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훌루의 리더가 되다

Do it the Disney Way!

'디즈니 웨이로 밀어붙여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습니다. 원래 '디즈니 웨이'는 디즈니랜드의 고객응대 매뉴얼이었는데요. 지금은 대담한 M&A를 통해 성장을 거듭해온 디즈니의 전략적 방향성을 뜻하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사실 미디어 공룡이 인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디즈니는 그 규모가 엄청납니다.

 

알려진 것처럼 1995년 ABC, 2005년 픽사(Pixar), 2009년 마블(Marvel), 2012년 루카스 필름(Lucasfilm) 등 주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하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콘텐츠를 늘려왔습니다.* 1995년 이래 총 26개사를 인수했으니, 평균적으로 1년에 거래 한 건을 성사시킨 셈입니다.

* ABC는 190억 달러(약 22조 원), 픽사는 740억 달러(약 86조 원), 마블은 40억 달러(약 4조 원), 루카스 필름은 41억 달러(약 41조 원)에 인수했다.

 

2018년도에는 기업가치 713억 달러(약 83조 원)에 달하는 폭스 인수에 성공합니다.

 

이로 인해 디즈니는 폭스의 훌루 지분 30%를 확보하면서 훌루 지분의 과반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2019년 4월 15일 훌루가 AT&T의 10% 보유 지분 전량을 매입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디즈니의 훌루 지배력이 더욱 상승하게 되었죠.

* 관련 기사: AT&T sells back stake in Hulu, leaving Disney and Comcast as remaining owners (Techcrunch, 2019.2.28)

 

심지어 아직 주주로 남아 있는 컴캐스트가 보유한 훌루 지분 30%마저 디즈니가 인수해 100%의 지분으로 훌루를 디즈니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 관련 기사: Comcast May Sell Its Stake in Hulu to Disney, Report Says (Fortune, 2019.4.25)

 

어쩌면 이는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훌루는 디즈니, 폭스, 컴캐스트, 타임워너의 합작회사로 시작했습니다. 서로가 위협적 경쟁자인 초대형 기업이 함께 꾸린 사업이다 보니, 효과적으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죠. 짐 스튜어트(Jim Stewart)*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훌루의 주주가 미팅룸에 함께 앉아 있는 모습조차 상상되지 않는다"고 언급했을 정도니까요.

*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퓰리처상 수상 언론인

넷플릭스와의 진검승부를 앞두고
디즈니가 훌루의 확실한 리더임을
자처한 것입니다

훌루와 디즈니, 세 가지 관전 포인트

(거의) 디즈니 품에 안긴 훌루가 어떤 콘텐츠를 제공할지, 또 얼마나 정교한 광고 플랫폼으로 성장할지 시장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가 넷플릭스의 대항마로서 훌루를 조명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요?

 

더 나아가 디즈니의 자체 OTT(Over-the-Top)* 생태계 내에서 훌루가 디즈니 플러스(Disney Plus), ESPN+**와 어떻게 어우러질지도 중장기적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 인터넷 기반으로 다양한 기기에서 스트리밍으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칭하는 개념

** 디즈니 플러스와 ESPN+ 모두 디즈니에서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

훌루 대 넷플릭스, 이 구도는 다시 말하면 디즈니 대 넷플릭스다. ⓒShutterstock

1. 디즈니의 콘텐츠 곳간이 풀린다면?

디즈니의 지배력이 높아지면서 훌루가 독점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늘어났습니다. 이는 훌루의 확실한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당장이라도 증명하듯, 훌루는 디즈니의 추가 지분 확보를 공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마블 TV쇼 2편의 제작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 관련 기사: Hulu is making a big bet on Marvel TV shows with 'Ghost Rider' and 'Helstrom' after Netflix canceled 5 of its own Marvel series (Business Insider, 2019.5.1)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현재 디즈니가 보유한 콘텐츠는 TV 에피소드 7500편, 영화 500편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무엇이 훌루에서 유통될지 또는 디즈니의 다양한 지적재산권이 어떤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될지 기대됩니다. 물론 넷플릭스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겠죠.

* 관련 기사: How Disney+ Could Raise the Stakes in the Streaming Wars (The Hollywood Reporter, 2019.4.12)

 

2. 넷플릭스의 무광고 정책에 대항하는 훌루의 전략은?

넷플릭스가 '노 광고' 정책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거듭하면서* 훌루가 얼마나 영리하게 광고 정책을 펼칠지도 관심을 모읍니다. 이미 넷플릭스의 무광고에 익숙한 사용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광고를 전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겠죠.

* 웹사이트에서도 넷플릭스는 광고를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훌루는 광고 여부에 따라 요금제를 구분합니다. 보다 저렴한 요금을 제공하기 위해 광고 수익을 적극 활용하는 셈입니다.

 

훌루의 광고 및 세일즈 SVP인 피터 네일러(Peter Naylor)는 고객의 시청 패턴을 면밀하게 분석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더불어 같은 광고를 한 시간에 두 번 이상, 하루에 네 번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제한하겠다는 점도 명시했습니다. 과연 이런 정책으로 시청자와 광고주 모두 만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3. 디즈니의 멀티플랫폼 전략 향방은?

디즈니의 OTT 플랫폼은 사실 훌루뿐만이 아닙니다. 2019년 11월 디즈니 플러스를 런칭할 예정이고 이미 ESPN+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서는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와 '심슨 가족' 등 인기 TV 시리즈와 디즈니의 고전 영화, 디즈니가 앞으로 개봉할 영화 모두 독점으로 스트리밍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밝혔습니다.

 

디즈니가 앞으로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를 어떻게 포지셔닝해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을 최소화하고 서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 먼저 내놓은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을 깎아 먹는 경우를 말한다.

그래서 누가 이긴다고?

디즈니 플러스와 훌루, ESPN+를 안은 디즈니는 넷플릭스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아직 디즈니 플러스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훌루가 확고한 거점을 가진 북미에서는 넷플릭스를 위협할만한 성장세를 기대해봄 직합니다.

 

디즈니가 보유한 콘텐츠 라이브러리, 미국 내 60개 이상의 TV 채널을 라이브 스트리밍할 수 있는 훌루의 부가 기능, 묶음 상품 등을 통한 요금제 추가 인하 등의 메리트를 고려한다면 승산은 충분합니다.

다만 정교하게 고안된 개인화 추천 서비스, OTT 플랫폼에 최적화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노하우 확보,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디즈니가 직면한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북미 외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지화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꼭 필요하겠죠.
새삼스러운 말입니다만
좋은 콘텐츠는 힘이 셉니다

유구한 역사와 확고한 세계관을 가진 디즈니의 콘텐츠는 더할 나위 없이 막강하죠. 이것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는 충분한 근거는 아니지만, 적어도 디즈니가 이 시장에서 '빅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한편 넷플릭스 CEO는 디즈니의 참전을 기꺼이 반깁니다.

좋은 경쟁은 발전을 가져옵니다. 경쟁업체가 무수히 많아진다는 건 고객에게도 좋은 일이고 우리에게도 흥분되는 일이죠.

여기서 문득 넷플릭스와 디즈니 혹은 훌루의 승패를 가늠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TV를 상대로 더 큰 싸움을 하고 있고, (어쩌면 조만간) 전통 미디어와 방송사가 패자가 되는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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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포트는 2019년 5월 10일에 발행된 것으로, 일부 참고 링크의 경우 만료될 수 있습니다. help@publy.co로 말씀해주시면 빠르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