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앱 춘추전국시대, 승자는?

수익화가 쉽지 않은 앱 시장에서 데이팅앱은 유저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몇 안되는 카테고리다. 앱을 통해 사람을 만나려는 수요가 많은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도 선두 업체인 아만다 외에 글로벌 서비스 틴더(Tinder)가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틴더는 여전히 미국 구글 플레이 전체 매출 순위 3위로 독보적이지만,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종과 직업, 성적 취향, 서비스 사용 목적 등에 따라 특화된 데이팅 앱이 주목받고 있다.

 

여성에게만 채팅 시작 기회를 주는 범블(Bumble), 멤버당 한 명씩만 친구를 초대하는 비밀스러운 더 리그(The League),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커피 미츠 베이글(Coffee Meets Bagel)과 이스트 미츠 이스트(East Meets East), 레즈비언들을 위한 허(Her)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도 안티 틴더(anti-Tinder) 서비스를 자처하는 힌지(Hinge)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가볍게 한 번 만나는 대신 진지한 인연을 만들고 싶은 유저들을 겨냥했다. 또한 인스타그램(Instagram)이 연상되는 감성 디자인으로 여성 유저들에게 어필한다. 실제로 내 주변 여성들은 힌지를 많이 사용한다.

* 틴더는 전 세계 5700만 명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데이팅 앱으로, 안티 틴더는 '틴더와 반대된다'는 뜻.

 

2012년 사업 초기, 힌지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남다른 그로스 전략을 선보이며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2018년 6월 틴더의 모기업인 매치 그룹(Match group)에 인수된 후에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다운로드가 400% 이상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관련 기사: Match Group Buys 51% Stake in Hinge, Ups Ante in Dating Space (Nasdaq, 2018.6.25)

전략1: 신의 한 수, 리브랜딩

경쟁이 치열한 미국 데이팅앱 시장에서 힌지가 눈에 띄게 성장해온 비결은 성공적인 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에 있다. 사실 과감한 리브랜딩은 위험을 동반한다. 성장이 정체된 스타트업들이 종종 시도하는 전략이지만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드물다.

*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작업

 

틴더는 2012년부터 데이팅앱 시장을 이끌어온 개척자다. 유저들은 앱에서 추천한 데이트 상대의 사진을 오른쪽으로 스와이프(swipe)해 호감을 표시하고 왼쪽으로 스와이프해 탈락시킨다. 사진 한 장과 간단한 개인정보만으로 가입할 수 있고 게임하듯 사진을 넘기는 재미요소가 부각되면서 많은 유저가 몰려들었다.

틴더가 주도한 스와이프 방식은 데이팅앱의 표준이 됐다. ©Shutterstock그러나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상대방을 사진 한 장으로 판단하고 넘겨버리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등장했다. 틴더는 점점 훅업앱(hookup app)*으로 인식되었고, 급기야 미국의 유명 잡지 베니티 페어(Vanity Fair)에 '틴더와 데이팅 문화 파멸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틴더로 인해 육체적인 관계를 위한 가벼운 만남이 늘어나고 진지한 만남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 하룻밤 만남을 위해 사용하는 앱

** 관련 기사: Tinder and the Dawn of the "Dating Apocalypse" (Vanity Fair, 2015.9)

 

사업 초기 고전을 면치 못하던 CEO 저스틴 맥러드(Justin McLeod)는 베니티 페어의 기사를 계기로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서비스의 철학과 형태를 통째로 바꾸며 과감한 리브랜딩을 단행한 것이다. 힌지는 데이팅앱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갈증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 전체를 과감하게 개편했다.

힌지는 틴더에 지친
유저들에게 집중했다
리브랜딩의 첫 번째 단계는 정확한 현실 파악이었다. 힌지는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이를 통해 '데이팅 앱 유저의 81%는 진지한 만남을 경험하지 못했다', '앱에서 500번을 스와이프 했지만 단 한 번만 휴대폰 번호를 교환할 수 있었다'와 같이 생생한 정보를 얻었다. 데이팅앱 유저들은 스와이프로 대표되는 방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현실을 파악한 힌지는 곧장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가 서비스의 목표를 새롭게 정했다. 'We're on a mission to get you off Hinge and out on great dates(우리의 미션은 당신이 힌지 앱을 끄고 데이트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힌지는 베니티 페어의 기사에서 착안해 '데이팅 문화의 파멸(The Dating Apocalypse)'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새로운 데이팅 앱을 원하는 유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유저들이 원하는 새로운 앱은 바로 힌지였다.

 

새 목표에 맞게 슬로건도 'Designed to be Deleted(휴대폰에서 삭제되도록 만들어진)'로 바꿨다. 앱을 끄고 삭제하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즐거운 데이트'라는 힌지의 방향성을 유저들에게 각인시켰다. 결과적으로 힌지는 삭제되기는커녕 더 많이 다운로드되었다.

힌지가 내세운 새로운 슬로건 ©Hinge리브랜딩의 마지막 단계는 재설정한 목표를 제품에 녹여내는 일이다. 앱의 철학이나 이미지에 공감해 다운로드받았더라도 실제 서비스가 기대와 다르면 유저는 앱을 바로 지우기 때문이다.

