테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포에 따라 적게는 30%, 많게는 55%에 달했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손해입니다.


일본 소비자 사이에서 돈키호테의 이미지는 '저녁 식사 후 마실 나가듯 가볍게 둘러보는 일상적인 쇼핑 공간'입니다. 이런 내국인들의 반복 구매 덕에 식품 카테고리는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합니다. 돈키호테에서 식품 코너가 1층에 있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관광지 중심으로 출점하고 식품 카테고리도 확 줄인 삐에로쑈핑에서는 이 같은 일상적 반복 구매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3.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

삐에로쑈핑의 또 다른 약점은 가격 경쟁력입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려면 매장 확대가 필수적인데, 추가 출점은커녕 매장 공간 확대도 쉽지 않습니다. 돈키호테가 일본 전역에 총 4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현재, 삐에로쑈핑의 영업점은 6개뿐입니다.


최저가를 강조하는 저가숍 모델 특성상 구매력 강화를 위한 '규모의 경제' 달성은 필수입니다. 그러나 삐에로쑈핑은 대규모 출점 계획이 없습니다.


만약 삐에로쑈핑이 이마트, 스타필드 등 자사 쇼핑몰에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출점하려 해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걱정입니다. 도심 외곽 상권에서는 삐에로쑈핑의 이마트 입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브랜드도 이 때문에 로드숍 출점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SKU가 4만여 개나 되는 삐에로쑈핑은 오죽하겠습니까.

 

자사 쇼핑몰 내 다른 테넌트와 품목이 겹치는 자기잠식(Cannibalization) 문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대형 독립쇼핑몰 형태로 자가 출점하는 돈키호테와 달리, 테넌트로 내는 삐에로쑈핑의 전략 차이에서 비롯된 근본적 문제입니다.

 

4. 덜 자율적인 운영 매뉴얼

삐에로쑈핑과 돈키호테의 결정적 차이점은 운영 매뉴얼입니다.


삐에로쑈핑은 이마트의 담당 바이어가 매장 컨셉과 운영 방식 결정을 주도하는 '중앙집권적' 시스템입니다. 돈키호테보다 매장 단위의 고객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가격 할인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상권별, 매장별 특성화에도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반면 돈키호테는 상품 진열이나 판매와 관련해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습니다. 매장에서 파는 상품도 절반 이상은 본사가 아니라 각 점포에서 자체 조달, 진열한 것들이죠. 그러다 보니 매장마다 상품 구성이나 가격이 제각각입니다. 본사가 각 지점에 매장 운영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한 결과입니다. '지역 내에서 가장 저렴하고 재미있는 백화점'이 되려면 해당 상권을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이 의사결정을 하게 해야 한다는 지론에서 나온 결정이죠.


다카하시 미츠오 부사장은 말합니다. "가격은 직원이 아마존과 비교해서 결정하게 합니다. 일일이 본사에 보고하지 않고 기동력 있게 움직이게 하죠.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본사의 위기관리위원회와 규제위원회가 공동 대응합니다."


권한 위임 전략은 직원들의 임금체계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습니다. 전체 임금 중 성과급 비중은 점장 50%, 일반 정직원 30%, 아르바이트생마저 10%에 달합니다. 갓 입사한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매대 하나를 통으로 맡겨 상품 진열부터 가격 책정, 판매까지 권한을 위임하고 그에 대한 성과급을 줍니다. 성과를 내는 데 최적화된 운영 시스템이죠.

돈키호테의 직원 보상체계는 성과를 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래픽: 퍼블리)이처럼 과감한 성과급제를 통해 돈키호테가 거두는 효과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동기부여입니다. 점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해당 상권에 최적화된 판매 전략을 적극적으로 짜내게 됩니다. 매장마다 주 고객층과 인기 상품, 경쟁점 현황 등이 다르니 어쩌면 당연한 전략이죠. 돈키호테의 트레이드마크인 '손글씨 POP(현장 광고문구)'도 일부 매장에서 먼저 도입한 뒤 반응이 좋아 모든 점포로 확대되었는데요. 이제는 매장마다 손글씨 잘 쓰는 전문직원을 1~2명씩 따로 뽑아 운용할 정도입니다.


둘째는 인건비 절감입니다. 돈키호테 직원은 정사원(약 6800명)보다 아르바이트생(약 2만 명)이 3배가량 많습니다. 시간당 평균 임금은 2018년 기준 정사원 1600엔, 아르바이트 1000엔 수준입니다. 그만큼 아르바이트를 전력화하면서 저임금으로도 정직원 못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타카하시 미츠오 부사장은 아르바이트를 활용하는 전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5만여 개 아이템을 160종으로 분류합니다. 이 중 관리가 쉬운 아이템은 아르바이트생에게 권한을 넘깁니다. 가령 당일 다 팔아야 하는 신선식품은 정직원이 관리하게 하지만, 유통기한이 길어 천천히 팔아도 되는 조미료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깁니다. 그리고 매년 채용한 200여 명의 정직원 중 30%는 아르바이트생 출신입니다.

삐에로쑈핑 만든 이유는 홍보인가?

상황이 이러니 전문가들은 삐에로쑈핑이 수익 창출 채널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보다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사양 산업이 된 상황에서 이마트가 새로운 유통 채널 실험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죠. 또한 브랜드의 혁신성을 홍보하는 창구로도 활용할 수 있으니 '양수겸장'의 수라는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 전문 A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분석합니다.

