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없는 여성 패션 잡지 시장

[콘텐츠 발행일: 2019.06.12]


일본 출판 시장의 규모는 한국의 2배입니다.* 출판 대국인 일본의 출판 시장을 이끄는 것은 잡지였습니다. 일본의 출판 시장이 피크였던 1990년대 후반의 잡지 총 판매액은 일반 서적의 총 판매액을 크게 상회하였습니다.**

* 2016년 기준, 한국 출판 시장 - 7조 8130억 원, 일본 출판 시장 - 1조 4700억 엔(약 14조 7000억 원)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일본전국출판협회(全国出版協会)

** 1996년 기준, 잡지 - 1조 5633억 엔, 일반 서적 - 1조 931억 엔 (출처: 일본전국출판협회)

 

하지만 일본의 출판 시장이 점점 축소되며, 잡지 시장도 침체를 면치 못합니다. 2017년 매출 규모는 6457억 엔으로, 20년 전보다 약 60% 감소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여성 패션 잡지는 경쟁이 가장 치열합니다.

 

현재 약 100종류의 여성 패션 잡지가 일본 시장에서 매달 발간되고 있습니다. 일본 여성 대상의 패션 잡지는 보통 연령별로 고객을 세분화(segmentation)합니다. 20·30·40대는 물론이고, 60대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도 잡지를 만듭니다. 또한, 패션 스타일로 독자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오피스 룩, 내츄럴 룩, 캐주얼 룩, 하라주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개성 강한 룩 등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여성 패션 잡지 ⓒ정희선

이 중 20대부터 40대 여성까지가 대상인 잡지는 내용이 차별화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 잡지들은 비슷한 브랜드와 유행하는 최신 패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 패션 잡지 중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하고, 독자 그룹을 창출하여 전 연령대로부터 사랑받는 잡지가 눈에 띕니다. 여성 라이프스타일 잡지 린넬(リンネル)입니다.

 

라이프스타일로 새로운 독자를 창출하다

2010년 10월에 창간한 린넬은 새로운 방식으로 타깃 독자를 설정했습니다. 타깃 독자 그룹을 지칭하는 이름도 지었습니다. 바로 매일매일 생활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하는 여성들인 쿠라시케조세(暮らし系女性)*입니다. 이들은 주로 편안하지만 느낌 있는 패션 스타일을 선호하고, 특정한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차별화 없는 여성 패션 잡지 시장

[콘텐츠 발행일: 2019.06.12]


일본 출판 시장의 규모는 한국의 2배입니다.* 출판 대국인 일본의 출판 시장을 이끄는 것은 잡지였습니다. 일본의 출판 시장이 피크였던 1990년대 후반의 잡지 총 판매액은 일반 서적의 총 판매액을 크게 상회하였습니다.**

* 2016년 기준, 한국 출판 시장 - 7조 8130억 원, 일본 출판 시장 - 1조 4700억 엔(약 14조 7000억 원)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일본전국출판협회(全国出版協会)

** 1996년 기준, 잡지 - 1조 5633억 엔, 일반 서적 - 1조 931억 엔 (출처: 일본전국출판협회)

 

하지만 일본의 출판 시장이 점점 축소되며, 잡지 시장도 침체를 면치 못합니다. 2017년 매출 규모는 6457억 엔으로, 20년 전보다 약 60% 감소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여성 패션 잡지는 경쟁이 가장 치열합니다.

 

현재 약 100종류의 여성 패션 잡지가 일본 시장에서 매달 발간되고 있습니다. 일본 여성 대상의 패션 잡지는 보통 연령별로 고객을 세분화(segmentation)합니다. 20·30·40대는 물론이고, 60대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도 잡지를 만듭니다. 또한, 패션 스타일로 독자를 구분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오피스 룩, 내츄럴 룩, 캐주얼 룩, 하라주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개성 강한 룩 등으로 구분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여성 패션 잡지 ⓒ정희선

이 중 20대부터 40대 여성까지가 대상인 잡지는 내용이 차별화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 잡지들은 비슷한 브랜드와 유행하는 최신 패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 패션 잡지 중에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하고, 독자 그룹을 창출하여 전 연령대로부터 사랑받는 잡지가 눈에 띕니다. 여성 라이프스타일 잡지 린넬(リンネル)입니다.

 

라이프스타일로 새로운 독자를 창출하다

2010년 10월에 창간한 린넬은 새로운 방식으로 타깃 독자를 설정했습니다. 타깃 독자 그룹을 지칭하는 이름도 지었습니다. 바로 매일매일 생활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 하는 여성들인 쿠라시케조세(暮らし系女性)*입니다. 이들은 주로 편안하지만 느낌 있는 패션 스타일을 선호하고, 특정한 상황이 아닌 일상에서 행복을 찾습니다.

* '살다'와 여성을 뜻하는 쿠라스(暮らす)와 조세(女性)를 합친 단어로, 생활에 충실한 여성의 이미지가 떠오르게 한다.

 

웰빙, 오가닉, 슬로우 라이프, 미니멀리즘 같은 기존의 라이프스타일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는 이미 시장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 중 미니멀리즘 혹은 웰빙 스타일을 철저하게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대부분 여성이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스트레스 없이 사는 생활을 꿈꾸지만,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실제로 영위하기는 어렵습니다. 린넬은 의식 있는 여성들이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린넬은 창간할 때부터 철저히 쿠라시케조세라는 독자 그룹이 좋아할 콘텐츠로 잡지를 구성했습니다.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여성이 타깃인 린넬은 20대부터 70대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사랑받고 있습니다. 린넬이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에는 연령 제한이 없으니까요.