 

힌지는 과감하고 철저하게 서비스를 바꿔나갔다. 우선 대부분의 데이팅 앱이 사용하던 스와이프 방식을 버렸다. '더 쉽고 간단하게'가 아니라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앱을 기대하는 유저의 감성에 걸맞게 디자인도 바꿨다.

 

회원가입 방식도 다르다. 유저는 다른 서비스보다 훨씬 더 많은 질문에 답해야만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이름과 성별, 그리고 사진 1장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는 틴더와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힌지는 직업, 학력 정보, 종교, 고향, 정치적 의견뿐 아니라 술을 즐기는지, 담배를 피우는지, 심지어 대마초*를 즐기는지도 물어본다.

*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10개 주에서는 유흥 목적의 대마초가 합법이다.

힌지(위)는 틴더(아래)와 달리 다양한 질문에 답해야 가입할 수 있다. ©Hinge/Tinder'나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도 힌지만의 차별화 요소다. 미리 준비된 질문 리스트 가운데 세 가지를 고르고 답을 짧게라도 적어야 한다. 질문은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을 가볍게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My last meal would be(내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은)', 'Unusual skills(내가 가진 특별한 기술들)', 'Best halloween costume(가장 좋아하는 할로윈 분장)' 등이다.

 

물론 'prefer not to say(밝히지 않음)'를 선택할 수 있지만, 꽤 많은 이들이 정보를 상세하게 적는다. 돈을 내고 사용하는 프리미엄 유저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과 더욱 잘 맞는 데이트 상대를 찾을 수 있다.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다가 특정 사진이나 특정 코멘트가 마음에 들면 '좋아요'를 누르고,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기도 한다.

직접 가입해본 힌지의 프로필 예시 ©김종현힌지는 과감한 리브랜딩을 통해 기존 데이팅앱의 관성에서 벗어났다. 현실을 파악하여 목표를 재설정하고, 이를 서비스에 적용했다. 그 결과 힌지는 월간 앱 다운로드 수치 400% 성장과 신규 유저의 앱 재사용률 20% 성장이라는 성공을 거두었다.*

* 관련 기사: How Hinge disrupted online dating with data and helped users find love (Mixpanel, 2018.8.10)

전략2: 인플루언서 마케팅도 영리하게

리브랜딩 전략은 서비스의 방향성을 정하고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를 유저들에게 제대로 알릴 때 진정한 성공으로 이어진다. 힌지는 'The Dating Apocalypse' 웹사이트로 독특하면서도 성공적인 홍보전략을 선보인 후 인플루언서(influencer)에 집중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국내에서도 친숙하다. 다만 힌지의 전략이 특히 흥미로운 이유는 서비스 방향성과 조화를 이루는 인플루언서를 제대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단순히 가장 유명하고 팔로워가 많은 인플루언서 대신 '나와 비슷하지만 나보다는 조금 더 잘 나가는 혹은 내 주변에 있을 법한' 인스타그래머들을 활용했다. 그들의 타깃이 유저가 어떤 인플루언서에 공감할지에 집중한 것이다.

힌지 인플루언서의 포스팅 내용포스팅 내용 또한 자극적이지 않으며 서비스 방향에 부합한다. 앱 사용을 과하게 추천하는 느낌이 아니다. 보통 디지털 광고에는 앱을 지금 바로 다운받고 사용하라는 문구가 들어가기 쉽다. 하지만 힌지의 인플루언서들의 포스팅에는 건강한 데이팅 문화 자체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힌지는 기존 인플루언서들과 파트너십 마케팅에서 그치지 않고 앱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유저들 가운데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팔로우를 보유한 사람들도 활용했다. '힌지가 선정한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파워 리스트 30명'을 발표하는 식이다.* 힌지의 진성 유저들이 곧 인플루언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관련 기사: These are the 30 most eligible social-media stars, according to the dating app Hinge (Business Insider, 2017.05.31)

대세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특정 비즈니스 모델이 뜨면 비슷한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현상을 쉽게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유사 서비스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는 쉽지 않다. 대세를 따라가다가 성장을 위해 무리하게 쿠폰 경쟁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세를 거스르더라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하지만 제대로 한다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유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과감하게 리브랜딩 전략을 펼친 힌지는 경쟁이 심한 데이팅앱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9년 2월 기준, 미국 구글플레이의 데이트 카테고리에서 5위권을 차지했다.

 

모두가 간단하고 빠른 회원가입을 추구할 때, 회원가입에 더 공을 들이도록 만들었다. 모두가 쉬운 스와이핑 방식으로 만남의 상대를 추천할 때, 진지한 만남에 집중했다. 도전은 쉽지 않았지만 힌지는 결국 유저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성장이라는 달콤한 과실을 즐기고 있다.

 

데이팅 업계 뿐 아니라 배달이나 커머스 등 앱 카테고리는 점점 포화되고 있다. 대세 서비스를 유사하게 만드는 대신 유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분석하고 새로운 서비스 모델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