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는 구관이 명관?

국내에서 중고거래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서비스가 몇 곳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중고나라'는 아이폰 1세대가 처음 소개되기도 한참 전인 2003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형식으로 존재했다.

 

미국에서도 중고거래로 가장 잘 알려진 서비스들은 1995년 시작된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와 이베이(eBay)다.

* 한국의 '중고나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 서비스이다.

 

매일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선두 서비스가 계속 바뀌는 여타 업계와 다르게 중고거래 서비스는 웹 시대에 시장을 이끌었던 서비스들이 아직도 선두를 지킨다. 이는 중고거래 서비스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본인이 사용하던 물건을 팔고, 모르는 사람이 사용하던 물건을 사는 중고거래 서비스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생명이다. 이러한 신뢰도는 하루아침에 탄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모두 많아야 하므로 성공적인 중고거래 서비스는 꼭 필요한 유저 수(critical mass)를 확보해야 한다. 전통적인 강자가 선두를 달리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기존 중고거래 서비스의 아성을 위협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직관적인 이름을 가진 렛고(LetGo)의 성장이 돋보인다.

2년 만에 1300만명이 인정한 서비스, 렛고

렛고는 2018년 5억 달러(한화 약 5850억 원)의 추가 펀딩을 받으며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렛고의 서비스 초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2015년 초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년 만에 3000만 다운로드와 1300만 액티브 유저(active user)를 보유한 서비스로 성장했다. ** 20살이 넘은 크레이그리스트가 6000만 유저를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이다.

* 관련 기사: LetGo, the 2nd-hand shopping app, raises another $500M at over a $1.5B valuation (Tech Crunch, 2018.08.08)

** 관련 기사: Letgo Used Goods Marketplace Growth Story (99Starts, 2018.07.25)

 

렛고는 2016년 주요 경쟁 서비스들 중 하나였던 왈라팝(Wallapop)과 합병하며 크레이그리스트를 위협하고 있다. 기득권이 탄탄한 중고거래 시장에서 렛고가 서비스 초반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략 1: 과감하고 기발한 매스마케팅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의외였던 점이 있다. 그중 하나는 다수의 스타트업이 TV 광고 집행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에 TV 광고는 새로운 전략이 아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같은 소비자 친화적인 배달 앱은 물론이고 게임, 구직, 커머스 등 업종과 관계없이 잘 나가는 서비스의 TV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대규모 투자유치 이후에 유명 연예인이 등장하는 T V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성공적인 스타트업 임을 증명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나 북미 스타트업들에 TV 광고는 흔히 사용하지 않는 전략이다. 미국 TV광고를 집행비가 매우 크다는 이유도 있지만, 매스마케팅은 생활용품 등 전통적인 상품을 제공하는 대형회사들의 마케팅 채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TV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데 집중하기보다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 즉각적인 성과와 수익성에 집중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이미 유니콘임에도 불구하고 TV 광고를 제대로 집행한 경우는 드물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렛고는 서비스 초반부터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매스 마케팅 전략을 선택했다. 시리즈A로 받은 투자금 가운데 75%를 마케팅에 활용할 정도였다.

 

TV 광고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려면 유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전통적인 매스마케팅 채널의 경우, 디지털 광고와 다르게 유저의 반응을 바로 알기 어렵고 반응에 따라 즉각적으로 광고 소재와 운영 전략을 수정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효과적인 콘텐츠 제작의 중요도는 더욱 높다.

 

렛고처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서비스가 브랜드 이미지와 감각적인 부분만 지나치게 강조하는건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런 광고를 보면 '도대체 무슨 서비스라는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지도 낮은 스타트업들의 경우, 유명인을 활용하는 것보다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렛고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을 재치있게 표현해 '중고거래 앱을 통해 물건을 파는 것'에 대한 유저들의 생각을 넓혔다. 편리한 사용 방법을 상황에 맞게 보여주면서 서비스도 성공적으로 홍보했다.

 

* 렛고의 2016년 TV광고 ©Letgo

 

렛고의 영상 광고에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팔지 않고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집에 불이 나서 대피해야 하거나,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위기에 놓이는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까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포기하지는 못하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면서 공감대를 일으켰다.

 

물건을 '파는 것(sell it)'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쉽고 빠르게 보내주는 것(let go)'으로 표현하며 중고거래에 대한 거부감도 줄였다.

 

당시 렛고의 커뮤니케이션 부서 리더였던 조나단 로우(Jonathan Lowe)는 인터뷰에서 이 광고 시리즈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누구에게나 더이상 사용하지 않지만 아끼는 물건이 있죠. 그렇지만 이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당장 필요한 물건일 수 있습니다. 렛고와 같은 플랫폼이 물건과 필요한 사람을 이어주고, 물건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해당 영상 시리즈는 렛고 서비스의 쉬운 사용법도 잘 보여준다.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렛고 앱을 통해 쉽고 빠르게 물건을 올리고, 올리자마자 물건을 구매할 사람이 바로 나타난다. 다소 과장이 섞였지만 쉬운 사용법과 물건 구매자의 빠른 연결이라는 앱의 특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 중고 거래의 실용성에 중심을 둔 렛고의 TV 광고 ©Letgo

 

런칭 당시 성공을 맛본 렛고는 최근까지도 비슷한 포맷의 TV광고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거래의 실용성에 중심을 둔다. 자신이 가진 물품을 이용해 바에서 술값을 계산하려고 하거나 중고 피아노로 호텔 숙박비를 내려는 상황을 보여준다. 런칭 캠페인 때와 유사한 포맷을 유지하면서도 서비스와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주요 메시지를 바꿔서 활용하고 있다.

