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을 화나게 한 무개념 광고

[콘텐츠 발행일: 2022.04.19]

보통 기업 내에서 젊은 세대들의 생각에 가장 관심이 많은 직원은 마케팅 담당자다. 최신 트렌드를 파악해야 고객들과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마케팅 담당자들이 제작한 광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브스뉴스 아이템 회의의 단골 아이템 중 하나는 '무개념 광고 사례'였다. 광고 한 편이 나오기까지 개입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그때마다 격분하는 스브스뉴스팀 20대 팀원들의 모습이다.

 

사실 나는 '이건 좀 심했네' 하며 얼굴을 찌푸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20대들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해당 기업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까지 느꼈다. 그들에게 무개념 광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유형 A: 젠더 감수성 부족

최근 5년간 무개념 광고를 올렸다가 논란 끝에 사과하고 폐기한 사례를 모아봤더니 무려 40건이 넘었다. 무개념 광고의 유형은 크게 둘로 나뉜다.

 

1. 여성에 대한 편견 강화

  • SK플래닛 '시럽(Syrup)'

2015년 10월, SK플래닛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지갑 시럽(Syrup)의 광고 문구가 밀레니얼 세대 사이 도마에 올랐다. '놀러갈 땐 우리 차, 기름 넣을 땐 오빠 차'라는 문구에는 여성들이 자기 욕심만 차리고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 롯데주류 '처음처럼'

2015년 9월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 광고도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짧은 영상으로 제작된 이 영상광고의 문구는 '술과 여자친구의 공통점, 오랜 시간 함께 할수록 지갑이 빈다'였다. 역시 여성을 남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존재로 그린 것이다. 네티즌들은 평소 사내에서 여사원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기에 이런 광고를 만들 수 있냐며 혀를 찼다.

 

2. 성적 대상화

  • 오리온 '포카칩'

밀레니얼을 화나게 한 무개념 광고

[콘텐츠 발행일: 2022.04.19]

보통 기업 내에서 젊은 세대들의 생각에 가장 관심이 많은 직원은 마케팅 담당자다. 최신 트렌드를 파악해야 고객들과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마케팅 담당자들이 제작한 광고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스브스뉴스 아이템 회의의 단골 아이템 중 하나는 '무개념 광고 사례'였다. 광고 한 편이 나오기까지 개입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운 건 그때마다 격분하는 스브스뉴스팀 20대 팀원들의 모습이다.

 

사실 나는 '이건 좀 심했네' 하며 얼굴을 찌푸리는 정도였다. 그러나 20대들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해당 기업에 대한 분노와 배신감까지 느꼈다. 그들에게 무개념 광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유형 A: 젠더 감수성 부족

최근 5년간 무개념 광고를 올렸다가 논란 끝에 사과하고 폐기한 사례를 모아봤더니 무려 40건이 넘었다. 무개념 광고의 유형은 크게 둘로 나뉜다.

 

1. 여성에 대한 편견 강화

  • SK플래닛 '시럽(Syrup)'

2015년 10월, SK플래닛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지갑 시럽(Syrup)의 광고 문구가 밀레니얼 세대 사이 도마에 올랐다. '놀러갈 땐 우리 차, 기름 넣을 땐 오빠 차'라는 문구에는 여성들이 자기 욕심만 차리고 남성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 롯데주류 '처음처럼'

2015년 9월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 광고도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짧은 영상으로 제작된 이 영상광고의 문구는 '술과 여자친구의 공통점, 오랜 시간 함께 할수록 지갑이 빈다'였다. 역시 여성을 남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존재로 그린 것이다. 네티즌들은 평소 사내에서 여사원들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기에 이런 광고를 만들 수 있냐며 혀를 찼다.

 

2. 성적 대상화

  • 오리온 '포카칩'

2014년 8월에는 '포카칩' 광고가 모두의 눈을 의심케 했다. 오리온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포카칩 별명 짓기'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포카칩은 처녀이다! 왜? 먹어도 또 먹고 싶어서'라는 예시를 들었다. 거센 비판이 이는 것은 당연했다. 오리온은 사과문을 게시하고 이벤트를 중단해야 했다.

