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400%의 존재감

Editor's Comment

힌지(Hinge)는 특색 없고 그저 그런 수많은 데이팅앱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2016년 10월 과감한 리브랜딩 전략을 펼치며 완전히 재탄생했고, 지금은 데이팅앱의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뜨는 스타트업, 그로스 전략이 다르다’ 두 번째 미리보기에서는 힌지의 남다른 성장 전략 가운데 일부를 미리 살펴봅니다. 정확한 현실 파악과 세심한 방향 설정, 그리고 그 결과를 서비스 전체에 적용하는 과감한 변신까지. 무한경쟁의 데이팅앱 시장에서 유독 힌지가 주목받는 이유를 살짝 맛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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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종과 직업, 성적 취향, 서비스 사용 목적 등에 따라 특화된 데이팅앱이 주목받고 있다. 여성 회원에게만 채팅 시작 기회를 주는 범블(Bumble), 멤버당 한명씩만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데이팅앱 더 리그(The League),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커피 미츠 베이글(Coffee Meets Bagel)과 이스트 미츠 이스트(East Meets East), 레즈비언들을 위한 데이팅앱인 허(Her)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안티 틴더(anti-Tinder)* 서비스를 자처하는 힌지(Hinge)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이 서비스는 가볍게 한 번 만나는 대신 진지한 인연을 만들고 싶은 유저들을 겨냥한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이 연상되는 감성적인 디자인으로 여성 유저들에게 특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로 내 주변의 여성 지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이기도 하다.

* 틴더는 전 세계 5700만 명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데이팅앱으로, 안티 틴더는 '틴더와 반대된다'는 뜻

 

2012년 첫선을 보일 때만 해도 힌지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2~3년간 남다른 그로스(growth) 전략을 선보이며 데이팅앱의 차세대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2018년 6월 틴더의 모기업인 매치 그룹(Match group)에 인수*된 힌지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앱 다운로드 수치가 400% 이상 늘어나는 등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신의 한 수, 리브랜딩

경쟁이 치열한 미국 데이팅앱 시장에서 힌지가 눈에 띄게 성장해온 비결은 성공적인 리브랜딩(rebranding)* 전략에 있다. 사실 과감한 리브랜딩은 위험을 동반한다. 성장이 정체된 스타트업들이 종종 리브랜딩을 시도하지만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는 경우는 드물다.

*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는 작업

 

반면, 힌지는 데이팅앱을 사용하는 유저들의 갈증요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 전체를 과감하게 개편했다.힌지는 틴더에 지친
유저들에 집중했다
틴더는 2012년부터 데이팅앱 시장을 이끌어온 개척자다. 틴더 유저들은 앱에서 추천한 데이트 상대의 사진을 오른쪽으로 스와이프(swipe)해 호감을 표시하고 왼쪽으로 스와이프해 탈락시킨다. 사진 한 장과 간단한 개인정보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데다 게임하듯 사진을 넘기는 재미요소가 부각되면서 많은 유저가 몰려들었다.

틴더가 주도한 스와이프 방식은 데이팅앱의 표준이 됐다. ©Kaspars Grinvalds/Shutterstock

그러나 서비스가 성장할수록 상대방을 사진 한 장으로 판단하고 넘겨버리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계속 등장했다. 틴더는 점점 훅업앱(hookup app)*으로 인식되었고, 급기야 미국의 유명 잡지 베니티 페어(Vanity Fair)에 '틴더와 데이팅 문화 파멸의 시작'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틴더로 인해 육체적인 관계를 위한 가벼운 만남이 늘어났고 진지한 만남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 하룻밤 만남을 위해 사용하는 앱

** 관련 기사: Tinder and the Dawn of the "Dating Apocalypse" (Vanity Fair, 2015.9)

 

초기에 힌지는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CEO 저스틴 맥러드(Justin McLeod)는 베니티 페어의 기사를 계기로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서비스의 철학과 형태를 통째로 바꾸며 과감한 리브랜딩을 단행한 것이다.

