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이 변화하는 실리콘밸리의 매력

나는 글로벌 테크 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스타트업의 마케팅 전략을 함께 고민하는 일을 했다. 실리콘밸리 본사에 일이 있어 비행기를 탔지만 솔직히 새로운 느낌은 없었다.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고, 대학교도 샌프란시스코 근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몇 년 만에 옛 추억을 만날 기회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그러나 2주간의 짧은 출장에서 예상치 못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글로벌 기업에서 관련 업무를 하고 있었고, 해외 스타트업 관련 뉴스도 자주 봤기에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실리콘밸리는 달랐다. 말 그대로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는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로 성장한 지 오래이며, 그들의 뒤를 이으려는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었다.

* 스마트폰 앱으로 승객과 차량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현재 기업 가치는 약 112조 원이다.

** 전 세계에서 숙박을 공유하는 서비스로 현재 기업가치는 약 33조 원이다.

 

특히 국내에서 한 번도 못 들어본 스타트업 중에 이미 유니콘(unicorn)*으로 성장했거나 조만간 이름을 올릴만한 기업이 정말 많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 살아남고 성장하는 전략은 새로웠다. 북미 스타트업 파트너사들과의 미팅에 동행했을 때 그들이 얼마나 '그로스(growth)', 즉 성장 전략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수행하는지 확인하며 짜릿한 자극을 받았다.

*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스타트업

 

당시 나는 업무적으로 새로움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커지던 시기였다. 자연스럽게 실리콘밸리 본사로 근무지를 옮겼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한 지 이제 1년이 지나간다. 앱 기반 스타트업을 돕는 그로스 매니저로서뿐 아니라 그들의 서비스를 실제 이용하는 유저로서 나의 놀라움은 매일매일 이어지고 있다.

유저, 실리콘밸리의 숨은 열쇠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들이 많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테크 기업들이 모여있고 이곳에서 경험과 경력을 쌓은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이 많다. 이미 많은 창업가와 스타트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계 기반의 도움을 받기도 수월하다. 유명한 벤처캐피탈이 모여있어 투자 기회가 많다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실리콘밸리의 가장 큰 원동력은 특별한 '유저(user)'들의 존재다. 테크 회사의 직원들과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는 앱과 서비스의 유저다. 인종, 고향, 식생활, 정치적 성향 등 다양한 결을 가진 유저들이 존재한다. 그만큼 성향이 다양하고 까다롭다. 이러한 유저들과 활발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을 키운다.

 

또한 이들은 다양성을 배려하는 서비스를 당당히 요구하며, 그 요구를 서로 존중한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도 식생활에 맞는 메뉴가 준비돼 있다. 만약 미리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요청에 따라 적합한 메뉴를 준비해주는 것이 당연한 문화다.

©Shutterstock각자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업무나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도 매우 적극적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먼저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기도 한다. 이때 부하직원은 '예의를 차린 피드백'이 아니라 실제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말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서비스에 대한 피드백도 활발하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도 직원 대상으로 베타테스터(beta tester)*를 모집하면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게 높다.

* 미완성 서비스를 먼저 사용해보고 피드백을 주는 유저

 

다양한 배경과 취향을 가진 유저들의 요구사항에 발맞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혁신한다. 이런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스타트업들이 성장한다. 이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주목을 받으면 세계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검증받았다고 여겨지는 이유이다.

그로스 전략에 정답은 없지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실리콘밸리라는 환경에서 거대한 시장을 겨냥해 서비스를 만드는 이들은 국내 스타트업보다 더 수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생겨나는 이곳에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성장할까'를 매일매일 고민한다. 한 때 그로스 해킹(growth hacking)*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쓰였듯, 빠르고 탄탄한 성장에 많은 고민을 기울인다.

* 성장(Growth)과 해킹(Hacking)의 합성어로 한정된 예산 하에 빠른 성장을 해야하는 스타트업들에게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을 뜻한다.

 

때로는 '그로스 전략'이 이미 성장한 스타트업들의 결과론적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 스타트업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일을 하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정답은 없지만
명답은 있었다
소위 잘 나가는 서비스들은 빠르고 탄탄한 성장에 대한 집착과 더불어 고도로 계산된 전략을 갖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다양한 유저를 만족시키기 위해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변화한다.

 

단순히 가격 경쟁이나 효과적인 마케팅 채널 운용 등을 활용한 성장 전략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전략들도 특정 단계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실리콘밸리의 다양하고 까다로운 유저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유저 중심 그로스 전략'에 주목했다.

 

이번 리포트에서 소개할 9곳의 스타트업들은 이동수단, 금융, 보험, 중고 거래,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실리콘밸리와 미국에서는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했거나 그럴만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들이 특별한 이유는 이미 다수의 업체가 진입해서 '혁신이 끝났다'고 생각되거나 애초에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보였던 영역에서 유저들의 지지를 얻어 성장했기 때문이다.무엇보다 그 성장을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각자 마주한 고민과 유저들의 니즈를 해결하려고 흥미롭고 기발한 그로스 전략을 펼치며 성장하는, 요즘 뜨는 스타트업의 유저 중심 그로스 전략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