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뉴스는 어떻게 밀레니얼의 지지를 받게 되었나

Editor's Comment

- 하대석 저자는 스브스뉴스의 시작부터 4년간 밀레니얼을 타깃으로,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며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리포트의 일부 내용은 하대석 저자가 2018년 말까지 스브스뉴스팀에서 일할 때의 이야기로, 현재 스브스뉴스팀의 운영방침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쩜 그렇게 콘텐츠를 잘 만들어요?

레거시 미디어의 소셜미디어 진출 사례로 스브스뉴스가 주목받자 그 비결을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 공동기획자이자 팀장이었던 나는 '필살 콘텐츠 제작 노하우' 대신 다음과 같이 진실을 털어놓았다.

제가 만든 게 아니에요. 그냥 20대 친구들에게 뭘 좋아하는지 묻고, 그들이 관심 있어 하는 걸 직접 만들게 했어요. 저는 데스크만 봤고요.

스브스뉴스는 현재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총 100만 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2015년 초 만들어진 후 4년 만에 유력 소셜미디어 채널로 성장한 것이다.

유력 소셜미디어 채널로 성장한 스브스뉴스 ⓒ스브스뉴스SNS에서 구독자를 모으는 마케팅 비법? 그런 건 모른다. 스브스뉴스는 그저 콘텐츠 품질에 집중했다. 20대 친구들은 본인들의 생각이 담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 자체에서 보람을 느꼈고, 그 모습을 보는 내 가슴도 뛰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에너지가 그대로 담긴 콘텐츠는 어김없이 '대박'을 터뜨리며 수백만 명에게 공유됐다.

스브스뉴스 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은
20대의 생각을 담아
20대가 직접 만든다는 점이다

내 역할은 그들이 생각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거드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거들기도 쉽지 않았지만, 좀 더 잘 거들기 위해 20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옆에서 열심히 관찰해야 했다. 그들을 이해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내가 그랬듯,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20대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모른다. 이러한 세대 간의 인식 차이는 사회문제로 이어진다. 실제로 여성 혐오, 갑질 논란 등 최근 몇 년간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는 대부분의 갈등은 대한민국 20대의 핵심 가치(core value)를 건드림으로써 시작된 경우가 많다.

 

문제는 20대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기성세대의 부재다. 막연히 '20대는 이렇다', '20대는 저렇다' 규정하면서 말 조심·행동 조심으로 갈등 상황을 회피하기만 한다. 이러한 몰이해는 기업의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콘텐츠 업계에서 일한다면
'고객 이해'에 모든 걸 걸어야 한다

콘텐츠 시장에서 20대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다. 그래서 그런지 서점에도 몇 가지 키워드로 20대를 설명하려는 책이 많다. 혼밥과 혼술을 즐기며 소확행을 추구하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 중요하고 꼰대가 싫어서 늘 퇴사를 꿈꾸고, 그러면서도 취업난 때문에 9급 공무원 되려고 노량진을 전전하는 세대….

 

표피적인 현상만 놓고 보면 다 맞는 말이지만 20대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한 책은 찾기 어렵다. 일부 마케터와 콘텐츠 제작자들은 소확행과 워라밸 같은 키워드만으로 20대를 충분히 이해했다고 자신한다. 누군가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일까? 입장을 바꿔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되느냐고.

 

누군가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가족이나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여긴다. 만약 나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말에 쉽게 마음이 움직일 것이다. 눈물이 날지도 모른다.

 

단 한 사람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훨씬 더 넓은 범위의 '고객'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스브스뉴스 팀장으로 일하는 동안 나는 우리의 고객인 20대를 이해해야 했고,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소확행과 워라밸이 말해주지 않는 것

20대는 변화무쌍하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복잡하고 양면적이다. 가벼운 듯하면서도 진지하고, 부드러운 듯하면서도 날카로우며, 이기적으로 행동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공익을 우선시한다.

 

그들이 돌려보는 짤*을 보면 양면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얼핏 보면 가볍고 실없이 웃기지만, 적재적소에 쓰이는 순간 그 짤은 상대방의 심장부를 정통으로 찌를 만큼 예리하다. 그들의 장난과 농담을 곱씹어보면 메시지의 그 안에 담긴 묵직함이 느껴진다.

* '짤림 방지'의 줄임말로, 커뮤니티 게시글이 삭제되지 않도록 이미지를 함께 첨부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요즘은 '돌려보기 좋은 웃긴 캡처 이미지'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평소엔 뿔뿔이 흩어져 오타쿠(otaku)*처럼 개인 취미에 빠져있다가도 공분할 만한 이슈가 터지면 길거리로 나와 한목소리를 낸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낮은 최저임금에 분노하다가도, 불쌍한 동물들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이 열리면 적잖은 돈을 쾌척한다.

*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초기에는 부정적 뜻으로 쓰였으나 1990년대 이후부터 점차 의미가 확대되어, '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 단순 팬, 마니아 수준을 넘어선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는 긍정적 의미로도 쓰인다.

©Unsplash/Ken Treloar내 눈에 20대는 모순투성이였다. 마음속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20대의 진짜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어렴풋이나마 20대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 건 스브스뉴스에서 일한 지 3년쯤 지난 뒤였다. 그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세 가지 전제를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전제는 '세상 사람은 누구나 소중하므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제를 기성세대가 흔들 때, 그들은 가장 격렬하게 반발한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받은 부당 대우를 익명으로 폭로하는 'OOO 옆 대나무숲', 뿌리깊은 성폭력·성차별 관행에 함께 저항하는 미투운동 등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갖는 사회현상들은 어김없이 인권 존중과 관련이 있다.

 

두 번째 전제는 '함께 행복하기 위한 나눔'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함께 잘 사는 세상에 대한 열망이 그 어떤 세대보다 크다. 장애인, 빈민 등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도 기성세대와 달랐다. 그들은 약자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 당연한 권리를 사회적 약자들도 누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전체보다는 개인이 중요하다'는 게 세 번째 전제다. 기성세대는 조직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선행'으로 추켜세우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아무리 전체에 이득이 된다 하더라도 용납하지 않는다. 비록 단 한 명이라도 피해자가 생겼을 때, 공동전선을 펴고 격렬하게 저항해 끝까지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도 그래서다. 

 

이 글은 4년간 스브스뉴스에서 20대들과 동고동락하며 겨우 깨우친 배움의 기록이다. 마케팅이든 콘텐츠 제작이든 결국 모든 일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해서 공감으로 끝나는 것이라 믿는다.

 

20대가 핵심 고객인 마케터나 콘텐츠 제작자에게, 20대를 이해하기 힘든 기성세대에게 이 리포트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