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교토를 운치 있게 즐기는 법

니조성(元離宮二条城)은 원래 여행 계획에 없던 곳이었습니다. 여행 준비 과정에서 익숙해진 장소이긴 했지만 교토가 처음인 저 같은 여행객에게는 니조성 외에도 매력적인 곳이 정말 많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바꾼 건 여행 전문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서 본 리뷰 때문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의 니조성 운치가 정말 좋다는 이야기가 여럿 있었는데요. 비가 오는데 어떻게 실외 관광이 만족스러울 수 있는지 조금 의아스럽기도 했지만, 여러 사람이 추천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여행 중에 비가 온다면 니조성에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여행 5일 차 아침, 비가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점차 빗줄기가 거세졌습니다. 비를 피해 실내 위주로 돌아다니고자 했으나 쇼핑몰을 제외하고는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때 니조성이 생각났습니다. 비 오는 교토의 운치를 즐겨보자는 마음이 들었죠. 그렇게 비 오는 교토의 아침, 니조성으로 들어갔습니다.

400년 전 니조성을 소리로 상상해보기

니조성을 대표하는 본관은 바로 니노마루고덴(二の丸御殿)입니다. 니노마루고덴은 쇼군*이 교토를 방문하는 동안 숙소 겸 사무를 보는 곳으로 쓰이던 공간인데요. 즉 쇼군의 별장 같은 곳인 거죠.

* 일본의 역대 무신정권(武臣政權)인 막부(幕府)의 수장(首長)을 가리키는 칭호. (출처: 두산백과)

 

그렇다 보니 33개의 방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건물에 딸린 다다미만 무려 800만 장이 넘는다니 그 규모가 상상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또한 방마다 휘황찬란한 벽화와 장식이 있어 여기에 머물렀던 이들의 신분이 높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죠.

니노마루고덴 외관 모습. 실내는 사진 촬영 금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생각노트

니노마루고덴 관광은 궁 실내를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재 보존을 위해 슬리퍼를 신어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빈칸에 제 신발을 넣고 번호를 기억해두었습니다. 신발장에 번호가 있으니 나중에 신발을 찾기가 쉬웠습니다. 관광객이 많았음에도 헷갈리지 않고 신발을 찾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번호 하나가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 수 있구나 싶었죠.

신발장에 숫자가 붙어 있어서 신발을 넣은 곳을 기억하기 쉬웠다. ©생각노트

슬리퍼로 갈아 신고 이곳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걸으면서 각 방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방의 구조뿐 아니라 각 방의 거대한 벽화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비가 많이 내릴 땐 이렇게 실내를 돌아다니며 관광을 하는 것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