무개념 광고로 비판받은 '포카칩' 광고 ⓒ오리온
  • 현대자동차 'i30'

2016년 9월에는 현대차의 'i30' TV 광고가 논란이 되었다. '#후방주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소개된 이 광고 속에서는 i30가 지나갈 때 여성의 치마가 들춰지고, 이를 한 남성이 음흉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이 광고는 한국여성민우회의 항의를 받았고 결국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삭제했다.*

* 관련 기사: 21세기 광고 속 20세기 여성 (The PR, 2017.2.28)

유형 B: 약자 비하와 범죄 희화화

1. 약자 비하

  • MBC <전지적 참견 시점>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공분을 사는 경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18년 7월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출연자들이 주고받은 농담이 도마에 올랐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에서 지적 장애인을 연기했던 배우 신현준이 '기봉이' 흉내를 낸 것이다. 시청자들의 항의글이 게시판에 쏟아졌다.

'장애인 비하'로 논란이 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 ⓒMBC

사실 예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장애인을 흉내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지금은 사람들이 지적 장애인 흉내를 봐도 마음 편히 웃지 않는다. 대신 그 장면을 보고 상처받을 장애인들의 마음을 생각한다.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이 맥을 못 추는 것도 이러한 '비하 개그'를 더 이상 시청자들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 관련 기사: 코미디의 몰락, 안 웃기는 코미디 (미디어오늘, 2018.12.9)

 

2. 범죄 희화화

  • 영화 <레슬러>

2018년 4월, 영화 <레슬러>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자사 SNS에 체육복을 입고 있는 이성경을 올리고 그 아래 '체육관에서_타이트한 의상 입은_A씨 유출사진_모음.zip'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라 불리는 불법 촬영물 유포 문제로 자살하는 여성 피해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용납 불가능한 도발이었다.

성범죄 희화화로 논란이 된 영화 <레슬러> ⓒ롯데엔터테인먼트

롯데 엔터테인먼트는 곧바로 홍보문구를 수정하고, "기존에 작성한 문구는 절대 몰카를 연상시키는 악의적인 용도로 작성한 문구는 아니며 영화 속 캐릭터가 전직 레슬러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레슬링복을 조금 더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작성했던 문구인데,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 '배스킨라빈스 31' 광고

2018년 3월, 배스킨라빈스는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홍보영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배우 조민기가 성희롱 피해자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너무 많이 흥분', '몹시 위험'이라는 문자메시지에서 본딴 홍보 문구를 쓴 것이다.

 

영상을 삭제한 이후에도 인스타그램 계정엔 비판 댓글이 쇄도했고 결국 배스킨라빈스는 "적절치 못한 단어들이 포함된 것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하고 게시해 관련자들께 상처를 드리고,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 '헤어핏' 광고

2018년 3월에는 헤어스타일 가상체험 앱 '헤어핏'이 물의를 일으켰다.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아이유가 폭행당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맞아도 예쁜 아이유처럼 되려면?'이라는 내용의 홍보글을 올린 것이다. 헤어핏은 곧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문을 올렸다.

폭력을 미화화해 논란이 된 '헤어핏' 콘텐츠 ⓒKakao

실수와 농담 사이

기업들이 '실수였다', '사과한다'고 말해야 한다면 이미 시기는 늦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뒤늦은 사과를 믿지 않는다. 오히려 해당 기업이 여성 상대 범죄를 유머 소재쯤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격렬하게 비판한다. 일부는 이런 기업들이 무의식적으로 범죄에 동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감성을 오해한 결과는 참혹하다. 기업과 상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적잖은 돈을 써서 내보낸 광고가 비난의 화살로 돌아온 꼴이다. 한번 논란이 되면 해당 영상이나 이미지를 삭제하더라도 온라인상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기업 입장에선 크나큰 손해다.

 

이렇게 물의를 빚은 광고도 예전 같으면 '도발적인 광고' 정도로 이해돼 아무 일 없이 게재됐을 수 있다. 기성세대 입장에선 '웃자고 한 말'에 너무 예민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밀레니얼 세대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상처가 된다면, '웃자고 한 말'에 웃지 않는다. 부적절한 농담 대신 정작 꺼내놓아야 할 것은 따로 있다고 밀레니얼들은 생각한다. 그게 무엇인지는 다음 장에서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