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소개'까지 쇼핑의 재미로

사실 이름만 듣고는 그다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이름에 마트(Mart)를 달다니, 그것도 소품숍을 정체성으로 삼은 곳에서 말이죠. 그래서 네오 마트(Neo Mart)는 가고 싶은 곳 리스트에서 가장 후순위에 있던 장소였습니다. 숙소 근처니 혹 시간이 남는다면 방문해보자는 생각과 교토를 본거지로 하는 잡화 브랜드 이노분(INOBUN)의 서브 브랜드라는 점 때문에 구글맵에 저장해둔 정도였죠.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산책도 할 겸 카메라만 든 채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즉흥적으로 계획을 세워 가볍게 동네를 산책하는 재미를 느끼며 거주민처럼 슬렁슬렁 거닐던 중, 네오 마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마 산책이 아니었다면 이 장소는 건너뛰었을지도 모릅니다. 외관은 그저 평범한 잡화점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남는 게 시간인 데다 점점 늘어나는 사람을 피해 잠시 한적한 곳으로 피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네오 마트의 문을 열었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네오 마트 외관 ©생각노트카테고리별로 나뉜 섹션에는 일반적인 소품숍과 비슷한 방식으로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곳곳에 '검은 딱지'가 붙어있다는 점이었는데요. 다름 아닌 '손글씨와 손그림으로 적은 상품 설명'이었습니다.

검은 배경의 메모지가 상품마다 붙어 있다. ©생각노트네오 마트에는 컴퓨터로 입력해서 출력한 상품 설명과 가격표가 없습니다. 대신 모든 설명 문구와 가격표를 손글씨와 손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스테들러 지우개를 소개하는 설명서에는 문구의 장점이 밑줄과 별표로 표시되었고, 파우치 앞에는 여기에 어떤 물건을 담을 수 있는지 사진이 부착된 설명서가 있었습니다.

스테들러 지우개의 장점을 직접 손글씨로 적어 알려준다. ©생각노트지갑 사용 예시 사진을 메모에 붙여 놓았다. ©생각노트필통 케이스 안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을 설명한 메모 ©생각노트

지갑에 그려진 꽃무늬의 꽃을 똑같이 그려 넣었다. ©생각노트과자의 맛을 예상할 수 있도록 어떤 맛이 나는지 실제 사진을 붙여두었다. ©생각노트텀블러 앞에는 텀블러의 구성품을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각 구성의 장점을 보여주는 검은 딱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과일 모양 얼음 틀에는 이것을 사용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함께 직원이 만든 예시가 사진으로 부착되어 있었고요.과일 아이스바를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기도 하고, 텀블러의 구성품을 소개하면서 어떤 점이 좋은지 설명하기도 한다. ©생각노트이런 상품 설명은 마치 누군가의 다이어리를 구경하는 듯한 재미를 줍니다. 손글씨와 그림으로 꾸며진 알록달록한 상품 소개는 획일화된 상품 소개보다 눈길이 가는 것은 물론, 상품을 하나씩 살펴보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왠지 직원이 제품을 실제로 사용해본 뒤 특징을 설명해주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고요. 덕분에 이 공간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세심하고 정성껏 써 둔 상품 설명을 보면서 스쳐 지나갈 상품도 한 번 더 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상품을 보는 것을 넘어
상품과 상품 소개까지 보는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