전략 2: 유저도 광고를 만들 수 있다면?

렛고의 영상 광고 전략은 유저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렛고는 첫 번째 TV 광고를 성공한 이후 앱 내에 광고화(commercializer) 기능을 추가했다. 내가 팔고자 하는 물건의 사진과 가격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면 TV 광고와 비슷한 영상을 만들어준다.

 

영상 광고는 네 가지 테마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 미국 TV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고 포맷을 중고거래 상황에 맞게 재밌게 표현했다. 예를 들어, 홈쇼핑 광고를 패러디한 테마는 유저가 1달러의 값을 매긴 하찮은 물건을 등록하더라도 쇼핑 호스트들이 엄청난 물건을 파는 것처럼 과장되게 홍보해준다. 아래는 유저들이 직접 만든 광고 예시이다.

 

* 홈쇼핑 테마 ©Letgo

 

* 영화 예고편 테마 ©Letgo

 

* 제약광고 테마 ©Letgo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앱 내의 상품 등록 페이지에 게시하고 소셜미디어에도 공유할 수 있다. 반응은 뜨거웠다. 광고화 기능 추가 후 첫 4달 동안 100만개가 넘는 동영상 광고가 제작됐다.* 제작된 광고들은 렛고 상품 등록 페이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에 올라가면서 바이럴 효과를 일으켰다.**

* 관련 기사: More Than 1 Million Ads Have Been Made With CP+B's Clever 'Commercializer' for Letgo (Adweek, 2016.08.19)

** 관련 기사: letgo Commercializer Lets Users Instantly Create & Share Customizable, Hollywood-Style Ads with Dolph Lundgren's Help (Business Wire, 2016.04.20)

 

이 기능에 대하여 렛고의 공동 창업자 알렉스 옥센포드(Alex Oxenford)는 한 기사에서 이렇게 표현한다.

당신이 더이상 입지 않는 가죽 자켓, 수년간 타지 않은 자전거가 렛고 광고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광고는 온라인 중고 거래를 혁신하는 렛고의 방법 중 하나이며, 모바일 기반의 중고거래 서비스를 촉진하려는 전략입니다.

중고거래 서비스를 물건을 꼭 팔아야 할 때만 사용하는 대신 그 자체로 즐길수 있는 형태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전략 3: 광고와 괴리감 없는 실제 서비스

렛고는 영상 광고에서 쉬운 활용과 빠른 거래를 강조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렛고의 서비스를 사용하기가 어렵다면? 성공적인 광고조차도 서비스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이사를 가게 된 나는 렛고를 통해 필요 없는 가구를 직접 팔아보았다. 광고와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판매하는 방식이 정말 쉬웠다.

 

먼저, 렛고 앱은 판매할 물건을 자동으로 인식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물건에 대면 물건의 종류, 평균 거래 가격, 거래 성사 기간이 표시된다.

렛고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과정 ©Letgo유저는 이 정보를 활용해 본인의 물건을 어느 정도 가격에 등록할지 결정한다. 또 팔리는 데 얼마나 걸릴지에 대한 정보도 알 수 있다. 중고거래를 할 때 발생하는 여러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다.

 

사진을 찍은 이후에는 원하는 가격만 입력하면 바로 물건이 등록된다. 등록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후 세부 페이지에서 추가적인 정보 등록을 할 수 있다. 물건이 잘 팔리려면 어떤 정보를 등록해야 하는지, 유저는 현재까지 어떤 정보들을 입력하였는지 보여준다.

 

거래를 진행하기 위해 앱 내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도 상당히 편리하다. 물건을 올리면 거래가 아직 유효한지, 가격 조정이 가능한지 등의 메시지들이 쇄도한다. 많은 유저에게 비슷한 답변을 계속 해줘야 하는 점이 어쩌면 중고거래 시 가장 큰 스트레스일 수 있다.

 

렛고의 채팅 서비스는 대화를 파악해 몇 가지 답변을 미리 옵션으로 제공한다. 옵션을 클릭하기만 해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므로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영상 광고를 통해 강조한 '쉬운 사용'을 서비스에서 실제로 구현했기 때문에 유저들의 만족감은 클 수밖에 없다.

누구나 하는 뻔한 TV 광고는 이제 그만

국내에서 스타트업의 TV 광고 집행은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TV 광고가 실제 브랜딩과 앱 성장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TV 광고, 더 나아가서는 영상 광고를 제대로 집행해 그로스에 도움을 주는 경우는 생각보다 찾아보기 힘들다. 다수의 스타트업들과 함께 영상 광고 집행에 대한 전략을 고민할 때에도 성공적인 경우보다 그저 그렇게 마무리되는 매스 마케팅 사례들을 많이 보았다.

 

예산을 많이 쏟는 TV 광고가 무조건 효과적인 광고는 아니다. 매스 마케팅을 통하여 이루고 싶은 목적을 확실하게 정한 후, 적절한 콘텐츠를 활용한 영상 광고를 집행하고, TV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공적인 그로스가 따라온다.

 

렛고는 브랜드의 신뢰도와 초반 유저를 모으는 것이 중요한 중고거래 업계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전략적으로 TV 광고를 선택했다. 단순한 광고를 넘어 유저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 현재 중고거래 대표 모바일 서비스로 손꼽힌다.

 

국내에서도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의 선두 서비스들이 보여주었듯, 단순히 광고를 위한 광고가 아닌 상황과 목적에 맞는 똑똑한 영상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