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와 존중의 차이

대기업 부장에게 "당신은 직원을 존중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그럼요. 요즘이 어떤 시대입니까. 항상 부하 직원들을 존중해야죠.

하지만 존중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그 방법을 물으면, 대개 실망스러운 답이 돌아온다.

미투 열풍 이후로는 더더욱 여직원들 눈치를 봐요. 여자니까 좀더 배려해줘야죠. 남자 직원들에게도 늘 여직원 챙기라고 당부하고요.

만약 그의 팀에 젊은 직원들이 있다면, 그는 '꼰대'로 불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해준다'라는 말은 곧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시혜를 베푼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말을 존중으로 받아들일 밀레니얼 세대는 없다. 여직원들은 여자를 '못 가진 자'로 보는 부장의 시각 자체에 이미 불쾌함을 느낀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존중에 대한 기성세대와 밀레니얼의 생각부터 달라서다. 내가 스브스뉴스팀에서 20대 직원들과 여러 번 부딪쳐가며 체득한 '존중'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누려야 할
존엄한 권리를
마땅히 인정하는 것

이 정의를 위의 사례에 적용하면 부장의 생각도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여자니까 존중해주고 배려해줘야 한다 (X)
여자에게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O)

권리는 누군가가 베풀어줘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장애인을 위해 교통수단 좌석을 비워두는 것을 '배려'해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장애인 좌석은 이들이 고마워해야 하는 배려가 아니라 권리이다.* 여성뿐 아니라 장애인, 성 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등 그동안 우리가 사회적 약자라 칭해온 모든 이들의 권리는 '당연한' 것이다.

* 관련 기사: 영국과 독일의 교통약자를 위한 접근성 사례 (에이블뉴스, 2018.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