 

또한,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든, 집에 있는 가정주부든, 모두 린넬의 독자가 될 수 있습니다. 커리어 우먼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그들은 직장에서 경제 관련 잡지를 읽거나 출근할 때 입을 옷을 참고할 만한 패션지를 구독합니다. 동시에 개인적인 생활에서는 누구보다 린넬이 제안하는 쿠라시케조세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보내고 싶어 하는 여성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린넬은 기존 시장의 세그멘테이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면밀히 관찰해 새로운 타깃 독자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린넬 잡지의 페이지 일부 ⓒ정희선

독자의 집안을 들여다보는 패션 잡지

린넬을 창간한 편집자 니시야마 치카코(西山千香子)는 패션 잡지를 즐겨 보는 책 편집자였습니다. 30대가 되자, 그는 패션 잡지를 보지 않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패션이 싫어지거나 정보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가 없었던 거죠. 20대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메이크업을 하느냐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30대에 들어서는 그간 정립된 자신의 스타일을 패션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적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린넬은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다룹니다. 계절에 맞는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패션을 코디하는 방법부터 라이프스타일 연구가가 제안하는 집안의 효율적인 동선을 위한 가구 배치, 건강에 좋은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까지 잡지에 실려 있습니다.

 

린넬은 콘텐츠를 만들 때, 독자의 연령이나 직업보다 '무엇을 좋아하는 독자인가?',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 독자인가?'를 항상 염두에 둡니다.

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고
생활에 도움이 될 내용이 바로
린넬이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준입니다

그 결과, 린넬은 폭넓은 연령층으로부터 지지를 얻고, 패션 잡지 분야에서 판매 부수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 일본 ABC 협회가 2018년 5월 10일 발표한 월간 남성·여성 패션 잡지(총 58종) 판매 부수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다.

라이프스타일로 온·오프라인을 모두 공략하다

린넬은 자신들이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지면을 통해서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타 브랜드와의 적극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독자들의 스타일에 딱 맞는 의류·인테리어 소품 제작에도 관여합니다. 콜라보레이션을 넘어 린넬은 의류 브랜드 'tsukuru & Lin.(ツクル&リン)'를 직접 설립하고, 독자에게 제안하는 상품들을 모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을 위한 오프라인 이벤트도 정기적으로 개최합니다. 2017년에 후타고타마가와(二子玉川, 시부야에서 서쪽으로 10km 떨어진 지역)에서 열린 이벤트에는 약 1만 6000명의 독자가 행사장을 찾았습니다. 후타고타마가와는 최근 젊은 부부들의 유입이 증가하고, 라이프스타일숍이 늘어나고 있는 곳인데요. 이 지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잡지가 바로 린넬입니다.

 

이밖에도 린넬은 수공예 제품을 만드는 워크숍을 개최하거나 전국의 유명한 빵집 47개가 참가한 빵 페스티벌을 여는 등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집

최근 린넬은 일본에서 처음 시도되는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독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구현된 집을 짓는 것입니다. 까사 린넬(カーサ リンネル)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건설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대부분이 남성인 상황에서 철저하게 여성의 시선으로 설계된 집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발상에서 시작됐습니다.

린넬이 제안하는 집 내부 ⓒcasa liniere

집을 설계하는 린넬은 주택에 관한 상식을 뒤집습니다. 일반적으로 집을 지을 때는 가족의 수나 구성에 맞추어 방의 개수부터 정하거나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벽으로 공간을 나눕니다. 린넬이 제안하는 집은 이러한 업계의 고정관념부터 깨나갑니다.

 

1층은 벽과 기둥, 그리고 방을 없앤 탁 트인 공간입니다. 현관에는 우리나라의 툇마루를 연상케 하는 목재로 만든 공간을 설치하여, 사람들은 이곳에 앉아서 담소를 나눕니다. 침실과 욕실 같은 사적인 공간은 모두 2층에 있습니다. 린넬은 빛과 바람이 잘 들어오는 집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서 자주 커뮤니케이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잡지의 세계관을 현실에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잡지는 살아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새로운 기쁨과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 린넬 편집장

삶의 모양을 읽어내다

마케팅 전략 수립의 첫 단계는 세그멘테이션입니다. 특정 기준으로 고객을 나누고, 그중에서 어떤 그룹을 타깃으로 상품을 개발할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를 설정합니다. 많은 세그멘테이션이 연령, 소득, 결혼 여부, 자녀 유무 등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인구통계학적 구분이 쉬운 접근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린넬의 케이스는 마케터로서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인사이트를 던집니다. 앞으로는 연령·소득보다 고객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는지를 기준으로 시장을 나눠보자는 것입니다.

 

소득이 증가할수록 더욱더 획일화된 가치관과 스타일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늘어날 것입니다.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서비스 개발은 고객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을 것입니다.

 

물론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고객을 발견하고, 관찰하고, 이해하고, 가치관과 행동 패턴을 파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마케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꿰뚫어 보고, 이를 패턴으로 읽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