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 건 더이상 미덕이 아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국민의 분노가 들끓던 2016년 겨울. 당시 페이스북에서 촛불시위 참여를 독려할 때 자주 쓰였던 표현이 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양심이 아니다

사실 이 말은 밀레니얼 세대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양심 그 자체가 아니라 행동 여부다. 물론 양심을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밀레니얼은 '행동하는 양심'만이 진짜라 여긴다.

 

여기서 다시 '양심'에 대한 기성세대와 밀레니얼의 차이가 드러난다. 기성세대는 전체를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역사를 지나왔다. 나라를 위해, 조직을 위해 나 하나쯤은 참고 버티는 것, 그게 곧 선(善)이고 양심이라 배웠다.

 

2018년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했던 최영미 시인은 학창시절 겪었던 일을 힘겹게 고백했다.* 그는 민주화 운동을 함께하며 동지라 믿었던 한 남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고민 끝에 한 선배 언니에게 그 사실을 털어놨지만, 그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 관련 기사: 최영미 시인 "미투는 과거와 미래의 싸움" (2018.11.2)

(민주화) 운동을 계속 하려면 이보다 더한 일도 참아야 돼.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말은 '그냥 네가 참아'다. 선생님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털어놓으면 친구들이 어깨를 토닥이며 해주던 말이다. 괜히 문제를 제기했다가 친구가 더 큰 피해를 입을까봐.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아야 했다. 그래야 시끄러워지지 않으니까.

 

반면 밀레니얼 세대에게 익숙한 말은 '절대 참지 마'다. 친구가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털어놓으면 친구보다 더 화를 내며 흥분한다. 좀 시끄러워지더라도 문제를 제기해 해결하려 한다.

 

* 용화여고 창문에 미투 붙은 이유 ©스브스뉴스

 

게다가 밀레니얼 세대는 총대 멘 사람이 혼자 피해를 입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스마트하게 연대한다. 2018년 4월 서울 용화여고 학생들은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라는 구호를 만들었다.* 교사에게 상습 성추행을 당했던 피해 학생들이 학교측에 문제 해결을 요청했지만 묵살당하자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 관련 기사: '스쿨 미투' 이끌어낸 용화여고의 그 이후는? (시사IN, 2019.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