삐에로쑈핑이 이슈는 많이 되고 있는데 (사업 측면에서는) 굉장히 지엽적이에요.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온라인 쇼핑이 성행하고 유통 채널도 다양해 단순 공산품 판매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마트도 삐에로쑈핑에 그리 역점을 두고 있지 않고요. 차라리 트레이더스, 노브랜드 등 기존 사업이 더 중요합니다. 삐에로쑈핑은 단지 유통 채널 실험의 일환일 뿐이죠.

유통 전문 B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방문 고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마트는 기존 유통 채널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트레이더스는 기존 이마트 중 매출이 20~30% 이상 빠진 악성 점포를 새로 단장해서 성공한 사례인데요. 삐에로쑈핑이 잘돼서 트레이더스처럼 돈을 벌면 좋겠지만, 안돼도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죠. 이마트의 지속적인 쇼핑 채널 혁신 노력을 소비자에게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삐에로쑈핑이 적자를 보더라도 홍보·마케팅비로 쓴 셈 치면 돼요. 유통점은 어떻게든 방문 고객 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마트는 삐에로쑈핑을 언제, 어디까지 출점할까요? 이는 물론 향후 삐에로쑈핑의 성과에 달렸습니다. 단, 이마트가 삐에로쑈핑을 본격적인 수익 창출 모델로 삼는 시점을 가늠해볼 수는 있습니다. 삐에로쑈핑을 임차점이 아닌, 자가점 형태로 출점하는 순간이 바로 그때입니다. B 애널리스트의 추가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삐에로쑈핑은 유동인구가 많은 A급 상권 위주로 출점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잘 돼 보이는 이유도 그래서죠. 하지만 임차점인 탓에 비싼 임대료를 주고 나면 남는 것은 별로 없을 거예요. 유통업이 그래온 것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자산 가치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없거든요. 만약 이마트가 삐에로쑈핑을 정말 본격적으로 키우려 한다면 자가점 형태로 출점해 장기적으로 마진을 남기는 전략을 취할 것입니다.

삐에로쑈핑이 본격적인 수익 창출 모델이 되는 순간, 또는 제2의 삐에로쑈핑이 등장하는 순간, 돈키호테와의 폭넓은 비교가 필요할 것입니다. 돈키호테 부사장인 타카하시 미츠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전략을 조금 더 들어보겠습니다.

온라인 쇼핑 위협은 온리원 전략으로 승부

타카하시 미츠오 돈키호테 부사장(CFO)타카하시 미츠오 돈키호테 부사장 ⓒ노승욱

노승욱(이하 생략): 요즘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돈키호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타카하시 미츠오(이하 생략): 우리도 온라인 쇼핑 급성장을 의식하고 있지만, 특별히 대응하는 것은 없습니다. 일본 유통 시장 규모 150조 엔 중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8조 엔으로 약 5%에 지나지 않아요. 돈키호테는 나머지 95%인 오프라인 시장에서 더욱 독자성을 발휘하려 합니다. 29년 연속 증수증익하고 있는 만큼,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지속적인 혁신과 '온리원 전략'*으로 백화점과 편의점의 매출을 가져오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 가장 싸고 상품이 다양하며 재미있는 '유일한' 매장을 목표로 삼는 전략

 

돈키호테는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보다 더 싸게 팝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요?

일본의 경우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물류창고까지는 쉽게 준비가 됩니다. 그런데 창고에서 고객까지 배송하는 마지막 구간, 즉 '라스트 마일(last mile)'에서 인력 부족·인건비 증가 등으로 문제가 생겨요. 실제 아마존 택배를 담당하는 야마토운송은 2018년 택배비를 40%나 올렸죠. 이로 인해 아마존 입점업체들도 가격을 1~4% 인상했어요. 택배 산업 위기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 성장은 브레이크가 걸릴 것입니다.

'점장(Top)', '직원(Middle)', '아르바이트생(Low)'의 기본급과 성과급 비중을 보여주고 있는 타카하시 미츠오 돈키호테 부사장 ⓒ노승욱

상품을 복잡하게 진열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반적인 매장은 상품을 찾기(보기) 쉽고 고르기 쉽고 사기 쉽습니다. 돈키호테는 정반대죠. 통로도 구불구불하고 상품도 시야에 잘 안 들어오는 곳에 있어요. 그래서 고객은 쓱 지나가지 않고 상품을 천천히 찾으면서 돌아다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눈이 가는 것들,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사게 되죠. 고객이 필요한 것만 사면 객단가를 높일 수 없어요. 상품을 복잡하게 진열한 것은 객단가에 '플러스알파'를 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향후 경영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도쿄에서는 1인 가구를 주 타깃으로 하는 돈키호테 모델로, 외곽에서는 대형마트인 메가와 뉴메가 모델로 대응하려 합니다. 기본적으로 가족 단위 고객이 1인 고객에 비해 소비지수가 높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싸게 파는 소형 점포 출점도 도전 중입니다. 돈키호테는 유니*와의 연합을 통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 일본의 GMS(종합슈퍼마켓) 업체로, 돈키호테와의 협력을 통해 하이브리드 매장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