유저의 목소리가 답이다

리브랜딩의 첫 번째 단계는 정확한 현실 파악이었다. 힌지는 설문조사를 통해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이를 통해 '데이팅앱 유저의 81%는 진지한 만남을 경험하지 못했다', '앱에서 500번을 스와이프 했지만 단 한 번만 휴대폰 번호를 교환했다'와 같이 생생한 정보를 얻었다.데이팅앱 유저들은
스와이프로 대표되는 방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

현실을 파악한 힌지는 곧장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가 서비스의 목표를 새롭게 정했다. 'We're on a mission to get you off Hinge and out on great dates(우리의 미션은 당신이 힌지 앱을 끄고 데이트를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힌지는 베니티 페어의 기사에서 착안해 '데이팅 문화의 파멸(The Dating Apocalypse)'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새로운 데이팅앱을 원하는 유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유저들이 원하는 새로운 앱은 바로 힌지였다.

힌지가 내세운 새로운 슬로건 ©Hinge

새 목표에 맞게 슬로건도 'Designed to be Deleted(휴대폰에서 삭제되도록 만들어진)'로 바꿨다. 앱을 끄고 삭제하라는 극단적인 표현은 '즐거운 데이트'라는 힌지의 방향성을 유저들에게 각인시켰다. 결과적으로 힌지는 삭제되기는커녕 더 많이 다운로드되었다.

 

* 힌지가 선보인 새로운 데이팅 문화를 소개하는 애니메이션 ©Hinge

과감하고 철저하게 변신하라

리브랜딩의 마지막 단계는 재설정한 목표를 제품에 녹여내는 일이다. 앱의 철학이나 이미지에 공감해 다운로드받았더라도 실제 서비스가 기대와 다르면 유저는 앱을 바로 지우기 때문이다.

 

힌지는 과감하고 철저하게 서비스를 바꿔나갔다. 우선, 대부분의 데이팅앱이 사용하던 스와이프 방식을 버렸다. '더 쉽고 간단하게'가 아니라 유저들로 하여금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데이팅앱을 기대하는 유저의 감성에 걸맞게 앱의 디자인도 통째로 다시 제작했다.

 

회원가입 방식부터가 다르다. 유저는 다른 서비스보다 훨씬 더 많은 질문에 답해야만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이름과 성별, 그리고 사진 1장만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는 틴더와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힌지는 직업, 학력 정보, 종교, 고향, 정치적 의견 뿐 아니라 술을 즐기는지, 담배를 피우는지, 심지어 대마초*를 즐기는지도 물어본다.

*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10개 주에서는 유흥 목적의 대마초도 합법이다.

힌지(위)는 틴더(아래)와 달리 다양한 질문에 답해야 가입할 수 있다. ©Hinge/Tinder

'나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도 힌지만의 차별화 요소다. 미리 준비된 질문 리스트 가운데 세 가지를 고르고 답을 짧게라도 적어야 한다. 질문은 개인의 성향이나 취향을 가볍게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My last meal would be(내가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은)', 'Unusual skills(내가 가진 특별한 기술들)', 'Best halloween costume(가장 좋아하는 할로윈 분장)' 등의 질문이다.

 

물론 유저가 원하면 'prefer not to say(밝히지 않음)'를 선택할 수 있지만, 꽤 많은 유저들이 정보를 상세하게 적어넣는다. 돈을 내고 사용하는 프리미엄 유저들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과 더욱 잘 맞는 데이트 상대를 찾을 수 있다. 유저는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다가 특정 사진이나 특정 코멘트가 마음에 들면 '좋아요'를 누르고,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된다.

직접 가입해본 힌지의 프로필 예시 ©김종현

힌지는 과감한 리브랜딩을 통해 기존 데이팅앱의 관성에서 벗어났다. 현실을 파악하여 목표를 재설정하고, 이를 서비스에 적용했다. 그 결과 힌지는 월간 앱 다운로드 수치 400% 성장과 신규 유저의 앱 재사용률 20% 성장이라는 성공을 거두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뜨는 스타트업, 그로스 전략이 다르다]

 

아무리 새롭고 기발한 서비스가 나와도 유저들은 그 이상을 원합니다. 얼리어답터들이 모여있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이제는 평범한 일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탁월함을 갖춘 또다른 강자가 등장하게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아이디어가 매일매일 사업화되는 실리콘밸리에서도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스타트업 7곳을 소개합니다. 지금 이 순간 잘나가는 스타트업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고 빠르게 성장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그로스 전략을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