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유로운 포지션 플레이를 위하여

아마추어 여자축구팀에서 제 포지션은 풀백입니다. 누군가 우리 팀이 경기하는 모습을 본다면 제가 풀백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사실 동네축구에서 포지션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공을 따라서 우왕좌왕 이 사람 저 사람 마구 뒤엉키기에 십상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포지션을 정해 놓고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받고 뛰다 보니 엉키는 것과, 아예 포지션 없이 뛰다가 엉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해야 할 일과 나의 위치가 뚜렷이 정해져 있을 때, 우리는 엉키더라도 돌아갈 곳과 시작할 곳을 알게 되고 할 일들의 우선순위도 그때그때 정할 수 있습니다.

 

<후에고>의 이름을 "후에고 데 포지시온(Juego de posición)", 영어로는 "포지션 플레이(Position Play)"에서 따온 것처럼, 축구는 포지션 플레이입니다. 경기장 안에서는 물론이고, 경기장 바깥에서도 마찬가지죠. 즉, '축구산업'이라는 커다란 장 안에서도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공이 골대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의 일상도, 일도, 사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느 포지션에 누구와 자리하고 있을까요. 이 포지션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까요. 우리는 몇 개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을까요. 포지션과 포지션이 충돌하고 있을까요, 상호보완하고 있을까요. <후에고> 창간호를 읽으면서 이런 부분들을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포지션 플레이에 관해 상세하게 다룬 챕터 2와 헤겔의 변증법을 떠올리게 하는 빌드업의 자기지양적 양상을 다룬 챕터 7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유용한 지식을 줍니다(까다로울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명료하고 재미있게 설명해낸 후에고 필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동시에 이 내용들은 우리가 어떤 난국에 부딪혀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때 적용할 수 있는 풍부한 힌트를 건네기도 합니다.

 

우리의 자유로운 포지션 플레이를 위하여

아마추어 여자축구팀에서 제 포지션은 풀백입니다. 누군가 우리 팀이 경기하는 모습을 본다면 제가 풀백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사실 동네축구에서 포지션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경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공을 따라서 우왕좌왕 이 사람 저 사람 마구 뒤엉키기에 십상이기 때문이죠.

 

그래도 포지션을 정해 놓고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받고 뛰다 보니 엉키는 것과, 아예 포지션 없이 뛰다가 엉키는 것은 결과적으로 같아 보이지만 전혀 다릅니다. 해야 할 일과 나의 위치가 뚜렷이 정해져 있을 때, 우리는 엉키더라도 돌아갈 곳과 시작할 곳을 알게 되고 할 일들의 우선순위도 그때그때 정할 수 있습니다.

 

<후에고>의 이름을 "후에고 데 포지시온(Juego de posición)", 영어로는 "포지션 플레이(Position Play)"에서 따온 것처럼, 축구는 포지션 플레이입니다. 경기장 안에서는 물론이고, 경기장 바깥에서도 마찬가지죠. 즉, '축구산업'이라는 커다란 장 안에서도 각자의 포지션에 맞는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공이 골대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우리의 일상도, 일도, 사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어느 포지션에 누구와 자리하고 있을까요. 이 포지션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까요. 우리는 몇 개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을까요. 포지션과 포지션이 충돌하고 있을까요, 상호보완하고 있을까요. <후에고> 창간호를 읽으면서 이런 부분들을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포지션 플레이에 관해 상세하게 다룬 챕터 2와 헤겔의 변증법을 떠올리게 하는 빌드업의 자기지양적 양상을 다룬 챕터 7은, 축구라는 스포츠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데 유용한 지식을 줍니다(까다로울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명료하고 재미있게 설명해낸 후에고 필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동시에 이 내용들은 우리가 어떤 난국에 부딪혀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때 적용할 수 있는 풍부한 힌트를 건네기도 합니다.

 

스페인 축구를 다룬 챕터 3에서 선수들의 주입된 경쟁의식과 자발적인 경쟁의식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사회 전반의 은유처럼 읽히기도 했고요. 네덜란드 축구를 다룬 챕터 9는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어왔던 철학을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과감히 버려야 할지, 그 타이밍에 관해 고민해보게 만들었습니다.

 

축구산업의 데이터 분석을 다룬 챕터 4를 읽으면서는 예측 불가능한 요소로 가득 찬 삶 속에서 지나친 편견에 빠지지 않으면서, 모든 가능성을 단 하나의 유형화된 답으로 일축하지 않으면서, 또 어떻게 유용하면서도 유연한 지표들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풋볼 디렉터의 세계를 다룬 챕터 5에서는 그에 대한 답 중 하나가 꾸준한 훈련을 통한 시뮬레이션과 철저한 분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고요.

 

제 직업과 관련하여 흥미롭게 읽었던 챕터 6챕터 8에서는 '경험으로서의 상품 가치'와 필요할 때에 유능한 적임자를 데려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적임자의 노하우를 흡수해서 장기적인 대안으로 이어가는 것이라는 통찰이 가슴 깊이 와 닿았습니다.

 

책 전체에 흐르고 있는 후에고의 에너지는 어떻고요. 깊이 사랑하는 대상을 더 정확히 사랑하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담론의 장을 과감히 열어젖힌 후에고의 에너지에는 마음 한 켠에 치워 뒀던 몇 개의 불씨를 조금씩 타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후에고를 읽은 저의 방식입니다. 정확히는, 여러 방식 중 일부에 해당합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수많은 방식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축구 전술처럼
삶에서 서 있는 포지션이
제각각 다를 테니까요

©Shutterstock

축구라는 스포츠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이론적 지식에서 출발하여 축구를 둘러싼 많은 전문적 영역으로 시야를 조금씩 확장해 나가는 후에고의 여정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세계도 확장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어디로든지요.

 

후에고 창간호와 함께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생각들의 자유로운 포지션 플레이를 즐길 수 있기를,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차곡차곡 빌드업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큐레이터 김혼비 드림